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머스크는 '파업 천국'에 공장 지을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 미국 프리몬트공장(캘리포니아주) 직원들이 미국자동차노조(UAW)의 지원을 받아 노조 결성에 나서자 강력히 저지해 미국 노동관계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는 당시 “(테슬라 직원들이) 원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미국자동차노조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노조비를 내야 하고 스톡옵션도 포기해야 하는데 왜 그러겠는가”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머스크는 친노조 정책을 펼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경영진을 백악관에 초대해 “GM, 포드와 같은 기업이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고 추켜세우자, 머스크는 “미국 대중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그는 젖은 양말 인형(꼭두각시)”이라고 비난했다. 안팎의 비난 속에 머스크가 “노조 결성 투표를 막지 않겠다”고 했지만, 진심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이런 머스크가 한국을 아시아 지역 기가팩토리(Gigafactory) 건설 최우선 후보지 중 하나로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화상 면담에서 투자를 제안하자 머스크는 “후보 국가의 인력 및 기술 수준, 생산 환경 등 투자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미국(캘리포니아·텍사스)과 독일(베를린), 중국(상하이)에 네 곳의 기가팩토리를 가동 중인 테슬라는 아시아에 추가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10억 배를 뜻하는 기가에서 따온 기가팩토리는 초대형 생산기지라는 의미다.

한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경쟁국보다 시장은 작지만, 다른 장점이 많다. 미국과 몇 안 되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데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을 세 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전자 강국이면서 자동차 생산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노조라면 질색하는 머스크가 ‘세계 최강’ 노조가 버티고 있는 한국에 공장을 세울지는 의문이다. 머스크의 ‘립서비스’에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머스크와 민주노총이 충돌하는 장면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찔하다.

“성공하려면 주 80시간에서 100시간은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 머스크는 지독한 ‘일벌레’로 통한다. 그는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직원의 절반을 해고했고, 1주일에 7일, 하루 12시간 주 84시간 이상 일하도록 지시했다. 엄격한 해고 규제와 깐깐한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인 한국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CEO를 잠재적 범법자로 보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머스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고 사장이 불법파견 혐의로 세 차례나 출국금지당하는 등 곤욕을 치른 한국GM을 보고도 선뜻 투자에 나설지 미지수다. 머스크가 한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야당과 민노총, 좌파 시민단체의 공동 타깃이 됐을 것이다. 지금도 ‘파업 천국’이라는 소리가 나오는데, ‘파업 조장법(일명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거야(巨野)는 또 어떤가. ‘철도파업저지법’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한 미국의 사례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한국에 투자한다면 할 수 있는 협력을 다 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폭주하는 거대 야당과 민노총의 횡포 앞에 뭘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규제 혁파와 고강도 노동 개혁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는커녕 그나마 남은 국내 기업마저 해외에 빼앗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