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과 증시 급락이 우려되자 미국 연방정부는 파산 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증하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은 긴급 처방을 내놓자 시장은 일단 안도했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뉴욕주 금융당국은 12일(현지시간)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의 총자산은 1104억달러(약 146조원)며 예금 규모는 886억달러다.

지난 10일 SVB가 파산한 지 이틀 만에 시그니처은행까지 문을 닫자 연방정부가 즉각 나섰다. 이날 재무부와 미국 중앙은행(Fed), FDIC는 공동성명을 통해 “SVB 고객은 예금을 모두 보증받고 13일부터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시그니처은행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자금이 필요한 적격 대상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 무이자 예금만 한도 없이 보증해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13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은행 시스템과 당신(미국인)의 예금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은행 파산이 재발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의회와 금융당국에 은행 관련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에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확률은 전날 40.2%에서 이날 0%로 떨어졌다. 연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67%, 0.04% 상승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박상용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