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증시 전반에 걸쳐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맞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속도 조절로 증시가 예상 밖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부딪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한 대형주를 중심으로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짤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호재냐 악재냐…혼란스러운 증시

"제2 리먼사태 없을 것…대형주 사모을 때"
나스닥 은행지수는 지난 9~10일 2거래일 동안 12.55% 급락했다. SVB 파산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일제히 급락했다.

13일 장 초반까지만 해도 코스피지수는 1% 넘게 하락하면서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낮 12시께 상승 반전한 이후 꾸준히 상승 폭을 키웠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0.67% 오른 2410.61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이 307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혼조 양상을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0%, 홍콩 항셍지수는 1.95% 상승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11% 내린 27832.96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금융당국이 발 빠르게 시장 안정 조치를 꺼내자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미 연방정부는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 파산 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회사에 자금을 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소형 지방 은행들로 일부 위기가 확산할 수 있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각각 회의를 열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SVB의 고객사가 대부분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에 집중됐다는 이유에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액이 전체 상업은행 총자산의 76.7%에 달한 반면 2021년 VC 운용자산 규모는 상업은행 총자산의 4.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무구조 탄탄한 대형주 눈여겨볼 만

일각에선 SVB 사태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Fed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형주가 중소형주 대비 안정적 주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승 종목 수는 256개에 불과했다. 하락 종목 수가 656개로 두 배 이상 많았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지수 강세를 이끌었지만 개별 중소형주는 약세를 보인 결과다.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형 성장주는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자동차주, 이익 안정성이 높은 헬스케어·음식료주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시에 상장한 6개 퀄리티 상장지수펀드(ETF) 구성 종목 가운데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10개 종목을 추천했다. 기아, 삼성엔지니어링, LG유플러스, 리노공업, 한전KPS, 롯데제과, SNT모티브, 파크시스템스, 삼양식품 등이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