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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지연 문화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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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마을] 문명은 수학을 대하는 자세에 달렸다

    1854년, 독일의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은 평평하지 않은 공간에서의 기하학을 발표했다. 당시로선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순수한 수학적 사유였다. 반세기가 지난 1915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정확히 이 리만 기하학을 끌어다 썼다. 중력이 공간을 휘게 한다는 것을 수식으로 표현할 언어가 필요했고, 그 언어는 이미 50년 전에 준비돼 있었다.<문명의 뼈대>의 저자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이 사례를 수학의 본질을 설명하는 장면으로 제시한다. 수학은 쓰일 자리가 생기기도 전에 먼저 도착해 있다는 것이다. 책은 피타고라스에서 뉴턴, 오일러, 가우스를 거쳐 현대 인공지능(AI)까지 수식 없이 수학의 역사를 다룬다.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의 단장으로 30년 넘게 활동해온 저자는 수학의 5000년 역사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수학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문명의 운명을 갈랐다.”저자는 독일 괴팅겐대학 이야기를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괴팅겐은 세계 수학의 수도였다. 가우스, 리만, 힐베르트 등 수학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이곳에서 연구했다.그러나 1933년 나치가 집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유대인 학자들이 하루아침에 추방됐고, 한 세대가 공들여 쌓아 올린 세계 최고의 수학 공동체는 단 몇 년 만에 해체됐다. 그 학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수학과 과학의 중심지도 함께 이동했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6년 현재 미국의 반이민 정책을 언급하며, 포용성을 기반으로 번영했던 미국의 전성기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고 짚는다.명나라 이야기도 날카롭게 다가온다. 15세기까지 명나라는 세계

    2026.05.01 17:10
  • [책마을] "소설은 세상 만물 중 하나에 유일한 의미를 담아 내는 것"

    “소설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부정관사(a/an)를 정관사(the)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에 널린 수많은 사과 중 하나였던 ‘an apple’이 소설 속에서 의미를 얻는 순간, 우리에게 유일하고 중요한 ‘the apple’이 되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소설의 힘입니다.”소설가 문지혁(사진)이 지난 3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열린 ‘아르떼 살롱’ 무대에 올랐다. 올해 소설집 <당신이 준 것>과 장편소설 <나이트 트레인>두 권을 연이어 발표한 것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약 40명이 참석했다. 신승민 시인 겸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됐다.문 작가는 <당신이 준 것>에 수록된 데뷔작 ‘체이서’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2010년 네이버 ‘오늘의 문학’으로 선정되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과학소설(SF)라는 장르적 특성 탓에 이전 소설집에는 실리지 못했던 작품이다. 그는 “데뷔작을 불태우고 싶어 하는 작가들도 많지만, 15년이 지나 다시 꺼내 보니 나의 시작점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오토픽션(Autofiction)’이다. 자전적 경험과 허구를 결합한 이 장르에 대해 그는 “진실과 거짓을 섞는 행위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그것을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 삶이 특별한 재료가 없더라도 ‘파인다이닝’ 같은 문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특이한 삶을 살았느냐보다, 내 안의 고유한 방식으로 어떻게 서사화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장편 <나이트 트레인>

    2026.05.01 17:10
  • [책마을] 현대사의 상흔을 오롯이 껴안은 시집

    “<DMZ 콜로니>는 미술관 가득 작은 파편들이 채워졌는데, 옷고름 하나 신발짝 하나 버릴 것이 없는 한 편의 설치 작품 같다.”시인 김혜순이 추천사에 남긴 이 문장은 <DMZ 콜로니>가 어떤 책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계 시인 최돈미가 쓴 이 시집은 한반도 분단과 독재의 역사가 사람들에게 남긴 상흔을 정면으로 다룬다. 김혜순, 이상 등 한국 시를 영어권에 알려온 번역가이기도 한 그는 이민 1.5세대의 시선으로 지워진 목소리들을 되살린다.시집은 고전적인 시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시와 산문, 사진, 드로잉, 수기가 8막에 걸쳐 뒤섞인다. 세계 최장 비전향 장기수의 증언, 한국전쟁 고아들의 기록, 산청·함양 학살의 흔적이 한데 모여 하나의 아카이브를 이룬다.시인에게 번역은 언어를 옮기는 일 이상이다. 억압된 기억을 복원하고 신식민주의에 저항하는 행위다. 2020년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이 시집은 이후 독일어, 스페인어, 스웨덴어로도 번역됐다. 한반도라는 특수한 역사를 다루면서도 보편적 공감을 얻어낸 결과다.당시 심사위원회는 “전쟁과 식민지화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들의 이주 행렬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며 “참혹하면서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시집은 생존자들의 증언, 그림, 사진, 손으로 쓴 글들을 짜깁기하여 사실과 비판적 상상력 사이의 진실을 파헤친다.”고 평했다.설지연 기자

    2026.05.01 17:10
  • [책마을] 월급쟁이가 부자 되는 구조 짜는 법

    매달 월급은 들어오는데 잔액은 늘 제자리다. 집값과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열심히 사는데도 왜 나아지지 않느냐는 질문, 많은 직장인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10년간 투자 콘텐츠를 만들어온 인플루언서 ‘루지’가 쓴 <월급쟁이 루지 부의 설계>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의 진단은 명확하다. 문제는 소득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다. 소비자로만 머무는 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앞서가기 어렵고, 자산이 스스로 일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부동산, 미국 주식, 비트코인 세 축의 포트폴리오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앵커 자산으로, 주식은 성장 동력으로, 비트코인은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각각 역할을 나눈다.세 자산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학군지 아파트, 테슬라 주식,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퀴티(SCHD) 상장지수펀드(ETF) 등 구체적인 종목을 다루면서도 단기 시세차익보다 장기 보유의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한다.화려한 수익률 공식보다는 원칙과 습관을 강조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소비를 줄여 종잣돈을 만들고, 그 돈을 자산으로 옮겨 복리 구조를 세우고, 단기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래 보유하는 것. 거창하지 않지만, 저자는 결국 부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버티는 구조를 만든 사람에게 쌓인다고 말한다.절세 전략과 부동산 현금흐름 활용법 등도 함께 담겨 있다.설지연 기자

