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쓰리코리아가 개발한 탄소나노튜브(CNT) 무촉매 수소 발생 장치.  /에이치쓰리코리아 제공
에이치쓰리코리아가 개발한 탄소나노튜브(CNT) 무촉매 수소 발생 장치. /에이치쓰리코리아 제공
충남테크노파크 입주 기업이 세계 최초로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 무촉매 수소 발생 장치를 개발했다. 국내 기업이 신소재를 활용한 무촉매 수전해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수전해 산업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전해 전문기업인 에이치쓰리코리아(대표 김진관)는 CNT를 적용한 수전해 스택(Stack)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고 25일 밝혔다. CNT 무촉매 수전해 장비로 수소 양산을 본격화하면 정부가 발표한 2040년 수소 가격(㎏당 3000원) 목표를 17년이나 앞당기게 된다.

수전해 기술은 촉매제를 입힌 여러 장의 얇은 판 형태의 셀(티타늄 재질)로 구성된 스택에 전해수를 넣고 전기를 공급해 수소·산소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수전해 장치의 핵심은 스택으로 전기가 잘 통하는 촉매제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의 촉매제는 백금, 이리듐, 루테늄 등을 사용하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이 앞다퉈 촉매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몰두하는 이유다.

이 회사는 CNT로 촉매 기능을 대체했다. 고가의 촉매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전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스택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의 수전해 기술로 수소 1㎏을 생산하는 데 평균 43~60㎾h의 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CNT를 활용하면 전력 소모량을 절반 수준인 29㎾h(하루 20시간 연속 가동)까지 낮출 수 있다. CNT는 티타늄 재질의 스택보다 전기 전도성이 30% 이상 높다. 절단, 가공, 흡착 공정이 필요 없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비용·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올해 500㎾(킬로와트)급 수소 발생 장치 생산에 나선다. 수소발생기 한 대로 연간 수소 124.1t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5㎏ 충전) 2만482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이 회사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2세대 수전해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진관 대표는 “미국 정부는 청정수소 1㎏ 생산에 3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수전해 기술 확보를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지원도, 기술도 열악한 한국이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세계를 앞서가는 수전해 기술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