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통계조작 논란
7년 전 미국 워싱턴DC에서 국제기구 인사를 만났을 때다. 각국 경제 상황에 대해 얘기하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가장 쉬운 나라와 어려운 나라를 꼽아달라고 했다. 둘 다 중국이라고 했다. 어려운 이유는 통계와 자료 협조가 안 돼서라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보다 전망하기 쉽다고 했다. 중국 쪽에서 먼저 “내년 성장률은 얼마로 맞춰주면 되겠냐”고 묻고 대체로 거기에 맞춰준다는 것이다. 웃고 지나갔으나 씁쓸했다. 아시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 통계는 ‘암흑 상자(black box)’로 통한다. 언제 어떤 숫자가 나올지 모른다. 당(黨)이 결정하면 대충 그에 근접하게 물가도, 성장률도 나오는 식이다.

물론 모두 한참 전 얘기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만 해도 시진핑 주석 3연임을 앞두고 성장률 발표를 연기하고, 위드 코로나 전환 후엔 사망자 수를 터무니없게 축소 발표한 게 중국이다.

중국식 통계 조작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조지 오웰이 역저 <동물농장>과 <1984>에서 통계 조작을 통해 피지배 계층을 세뇌·착취하는 독재자를 통렬하게 비판한 게 1940년대다. 70여 년이 지났지만 그런 행태는 여전하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 터키, 베네수엘라 등에선 통계 조작과 분식, 은폐가 일상화돼 있다. 일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외환보유액과 수출입 실적, 실업률, 세수 등 각종 경제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방과의 심리·정보전(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줄기차게 “실업률 사상 최저” “가스프롬 가스 생산량이 증가 중”이라고 주장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중앙은행 측이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정확한 통계가 공개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우리도 남 얘기할 형편이 아니다. 직전 정부에서 광범위한 통계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는 게 현실이다. 소득주도성장 등 국적불명 경제정책을 밀어붙이다 집값, 일자리, 고용지표가 악화하자 청와대와 관련 부처가 조직적으로 이를 분식, 조작했다는 혐의다. 중국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 국가 수준이다. 한 점 의혹 없이 엄히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