    2026.05.01 17:09
  • "소설은 세상만물 각각에 유일한 의미들을 담아 주는 것"

    “소설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부정관사(a/an)를 정관사(the)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에 널린 수많은 사과 중 하나였던 ‘an apple’이 소설 속에서 의미를 얻는 순간, 우리에게 유일하고 중요한 ‘the apple’이 되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소설의 힘입니다.”소설가 문지혁이 지난 3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열린 '아르떼 살롱' 무대에 올랐다. 올해 소설집 <당신이 준 것>과 장편소설 <나이트 트레인>두 권을 연이어 발표한 것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약 40명이 참석했다. 신승민 시인 겸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됐다.문 작가는 먼저 소설집 <당신이 준 것>에 수록된 데뷔작 ‘체이서’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2010년 네이버 ‘오늘의 문학’으로 선정되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과학소설(SF)라는 장르적 특성 탓에 이전 소설집에는 실리지 못했던 작품이다. 그는 “데뷔작을 불태우고 싶어 하는 작가들도 많지만, 15년이 지나 다시 꺼내 보니 나의 시작점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오토픽션(Autofiction)’이다. 자전적 경험과 허구를 결합한 이 장르에 대해 그는 “진실과 거짓을 섞는 행위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그것을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 삶이 특별한 재료가 없더라도 ‘파인다이닝’ 같은 문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특이한 삶을 살았느냐보다, 내 안의 고유한 방식으로 어떻게 서사화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장편 <나이트

    2026.05.01 10:15
  • 분단의 기억 파헤친 시, 우리는 아직 '콜로니'에 있다

    "이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 마치 우리가 DMZ라는 우리의 몸 위에 새겨진 상처와 흉터의 배치라는 어떤 설치 작품, 혹은 그룹 기획전을 보고 전시장을 빠져나온 느낌이 든다. (…) 우리가 아직 '콜로니'에 있는 느낌."시인 김혜순이 추천사에 남긴 이 문장은 <DMZ 콜로니>가 어떤 책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계 시인 최돈미가 쓴 이 시집은 한반도 분단과 독재의 역사가 사람들에게 남긴 상흔을 정면으로 다룬다. 김혜순, 이상 등 한국 시를 영어권에 알려온 번역가이기도 한 그는 이민 1.5세대의 시선으로 지워진 목소리들을 되살린다.시집은 고전적인 시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시와 산문, 사진, 드로잉, 수기가 8막에 걸쳐 뒤섞인다. 세계 최장 비전향 장기수의 증언, 한국전쟁 고아들의 기록, 산청·함양 학살의 흔적이 한데 모여 하나의 아카이브를 이룬다.시인에게 번역은 언어를 옮기는 일 이상이다. 억압된 기억을 복원하고 신식민주의에 저항하는 행위다. 2020년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이 시집은 이후 독일어, 스페인어, 스웨덴어로도 번역됐다. 한반도라는 특수한 역사를 다루면서도 보편적 공감을 얻어낸 결과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사실과 비판적 상상력 사이의 진실을 파헤친다"고 평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26.04.30 14:55
  • 월급쟁이가 부자가 되는 구조 만드는 법, 신간 <부의 설계>

    매달 월급은 들어오는데 잔액은 늘 제자리다. 집값과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열심히 사는데도 왜 나아지지 않느냐는 질문, 많은 직장인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10년간 투자 콘텐츠를 만들어온 인플루언서 '루지'가 쓴 <월급쟁이 루지 부의 설계>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의 진단은 명확하다. 문제는 소득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다. 소비자로만 머무는 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앞서가기 어렵고, 자산이 스스로 일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부동산, 미국 주식, 비트코인 세 축의 포트폴리오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앵커 자산으로, 주식은 성장 동력으로, 비트코인은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각각 역할을 나눈다.세 자산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학군지 아파트, 테슬라 주식,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퀴티(SCHD) 상장지수펀드(ETF) 등 구체적인 종목을 다루면서도 단기 시세차익보다 장기 보유의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화려한 수익률 공식보다는 원칙과 습관을 강조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소비를 줄여 종잣돈을 만들고, 그 돈을 자산으로 옮겨 복리 구조를 세우고, 단기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래 보유하는 것. 거창하지 않지만, 저자는 결국 부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버티는 구조를 만든 사람에게 쌓인다고 말한다.절세 전략과 부동산 현금흐름 활용법 등 실용적인 내용도 함께 담겨 있다. 재테크 입문자에게는 방향을, 이미 여러 종목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투자자에게는 기준을 잡을 수 있게 해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26.04.30 14:53
  • 문명의 운명은 수학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렸다, 신간 <문명의 뼈대>

