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취득세율 중과 제도를 2년5개월여 만에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취득세율 중과 제도를 2년5개월여 만에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고,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징벌적 부동산 세금’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특히 주택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가 위축된 지금이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 “단순 누진세율 문제 많아”

다주택 취득세율 최고 12%→4% 유력…文정부 '징벌 3종세트' 폐기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은 최고 12%에 달하는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최고 4%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보유 주택 수가 늘수록 취득세율이 대폭 올라가는 징벌적 과세 체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현행 주택 취득세율은 보유 주택 수와 취득가액에 따라 1~12%로 나뉜다.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서울과 수도권 일부) 외 2주택자는 취득세율이 1~3%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취득가액과 무관하게 8%, 3주택 이상 보유자는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7·10 부동산대책’에서 다주택자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징벌적 세금을 매긴 결과다. 이 대책 전에는 4주택자에게만 4%의 세율이 적용됐고, 3주택자까지는 취득가액에 따라 1~3%의 취득세를 내면 됐다.

조세 전문가들은 취득세 중과 제도에 계속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주택가액 구간마다 다른 세율이 적용되는 초과누진세율이 아니라 취득가액에 따라 가장 높은 세율만 적용하는 단순누진세율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0.1~0.4%에 달하는 지방교육세와 최대 1%의 농어촌특별세까지 더해져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재부 세제실장을 지낸 김낙회 전 관세청장은 과거 저서에서 “취득세 부담이 커지면 재산 거래 비용이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위축되고 자산시장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일 자산 내에서 세율을 달리하고, 그것도 초과누진세율이 아닌 단순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종부세·양도세 이어 취득세 정상화

취득세 중과 제도 폐지는 현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사안이지만 한동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 다른 부동산 관련 세 정상화가 더 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지난 5월부터 1년간 유예한 데 이어 종부세 중과세율 폐지 논의도 국회에서 이뤄지면서 정부는 취득세 중과 폐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자 지금이 논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규제를 해제한다고 해서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가격 상승기의 지나친 규제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2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59% 떨어졌다. 28주 연속 하락세로, 낙폭은 5주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1~10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국 44만9967건, 서울 1만362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7%, 70.3%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가격 하락과 거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제도가 폐지되면 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3주택자가 10억원짜리 주택을 매수하면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등까지 최대 1억340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7·10 부동산대책 이전 방식으로 제도가 바뀐다면 납부하는 세액이 4000만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더불어민주당과 지방자치단체다. 민주당은 다주택자 세 부담 축소에 부정적이다. 지자체는 지방세인 취득세 수입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도병욱/김은정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