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지켜보는 대한민국 선수들.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지켜보는 대한민국 선수들. /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역전승을 일군 뒤 그라운드에 모여 우루과이와 가나 경기를 휴대폰으로 보면서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기원하던 모습이 이번 월드컵 ‘10대 장면’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온 명장면 10선을 추려 18일 발표한 로이터 통신은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역전 결승골이 오히려 힘든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장 중앙에 모여 휴대폰으로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거의 10분 정도 시청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3일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치른 우리 대표팀은 경기 초반 이른 시간에 실점했지만 전반 김영권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고,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드리블 뒤 찔러준 킬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역전골을 터뜨려 극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1승1무1패(승점 4점)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같은 시각 열린 우루과이-가나전이 끝나지 않아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당시 우루과이가 2-0으로 이기고 있어 승점과 골득실 모두 한국과 동률이었으나 다득점에서 우리가 앞서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16강 진출 확정 직후 환호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 사진=뉴스1
16강 진출 확정 직후 환호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 사진=뉴스1
하지만 우루과이가 한 골만 더 넣으면 대한민국 대신 우루과이가 16강에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우루과이가 경기 막판까지 파상공세를 폈지만 더 이상 골이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은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그라운드에 둘러서 어깨동무 하고 휴대폰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한국 선수들은 그제야 마음껏 환호하며 기쁨의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골키퍼 김승규는 당시를 떠올리며 “1초도 길었다. 정말 시간이 이렇게 안 갈 수도 있구나 느꼈다”고 털어놨다.

일본도 10대 장면 가운데 2개 장면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은 ‘죽음의 조’라 불린 E조에서 축구 강호 독일과 스페인을 모두 2-1로 연파하고 16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들 장면이 로이터 통신이 꼽은 이번 월드컵 10대 명장면에 포함됐다.

이외에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크로아티아와의 준결승에서 절묘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쐐기골을 어시스트한 장면,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모로코와의 8강전 패배 후 퇴장하는 장면, 신성(新星) 킬리안 음바페(프랑스)가 폴란드와의 16강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활약한 장면 등도 10대 명장면에 선정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