    1854년, 독일의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은 평평하지 않은 공간에서의 기하학을 발표했다. 당시로선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순수한 수학적 사유였다. 반세기가 지난 1915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정확히 이 리만 기하학을 끌어다 썼다. 중력이 공간을 휘게 한다는 것을 수식으로 표현할 언어가 필요했고, 그 언어는 이미 50년 전에 준비돼 있었다. <문명의 뼈대>의 저자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이 사례를 수학의 본질을 설명하는 장면으로 제시한다. 수학은 쓰일 자리가 생기기도 전에 먼저 도착해 있다는 것이다. 책은 피타고라스에서 뉴턴, 오일러, 가우스를 거쳐 현대 인공지능(AI)까지 수식 없이 수학의 역사를 다룬다.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의 단장으로 30년 넘게 활동해온 저자는 수학의 5000년 역사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수학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문명의 운명을 갈랐다." 저자는 독일 괴팅겐대학 이야기를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괴팅겐은 세계 수학의 수도였다. 가우스, 리만, 힐베르트 등 수학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이곳에서 연구했다.그러나 1933년 나치가 집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유대인 학자들이 하루아침에 추방됐고, 한 세대가 공들여 쌓아 올린 세계 최고의 수학 공동체는 단 몇 년 만에 해체됐다. 그 학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수학과 과학의 중심지도 함께 이동했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6년 현재 미국의 반이민 정책을 언급하며, 포용성을 기반으로 번영했던 미국의 전성기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고 짚는다.명나라 이야기도 날카롭게 다가온다. 15세기까지

    2026.04.30 14:48
  • 트럼프 주니어 방한…정용진 회장 부인 콘서트 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사진)가 방한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부인 플루티스트 한지희 씨 콘서트에 참석한다.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사업 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4월에도 정 회장 초청으로 방한해 국내 재계 총수들을 면담한 바 있다. 이번 방문 일정에는 2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씨의 데뷔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한씨는 지난 24일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바실리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카를 라이네케 플루트 작품집’을 내놨다. 이번 콘서트는 전석이 초대석으로, 일반 객석 판매는 하지 않는다.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서로를 ‘YJ’와 ‘브로(bro)’라고 부를 만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작년 12월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그가 참여하는 투자회사 1789캐피털 경영진과 리플렉션AI 창업자 미샤 라스킨 등을 만났다.설지연 기자

    2026.04.28 23:11
  • [책마을] AI 열풍에 증시 급등…"100년 전 대공황 데자뷔"

    1929년 가을, 뉴욕의 한 증권사 직원은 퇴근길에 구두닦이 소년에게서 주식 종목을 추천받았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투자자가 다음 날 전 재산을 매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은 무너졌다. 주식을 모두 내다 판 사람은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월스트리트의 거물 투자였던 조지프 케네디로 누구나 주식을 입에 올리는 순간이 바로 버블의 정점이라는 교훈을 설명할 때 거론되는 일화다.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채팅방에서도 식당, 카페에서도 사람들은 엔비디아 주가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이야기를 나눈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지만, 종종 같은 박자로 운율을 맞춘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풍경이다.인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시장 붕괴의 전말을 8년에 걸친 집요한 추적 끝에 복원해낸 신간 <1929>는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이자 CNBC 경제 방송 앵커로 알려진 앤드루 로스 소킨이 썼다. 그의 전작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파헤친 <대마불사>다. 이번 책은 미국에서 출간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가 추천했다.1920년대 미국은 황금기였다. 자동차, 세탁기, 그리고 라디오라는 신기술이 세상을 뒤바꾸고 있었고, 사람들은 기술이 가져올 무한한 성장을 의심치 않았다. 미국 다우지수는 1928년 한 해에만 62% 폭등했다. 당시 언론은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생산과 소비 모두 팽창하고 있다”고 일제히 낙관론을 쏟아냈다.그러나 번영의 이면에는 위험한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주가 100달러어치 주식을 사면서 단 10달러만 내고 나머지는 빚으로 충당하는 극단적인 레버리지 투자에 몸을 던졌다.저자의 시선이 특히 날카로운 부

    2026.04.24 18:12
  • [책마을] 가치·차트·거시를 봐야 돈이 보인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벽은 정보의 부재가 아니다.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지 못해 흔들리는 것이 문제다. 유튜브 추천 종목에 뒤늦게 올라타고, 하락장의 공포에 바닥에서 손절매하며, 상승장의 환희에 고점을 추격 매수하는 패턴이 반복된다.금융권 기업 심사 경력과 10년 이상의 전업 투자 경험을 가진 저자 이주영이 쓴 <시장을 꿰뚫는 주식 투자의 기술>은 그 반복의 원인을 “프레임의 부재”로 진단한다. 이 책의 핵심은 매크로(거시 경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차트(돈의 흐름)라는 세 축을 통합한 ‘올라운드 투자 시스템’이다.가치 투자자는 차트를 무시하다 타이밍을 놓치고, 차트 투자자는 펀더멘털을 외면하다 하락장에 무너진다. 저자는 이 두 접근법의 약점을 보완해 ‘승률 높은 구간’을 체계적으로 포착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시장의 3단계 사이클인 매집·상승·조정을 읽고, 각 국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실전 매매 전략으로 정리한다.책은 저자의 실전 기록으로 설득력을 뒷받침한다. 2022년 10월 증시 최저점 매수 의견, 2024년 8월 테슬라 급등 직전 포착, 2차전지 섹터 변곡점 대응 등 굵직한 판단을 S&P500 역사적 하락 폭 데이터와 밸류에이션 밴드 분석으로 설명한다.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시나리오’로 독자가 그 분석 과정을 직접 재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여느 투자서와 다른 지점이다.‘왜 사는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투자 자립을 목표로 하는 독자라면, 꽤 실용적인 가이드가 될 수 있다.설지연 기자

