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다니 쇼크
‘세계 3위 부자가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사기를 치는 수법’.

미국 힌덴버그 리서치가 인도 최고 재벌 아다니그룹을 겨냥해 지난달 24일 내놓은 이 제목의 100쪽 분량 공매도 보고서가 인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힌덴버그는 2020년 미국 수소 전기차 업체 니콜라의 사기 의혹을 폭로해 ‘공매도 저승사자’로 이름을 떨친 투자사다. 이번엔 아다니그룹 주요 상장사가 조세피난처에 있는 사업체를 이용해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등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직격했다. 아다니그룹은 즉각 413쪽짜리 해명 자료를 내고 공매도 차익을 노린 “사기성 저격”이라고 역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시장은 힌덴버그의 손을 들어줬다. 공매도 보고서가 나온 지 3거래일 만에 아다니그룹 시가총액은 680억달러(약 83조원) 증발했다.

지난해 2.8%의 수익률로 글로벌 평균 수익률(-20%)을 압도한 인도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각도 서늘하게 바뀌었다. 놀란 글로벌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시가총액 3조2000억달러(약 3900조원)로 글로벌 5대 시장으로 평가받던 인도 증시는 프랑스에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내려앉았다. 덩달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 이어 세계 부호 서열 3위에 올랐던 고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의 자리는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대학을 중퇴하고 작은 원자재 무역상으로 시작해 1988년 아다니그룹을 세운 뒤 물류·에너지·광업·가스 사업 등을 거느린 인도 대표 그룹으로 일군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던 아다니 회장의 위상 추락도 순식간이었다.

아다니 쇼크는 ‘달리는 코끼리’로 통하는 인도 경제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인도는 지난해 성장률이 7.0%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카스트 신분제도와 종교 분쟁, 극심한 빈부격차, 부정부패 등 걸림돌도 산적해 있다. 아다니그룹은 아다니 회장과 동향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성장을 지원했다는 의혹에도 둘러싸여 있다. 이번 쇼크는 인도 시장이 성공이 보장된 엘도라도가 아니며, 많은 성장통이 따를 것임을 예고한다는 평가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