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면서 정국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진상 규명 후 책임 소재를 따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이 측근만 챙긴다”는 여론도 적지 않아 윤 대통령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7일 민주당의 이 장관 파면 요구에 대해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사실을 규명한 뒤 그에 따른 책임을 따진다는 당초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여야가 어렵게 국정조사를 합의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나온 내용들도 봐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선 이태원 참사 한 달째인 28일을 앞두고 야당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번주 1차 수사 결과 발표를 예고하자 야당이 여론 선점을 위해 선공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이나 장관 등 행정을 총괄하는 고위 공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한 책임의 자세”라며 “참사 발생 한 달이 되기 전에 때늦은 결단이라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5일에도 윤 대통령에게 28일까지 이 장관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을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를 통해 이 장관 경질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무위원 해임권고안은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다. 반면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국무위원 직무는 정지된다.

여권에선 예산안과 민생법안 등을 처리해야 할 정기국회에서 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가 다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무적 책임에 대한 대통령 결단이 늦어질수록 참모들의 책임론도 함께 커질 것”이라며 “자칫하다가는 내년 초 내각과 대통령실이 또 한 번 인적 개편을 요구하는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설지연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