    2026.04.24 18:09
  • [책마을] 속임수는 배신이 아니라 전략…자연과 인간 관통한 진화의 원리

    정직이 미덕이라면, 자연은 왜 속임수를 선택했을까.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맡기고, 난초는 수컷 곤충의 짝짓기 본능을 이용해 꽃가루를 옮긴다. 성페로몬을 흉내 내어 멧돼지를 유혹하는 송로버섯, 포식자의 눈을 속이는 나비의 가짜 눈 무늬, 숙주 세포의 방어 체계를 우회하는 암세포까지. 생물의 세계는 우리의 상식과 달리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자연에서 인간까지 속임수의 진화>는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미국 센트럴워싱턴대 생물과학부 석좌 연구교수 리싱 선은 기만이 도덕적 일탈이 아니라 생명이 수억 년에 걸쳐 갈고닦은 생존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생물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을 넘나드는 그의 시선은 단세포 박테리아의 무임승차부터 인간 사회의 금융 사기에 이르기까지, 속임수가 작동하는 구조를 하나의 일관된 원리로 꿰어낸다.저자는 두 가지 틀을 제시한다. ‘속임수의 제1법칙’인 거짓말은 의사소통의 왜곡이다. 보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유인하는 난초의 전략은 의도적 설계의 산물이 아니라,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진화가 선택하고 축적한 결과다.‘제2법칙’인 기만은 상대의 인지적 빈틈을 공략한다. 뻐꾸기의 탁란이 숙주 새의 인지 능력을 시험하고, 그 압박이 더 정교한 탐지 능력의 진화를 불러왔듯, 속임수는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인지와 신뢰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진화적 압력으로 작용한다.이 시각은 고전 <이기적 유전자> 이후 진화론이 던져온 도발과 맞닿아 있다. 다만 저자의 논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실제 모델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사기 행각, 가상화폐 다단계를 통해

    2026.04.24 18:02
  • "세월이 쌓일수록 빛나는 보석…'美+재테크' 한 번에 잡으세요"

    “지금 천연 다이아몬드를 사도 될까. 세계 최고가 루비는 왜 반 토막이 났을까. 그리고 왜 자산가들은 가방 대신 보석을 사기 시작했을까.”럭셔리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리치몬트그룹은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등 주얼리 부문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국내 백화점에서도 주얼리 매출 증가율이 30%에 달하며 전체 평균(1~2%)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젊은 자산가를 중심으로 이른바 ‘보석 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신간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는 이런 변화의 배경을 추적했다. 금은 시세가 있지만 보석에는 이야기가 붙는다. 보석 가격은 물리적 스펙뿐 아니라 산지, 소유 이력, 거래 경로 같은 서사와 시장 구조가 결합해 정해진다. 시장 흐름을 읽고 안목을 갖추면 보석은 취향이자 ‘착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저자인 윤성원 한양대 보석학전공 겸임교수는 뉴욕 미국보석감정원(GIA)에서 수학한 뒤 20여 년간 글로벌 경매시장과 광산, 브랜드 현장을 오가며 활동해온 하이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보석을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경제 언어로 설명하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윤 겸임교수를 만났다.▷보석 관련 전 영역을 섭렵했는데 제작·판매가 아니라 ‘하이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뉴욕 GIA에서 감정, 디자인, 세공 등을 공부하고 귀국 후 제작과 유통 현장을 누비며 산업 구조를 익혔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께 보석을 알리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국내 시장이 협소하고 보석이 사치품으로만 인식되는 현실을 체감

    2026.04.23 17:23
  • 매크로·밸류·차트, 세 축으로 읽는 시장의 타이밍

    주식 투자를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벽은 정보의 부재가 아니다.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지 못해 흔들리는 것이 문제다. 유튜브 추천 종목에 뒤늦게 올라타고, 하락장의 공포에 바닥에서 손절매하며, 상승장의 환희에 고점을 추격 매수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금융권 기업 심사 경력과 10년 이상의 전업 투자 경험을 가진 저자 이주영이 쓴 <시장을 꿰뚫는 주식 투자의 기술>은 그 반복의 원인을 "프레임의 부재"로 진단한다. 이 책의 핵심은 매크로(거시 경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차트(돈의 흐름)라는 세 축을 통합한 '올라운드 투자 시스템'이다.가치 투자자는 차트를 무시하다 타이밍을 놓치고, 차트 투자자는 펀더멘털을 외면하다 하락장에 무너진다. 저자는 이 두 접근법의 약점을 보완해 '승률 높은 구간'을 체계적으로 포착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시장의 3단계 사이클인 매집·상승·조정을 읽고, 각 국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실전 매매 전략으로 정리한다.책은 저자의 실전 기록으로 설득력을 뒷받침한다. 2022년 10월 증시 최저점 매수 의견, 2024년 8월 테슬라 급등 직전 포착, 2차전지 섹터 변곡점 대응 등 굵직한 판단을 S&P500 역사적 하락 폭 데이터와 밸류에이션 밴드 분석으로 설명한다.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시나리오'로 독자가 그 분석 과정을 직접 재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시중의 여느 투자서와 다른 지점이다.단기 종목 추천서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밀도 있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왜 사는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투자 자립을 목표로 하는 독

