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19일 오전 0시 대망의 결승전을 앞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우승의 법칙’은 이어지게 됐다. 90년 넘는 월드컵 역사상 이방인 감독이 맡은 나라가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징크스는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그동안 월드컵 우승국 감독은 매번 자국 감독이었다. 첫 대회인 1930 우루과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우루과이 알베르토 수피치 감독을 시작으로 직전 대회인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국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까지 모두 그랬다.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는 프랑스는 이번에도 데샹 감독이 이끌고 있고, 아르헨티나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 역시 자국민이다. 누가 이기든 자국민이 감독을 맡은 나라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월드컵 불변의 법칙’은 그대로 이어간다.

만약 프랑스가 이기면 데샹 감독은 감독으로서 2회 연속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1934 이탈리아 월드컵과 1938 프랑스 월드컵에서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포초 감독이 유일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왼쪽)과 프랑스 디디에 데샹 감독. 모두 자국 감독이다. / 사진=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왼쪽)과 프랑스 디디에 데샹 감독. 모두 자국 감독이다. / 사진=연합뉴스
자국 감독을 선임한 나라들이 우승하는 징크스는 전통의 축구 강호들이 번갈아 우승한 월드컵 역사와도 무관치 않다. 축구 강국일수록 인재 풀(pool)이 풍부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편이다.

또 다른 월드컵 징크스로 유명한 ‘개최 대륙에서 우승국이 나온다’는 속설에는 몇 차례 예외가 있었다. 1958 스웨덴 월드컵에서 남미 국가인 브라질이 우승해 징크스를 깼다. 당시 스웨덴은 자국민이 아닌 잉글랜드 출신 조지 레이너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 준우승에 머물렀다.

다만 이 징크스는 2000년대 들어서는 개최 대륙이 유럽이나 아메리카가 아닌 대륙으로 다변화하면서 여러 번 예외 사례를 만들었다. 2002 한·일 월드컵(브라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스페인), 2014 브라질 월드컵(독일)에서 개최 대륙이 아닌 나라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월드컵 역시 결승에 오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모두 개최 대륙 밖의 국가다.

축구 강국이 즐비한 유럽·아메리카가 아닌 대륙의 나라가 월드컵 준결승에 오르는 사례 자체가 드물다. 2002 월드컵의 대한민국이 최초(아시아 유일)였으며 이번 월드컵에서 모로코가 아프리카 국가로선 처음 4강에 진출했다. 20년 전 한국은 자국민이 아닌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어 지금까지도 월드컵 역사상 손에 꼽는 기록을 남겼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