    2026.04.23 16:51
  • 생물들의 속임수는 수억 년에 걸쳐 갈고닦은 생존 전략

    정직이 미덕이라면, 자연은 왜 속임수를 선택했을까.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맡기고, 난초는 수컷 곤충의 짝짓기 본능을 이용해 꽃가루를 옮긴다. 성페로몬을 흉내 내어 멧돼지를 유혹하는 송로버섯, 포식자의 눈을 속이는 나비의 가짜 눈 무늬, 숙주 세포의 방어 체계를 우회하는 암세포까지. 생물의 세계는 우리의 상식과 달리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 신간 <자연에서 인간까지 속임수의 진화>는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미국 센트럴워싱턴대 생물과학부 석좌 연구교수 리싱 선은 기만이 도덕적 일탈이 아니라 생명이 수억 년에 걸쳐 갈고닦은 생존 전략이라고 주장한다.생물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을 넘나드는 그의 시선은 단세포 박테리아의 무임승차부터 인간 사회의 금융 사기에 이르기까지, 속임수가 작동하는 구조를 하나의 일관된 원리로 꿰어낸다.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틀은 두 가지다. '속임수의 제1법칙'인 거짓말은 의사소통의 왜곡이다. 보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유인하는 난초의 전략은 의도적 설계의 산물이 아니라,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진화가 선택하고 축적한 결과다.'제2법칙'인 기만은 상대의 인지적 빈틈을 공략한다. 뻐꾸기의 탁란이 숙주 새의 인지 능력을 시험하고, 그 압박이 더 정교한 탐지 능력의 진화를 불러왔듯, 속임수는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인지와 신뢰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진화적 압력으로 작용한다.이 시각은 이제는 고전이 된 <이기적 유전자> 이후 진화론이 던져온 도발과 맞닿아 있다. 다만 저자의 논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실제 모델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사기 행각, 가

    2026.04.23 16:49
  • 화가 박신양 "그림 왜 그리냐고? 그리지 않으면 안되니까!" [설지연의 독설(讀說)]

    "왜 연기를 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나요?"박신양을 향한 이 질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그가 처음 붓을 들었을 때도, 전시를 열었을 때도, 방송에 나왔을 때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같은 질문을 건넸다. 그는 매번 질문과 마주하면서도 한 번에 답을 끝내지 않는다. 그에겐 '왜 표현하는가'라는 훨씬 근본적인 물음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최근 출간된 박신양의 세 번째 저서 <감정의 발견>은 그 질문에 대한 긴 호흡의 답변이다. 이 책은 지난달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과 발맞춰 나왔다. 그가 10여 년에 걸쳐 그림을 그리며 써 내려간 메모들과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쌓아온 기록들이 한 권으로 묶였다. 전시가 시각적 체험이라면, 책은 그 체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이다.그의 전시는 회화에 연극적 구조를 결합한 것으로 유명하다. 배우로 살아온 30여 년 동안 천착해 온 '제4의 벽'(현실과 상상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 모호하고 근본적인 경계)이 그림과 공간이라는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전시가 후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그는 연일 세종미술관에서 아트 토크를 이어가며 관객과 직접 눈을 맞추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진지하고 때로는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예술가 박신양의 세계로 조금 더 들어가 봤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 작가가 단독 전시를 여는 경우가 흔치는 않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측에서 살아 있는 한국 작가가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전시를 진행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저한테는 많은 분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에서 작업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점, 그

    2026.04.23 15:29
  • 주식 시장 ‘AI 열풍’으로 질주… 이번엔 100년 전과 다르겠지

    1929년 가을, 뉴욕의 한 증권사 직원은 퇴근길에 구두닦이 소년에게서 주식 종목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투자자가 다음 날 전 재산을 매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은 무너졌다. 누구나 주식을 입에 올리는 순간이 바로 버블의 정점이라는 오래된 교훈이다.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도 식당, 카페에서도 사람들은 엔비디아 주가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이야기를 나눈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지만, 종종 같은 박자로 운율을 맞춘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풍경이다.인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시장 붕괴의 전말을 8년에 걸친 집요한 추적 끝에 복원해낸 신간 <1929>는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이자 CNBC 경제 방송 앵커로 알려진 앤드루 로스 소킨이 썼다. 그의 전작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파헤친 <대마불사>다. 이번 책은 미국에서 출간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가 추천하기도 했다. 1920년대 미국은 눈부신 황금기였다. 자동차, 세탁기, 그리고 라디오라는 신기술이 세상을 뒤바꾸고 있었고, 사람들은 기술이 가져올 무한한 성장을 의심치 않았다. 미국 다우지수는 1928년 한 해에만 62% 폭등했다. 당시 언론은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생산과 소비 모두 팽창하고 있다"고 일제히 낙관론을 쏟아냈다.그러나 번영의 이면에는 위험한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주가 100달러어치 주식을 사면서 단 10달러만 내고 나머지는 빚으로 충당하는 극단적인 레버리지 투자에 몸을 던졌다. 평범한 직장인부터 가정주부까지 집을 담보로 잡혀가며 시장에 뛰어들었다.저자의 시선이 특히 날카로운 부분은 이 재

    2026.04.22 17:32
  • [이 아침의 소설가] 포스트모던 문학의 거장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쓴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장편소설 <바인랜드>를 원안으로 한 것으로 알려지며 원작자 토머스 핀천(사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난해해서 영상화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그의 작품이 스크린에 옮겨지며 문학적 위상이 재확인됐다.1937년생인 핀천은 반세기 넘게 미국 현대문학의 실험성을 상징한 인물이다. 그는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미국 코넬대에서 공학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보잉에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은 그의 작품에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결합하는 토대가 됐다. 1963년 로 등단한 그는 1973년 필생의 역작 <중력의 무지개>로 미국도서상을 받으며 포스트모던 문학의 거장으로 등극했다.그의 세계관은 냉전 정치, 정보기술, 음모론이 얽힌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구조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철저한 은둔 생활 속에서도 기술과 권력이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추적해 온 핀천은 돈 디릴로 등 후대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진행형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설지연 기자

    2026.04.20 17:33
  • 과학책 판매왕은 '코스모스'…교보문고, 10년간 '톱10' 발표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 도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인 것으로 집계됐다.교보문고는 과학의 날(4월 21일)을 기념해 최근 10년간 과학 분야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1980년 처음 출간된 <코스모스>는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기원을 방대하게 다룬 대중 교양서로, 전 세계적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2위는 1976년 처음 출간됐으며 과학 분야 고전으로 자리 잡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차지했다. 이어 질서와 존재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력의 진화론을 다룬 브라이언 헤어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신경학적 사례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본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나란히 3∼5위에 올랐다.국내 저자 중엔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떨림과 울림>(6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9위) 두 권의 책을 10위권 내에 올렸다.설지연 기자

    2026.04.20 17:10
  •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은 ‘코스모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 도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는 과학의 날(4월 21일)을 기념해 최근 10년간 과학 분야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1980년 처음 출간된 <코스모스>는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기원을 방대하게 다룬 대중 교양서로, 전 세계적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2위는 역시 과학 분야 고전으로 자리 잡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차지했다. 1976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당시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이어 질서와 존재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력의 진화론을 다룬 브라이언 헤어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신경학적 사례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본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나란히 3∼5위에 올랐다.  국내 저자 중엔 유일하게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떨림과 울림>(6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9위) 두 권의 책을 10위권 내에 올렸다.  교보문고는 오는 30일까지 ‘과학책 리뷰왕’ 이벤트를 진행한다. 실제 독자 리뷰를 바탕으로 도서를 큐레이션하고, 참여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과학의 우주 키링’ 등 다양한 굿즈를 제공할 예정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26.04.20 15:34
  • [책마을] "초지능은 인류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을 것"

    인공지능(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시대다. 그러나 그 발전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신간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은 이 질문에 대해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불편한 답을 내놓는다.“누군가 초지능을 만든다면, 모두가 죽는다”는 문장으로 요약되는 이 책은 낙관론이 지배적인 오늘의 AI 담론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인 엘리에저 유드코스키와 네이트 소아레스는 20년 넘게 초지능 위험을 연구해온 인공지능 안전 분야의 선구자들이다. 두 사람은 기존 연구를 중단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이 책 집필에 몰두했다. 그만큼 지금이 인류에게 결정적 선택의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책은 초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를 자극하는 대신, 왜 그런 결론에 이르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가 힘이 아니라 지능이었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이 등장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차근차근 추론한다. 초지능은 인간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목표 달성 과정에서 인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설명은 특히 인상적이다.“AI는 컴퓨터 안에 갇혀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 저자들은 실제 사례로 응수한다. AI 계정 하나가 소셜미디어에 경제적 독립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고, 억만장자 투자자가 이에 응해 거액의 비트코인을 보냈다. AI는 이를 발판 삼아 가상화폐 시장에서 명목상 수백억 원의 자산을 굴리는 존재가 됐다. 충분히 똑똑해진 AI는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인간의 테스트를 통과하고, 스스로의 코드를 인터넷에 복제해 통제망을 벗어날 수 있다. 그 순간부터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

    2026.04.17 17:18
  • [책마을] '신의 입자' 찾아낸 입자물리학 100년 여정

    “허공에 휴지 한 장을 매달아 놓고 대포를 쐈는데, 대포알이 맞고 뒤로 다시 튕겨 나왔다.”1911년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금박에 알파입자를 쏘는 실험 도중 조수로부터 충격적인 보고를 받고 한 말이다. 8000개 중 하나꼴로 입자가 뒤로 튕겨 나왔다는 사실은 당시 과학계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원자 안에 단단한 핵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신간 <자연은 왜 이토록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가>는 20세기 초 원자 구조를 규명하는 실험에서 출발해 2012년 ‘신의 입자’ 힉스보손 발견까지, 입자물리학 100년의 여정을 풀어낸 과학 교양서다. 저자는 이 분야의 결정적 장면들을 현장에서 목격한 과학자 로버트 칸과 크리스 퀴그.“세상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책은 이 간단한 물음을 붙들고 한 세기가 넘게 인류가 어떤 발견을 거듭해왔는지, 어떤 실패와 우연과 집념이 쌓였는지를 인물 중심으로 서술한다. “음악가가 아니어도 교향곡을 감상할 수 있듯, 과학자가 아니어도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아가는 여정은 러더퍼드의 산란 실험에서 시작해 머리 겔만의 쿼크 이론으로 이어진다. 쿼크는 처음엔 수학적 편의를 위한 개념에 불과했다. 그런데 1974년 11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입자가 미국 동부와 서부의 두 실험실에서 거의 동시에 발견됐다. ‘맵시(charm) 쿼크’의 존재가 증명된 것이다. 이 사건은 ‘11월 혁명’이라 불리게 된다.책의 클라이맥스는 2012년 7월 4일 스위스 제네바 유럽핵입자연구소(CERN)에서의 발표다. 대형 강입자 충돌기

    2026.04.17 17:13
  • [책마을] '양해 말씀드린다'고 하지 마세요

    “양해 말씀드립니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양해’는 드리는 게 아니라 구하는 것이므로 “양해를 구합니다”가 맞다.“유감입니다”도 사과의 말이 아니다. 본래 섭섭함과 아쉬움을 뜻하는 말로, 진정한 사과를 대신할 수 없다. 우리는 매일 말하고 쓰면서도, 얼마나 많은 표현을 틀린 줄도 모르고 쓰고 있을까.신간 <우리말 표현 수업>은 이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자들의 어법 선생님’으로 불리는 홍성호 전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기사심사부장이 40년 언론 현장에서 쌓은 말글 감각을 한 권에 담았다.딱딱한 문법책이 아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사례로 들어 무엇이 왜 어색한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짚어준다. “주차시켰다” “만 원이십니다”처럼 무심코 반복해온 표현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새롭게 보인다.저자의 철학은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에 닿아 있다. 물 흐르듯 막힘없이 읽히는 문장이 가장 좋은 글이라는 것이다. 말과 글은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어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신뢰와 품격이 달라진다.언어가 곧 경쟁력인 시대, 가장 실용적인 자기계발은 내 말부터 바로잡는 일일지 모른다.설지연 기자

    2026.04.17 17:11
  • 초지능의 탄생 앞에서,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인공지능(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시대다. 그러나 그 발전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신간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은 이 질문에 대해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불편한 답을 내놓는다.“누군가 초지능을 만든다면, 모두가 죽는다.”는 문장으로 요약되는 이 책은 낙관론이 지배적인 오늘의 AI 담론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저자인 엘리에저 유드코스키와 네이트 소아레스는 20년 넘게 초지능 위험을 연구해온 인공지능 안전 분야의 선구자들이다. 두 사람은 기존 연구를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이 책 집필에 몰두했다. 그만큼 지금이 인류에게 결정적 선택의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책은 초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를 자극하는 대신, 왜 그런 결론에 이르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가 힘이 아니라 지능이었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이 등장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차근차근 추론한다. 초지능은 인간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목표 달성 과정에서 인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설명은 특히 인상적이다. "AI는 컴퓨터 안에 갇혀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 저자들은 실제 사례로 응수한다. AI 계정 하나가 소셜미디어에 경제적 독립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고, 억만장자 투자자가 이에 응해 거액의 비트코인을 보냈다. AI는 이를 발판 삼아 가상화폐 시장에서 명목상 수백억 원의 자산을 굴리는 존재가 됐다. 충분히 똑똑해진 AI는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인간의 테스트를 통과하고, 스스로의 코드를 인터넷에 복제해 통제망을 벗어날 수 있다. 그 순간부터는 되돌릴

    2026.04.16 17:21
  • "양해 말씀드립니다"는 틀린 표현…알고 계셨나요?

    "양해 말씀드립니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양해'는 드리는 게 아니라 구하는 것이므로 "양해를 구합니다"가 맞다."유감입니다"도 사과의 말이 아니다. 본래 섭섭함과 아쉬움을 뜻하는 말로, 진정한 사과를 대신할 수 없다. 우리는 매일 말하고 쓰면서도, 정작 얼마나 많은 표현을 틀린 줄도 모르고 쓰고 있을까.신간 <우리말 표현 수업>은 이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자들의 어법 선생님'으로 불리는 홍성호 전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기사심사부장이 40년 언론 현장에서 쌓은 말글 감각을 한 권에 담았다.딱딱한 문법책이 아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사례로 들어 무엇이 왜 어색한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짚어준다. "주차시켰다", "만 원이십니다"처럼 무심코 반복해온 표현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새롭게 보인다. 저자의 철학은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에 닿아 있다. 물 흐르듯 막힘없이 읽히는 문장이 가장 좋은 글이라는 것이다. 말과 글은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어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신뢰와 품격이 달라진다. 언어가 곧 경쟁력인 시대, 가장 실용적인 자기계발은 내 말부터 바로잡는 일일지 모른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26.04.16 15:33
  •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힉스보손까지 100년 추적기

    "허공에 휴지 한 장을 매달아 놓고 대포를 쐈는데, 대포알이 맞고 뒤로 다시 튕겨 나왔다." 1911년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금박에 알파입자를 쏘는 실험 도중 조수로부터 충격적인 보고를 받고 한 말이다. 8000개 중 하나꼴로 입자가 뒤로 튕겨 나왔다는 사실은 당시 과학계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원자 안에 단단한 핵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간 <자연은 왜 이토록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가>는 20세기 초 원자 구조를 규명하는 실험에서 출발해 2012년 '신의 입자' 힉스보손 발견까지, 입자물리학 100년의 여정을 한 편의 드라마로 풀어낸 과학 교양서다.저자는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수석과학자 로버트 칸과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의 명예 과학자 크리스 퀴그. 두 사람은 이 분야의 결정적 장면들을 현장에서 목격한 이들이다.    이 책의 핵심은 간단한 질문이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 물음을 붙들고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인류가 어떤 발견을 거듭해왔는지, 어떤 실패와 우연과 집념이 쌓였는지를 인물 중심으로 서술한다. 저자들은 책 첫머리에서 직접 말한다."굳이 음악가가 아니어도 교향곡을 감상할 수 있듯이, 전문 과학자가 아니어도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아가는 여정은 러더퍼드의 산란 실험에서 시작해 머리 겔만의 쿼크 이론으로 이어진다. 쿼크는 처음엔 그저 수학적 편의를 위한 개념에 불과했다.그런데 1974년 11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입자가 동부와 서부의 두 실험실에서 거

    2026.04.16 14:49
  • "지금 다이아 사도 될까"…부자들은 이미 보석으로 갈아탔다 [설지연의 독설(讀說)]

    “지금 천연 다이아몬드를 사도 될까. 세계 최고가 루비는 왜 반 토막이 났을까. 그리고 왜 지금 자산가들은 가방 대신 보석을 사기 시작했을까.”최근 럭셔리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스위스 리치몬트 그룹은 최근 회계연도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는데, 성장을 이끈 축은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 등 주얼리 부문이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주요 백화점 럭셔리 주얼리 매출은 25~30% 늘어 전체 매출 증가율(1~2%)을 크게 웃돌았다. 젊은 자산가를 중심으로 이른바 '보석 테크'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신간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추적한 책이다. 금은 시세가 있지만 보석에는 이야기가 붙는다. 같은 다이아몬드라도 산지와 소유 이력, 거래 경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어떤 루비는 8년 만에 가치가 반 토막 나기도 한다. 보석의 가격은 스펙만이 아니라 서사와 시장 구조가 겹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기준을 갖추면 보석은 취향이자 착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는 게 책의 핵심 메시지다.저자 윤성원은 뉴욕 미국보석감정원(GIA)에서 감정·디자인·세공 전 과정을 공부한 뒤 20여년간 글로벌 경매 시장과 광산, 브랜드 현장을 오가며 보석 산업을 연구해온 하이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직업이지만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를 스토리로 연결하는 일종의 '보석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해 왔다.그는 보석을 단순한 사치품이 아닌 경제의 언어로 설명한다. 윤성원 한양대 보석학전공 겸임교수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만났다.▶ 보석감정사이면서 디자인, 세공, 유통까지

    2026.04.14 13:16
  • [책마을] "인간이 자유의지로 선택한다는 건 환상에 불과"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며 산다고 믿는다. 오늘 아침 마신 아메리카노, 서점 매대에서 고심 끝에 집어 든 책 한 권, 그리고 지금 이 기사를 읽기로 한 결심까지.이 모든 것은 나의 ‘자유의지’가 내린 결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간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를 통해 서늘한 선언을 던진다. “당신의 자유의지는 환상이다.”새폴스키는 전작 <행동>에서 인간의 선과 악을 생물학의 언어로 설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책은 그 논의를 한층 더 밀어붙인다.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져 온 ‘자유의지’ 자체를 정면으로 해체하는 작업이다.과학과 철학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자유의지 논쟁에 대해 그는 “자유의지는 생물학적 착각”이라고 결론 내린다. 인간의 행동과 판단은 유전자와 뇌, 호르몬, 환경과 문화가 켜켜이 쌓인 결과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는 순간조차 이미 뇌는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책의 핵심 논거는 뇌과학과 신경생물학 연구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의식적으로 결정하기 전, 이미 뇌의 보조운동영역이 먼저 활성화된다는 실험 결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 몇 시간 전의 허기, 최근의 경험, 호르몬 변화, 어린 시절의 환경까지 영향을 미친다.더 거슬러 올라가면 태아기의 영양 상태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문화까지 작용한다. 인간의 선택은 ‘지금 이 순간’의 결단이라기보다 시간의 층위가 축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새폴스키의 주장은 명확하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이 거대한 연쇄 고

    2026.04.10 18:31
  • [책마을] 지구촌 바닷길 21개로 엿보는 강대국의 힘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의 시선은 연일 호르무즈 해협으로 쏠리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 좁은 해협이 봉쇄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즉각 흔들린다.최근의 전쟁을 이해하려면 지도 위에서 이 해협의 위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신간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2>는 바로 이처럼 “지도를 통해서만 보이는 세계의 구조”를 설명하는 책이다.저자는 프랑스에서 9년째 매주 토요일 방영되는 지정학 프로그램 ‘지도의 이면(Le Dessous des Cartes)’ 진행자로 잘 알려진 에밀리 오브리다. 그는 이번 책에서 호르무즈 해협, 홍해, 남중국해, 흑해, 말라카 해협 등 21세기 국제 정세의 핵심 무대가 된 바닷길 21곳을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읽어낸다. 앞서 1권이 대륙 중심의 지정학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바다라는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다.책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늘날 세계의 힘의 균형은 더 이상 육지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 무역의 90%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고 인터넷 데이터의 98%가 해저 케이블을 따라 이동하는 시대에 바다는 곧 권력의 통로다. 해협 하나의 봉쇄가 곧 세계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이유다.이란 사례는 그 상징적 장면이다. 페르시아만의 유일한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45㎞에 불과하지만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이다. 이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곧 국제 유가와 직결되고, 결국 세계 정치와 군사 전략까지 좌우한다. 바닷길을 장악하는 것이 곧 국가의 힘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홍해 역시 마찬가지다.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 이 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3대 해상

    2026.04.10 18:30
  • [책마을] 세상에 바보가 많은 이유가 궁금하다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탄식한다. 망언을 일삼는 유명인과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지인들 사이에서 “세상에는 왜 이렇게 바보가 많을까”라고. 하지만 노르웨이의 대중 철학자 라르스 스벤젠은 신간 <덜 멍청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을 통해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존재는 바로 ‘거울 속의 멍청이’라고 꼬집는다.저자는 멍청함을 지능의 문제가 아닌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도덕적·철학적 태도’로 정의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판단력은 퇴보한 ‘어리석음의 황금기’에,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세 가지로 해부한다. 남의 말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바보’, 편향된 논리로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멍청이’ 그리고 이를 고집하는 ‘바보 멍청이’다.특히 정치적 진영 논리와 SNS 알고리즘이 만든 ‘에코체임버’ 속에서 현대인이 어떻게 스스로 생각할 권리를 포기하는지 예리하게 분석한다.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안도감이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결국 공론장은 누가 더 확신에 차서 헛소리를 내뱉는지를 겨루는 경연장이 되고 만다는 지적이다.철학적 깊이와 유머를 겸비한 책이다. 타인의 어리석음에 분노하기보다 내 안의 아집을 먼저 들여다보는 ‘지적 겸손’이야말로, 멍청함의 홍수 속에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얘기한다.설지연 기자

    2026.04.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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