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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지연 문화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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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아침의 소설가] 포스트모던 문학의 거장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쓴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장편소설 <바인랜드>를 원안으로 한 것으로 알려지며 원작자 토머스 핀천(사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난해해서 영상화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그의 작품이 스크린에 옮겨지며 문학적 위상이 재확인됐다.1937년생인 핀천은 반세기 넘게 미국 현대문학의 실험성을 상징한 인물이다. 그는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미국 코넬대에서 공학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보잉에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은 그의 작품에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결합하는 토대가 됐다. 1963년 로 등단한 그는 1973년 필생의 역작 <중력의 무지개>로 미국도서상을 받으며 포스트모던 문학의 거장으로 등극했다.그의 세계관은 냉전 정치, 정보기술, 음모론이 얽힌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구조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철저한 은둔 생활 속에서도 기술과 권력이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추적해 온 핀천은 돈 디릴로 등 후대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진행형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설지연 기자

    2026.04.20 17:33
  • 과학책 판매왕은 '코스모스'…교보문고, 10년간 '톱10' 발표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 도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인 것으로 집계됐다.교보문고는 과학의 날(4월 21일)을 기념해 최근 10년간 과학 분야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1980년 처음 출간된 <코스모스>는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기원을 방대하게 다룬 대중 교양서로, 전 세계적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2위는 1976년 처음 출간됐으며 과학 분야 고전으로 자리 잡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차지했다. 이어 질서와 존재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력의 진화론을 다룬 브라이언 헤어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신경학적 사례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본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나란히 3∼5위에 올랐다.국내 저자 중엔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떨림과 울림>(6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9위) 두 권의 책을 10위권 내에 올렸다.설지연 기자

    2026.04.20 17:10
  •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은 ‘코스모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 도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는 과학의 날(4월 21일)을 기념해 최근 10년간 과학 분야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1980년 처음 출간된 <코스모스>는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기원을 방대하게 다룬 대중 교양서로, 전 세계적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2위는 역시 과학 분야 고전으로 자리 잡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차지했다. 1976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당시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이어 질서와 존재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력의 진화론을 다룬 브라이언 헤어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신경학적 사례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본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나란히 3∼5위에 올랐다.  국내 저자 중엔 유일하게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떨림과 울림>(6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9위) 두 권의 책을 10위권 내에 올렸다.  교보문고는 오는 30일까지 ‘과학책 리뷰왕’ 이벤트를 진행한다. 실제 독자 리뷰를 바탕으로 도서를 큐레이션하고, 참여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과학의 우주 키링’ 등 다양한 굿즈를 제공할 예정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26.04.20 15:34
  • [책마을] "초지능은 인류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을 것"

    인공지능(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시대다. 그러나 그 발전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신간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은 이 질문에 대해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불편한 답을 내놓는다.“누군가 초지능을 만든다면, 모두가 죽는다”는 문장으로 요약되는 이 책은 낙관론이 지배적인 오늘의 AI 담론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인 엘리에저 유드코스키와 네이트 소아레스는 20년 넘게 초지능 위험을 연구해온 인공지능 안전 분야의 선구자들이다. 두 사람은 기존 연구를 중단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이 책 집필에 몰두했다. 그만큼 지금이 인류에게 결정적 선택의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책은 초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를 자극하는 대신, 왜 그런 결론에 이르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가 힘이 아니라 지능이었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이 등장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차근차근 추론한다. 초지능은 인간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목표 달성 과정에서 인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설명은 특히 인상적이다.“AI는 컴퓨터 안에 갇혀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 저자들은 실제 사례로 응수한다. AI 계정 하나가 소셜미디어에 경제적 독립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고, 억만장자 투자자가 이에 응해 거액의 비트코인을 보냈다. AI는 이를 발판 삼아 가상화폐 시장에서 명목상 수백억 원의 자산을 굴리는 존재가 됐다. 충분히 똑똑해진 AI는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인간의 테스트를 통과하고, 스스로의 코드를 인터넷에 복제해 통제망을 벗어날 수 있다. 그 순간부터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

    2026.04.17 17:18
  • [책마을] '신의 입자' 찾아낸 입자물리학 100년 여정

    “허공에 휴지 한 장을 매달아 놓고 대포를 쐈는데, 대포알이 맞고 뒤로 다시 튕겨 나왔다.”1911년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금박에 알파입자를 쏘는 실험 도중 조수로부터 충격적인 보고를 받고 한 말이다. 8000개 중 하나꼴로 입자가 뒤로 튕겨 나왔다는 사실은 당시 과학계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원자 안에 단단한 핵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신간 <자연은 왜 이토록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가>는 20세기 초 원자 구조를 규명하는 실험에서 출발해 2012년 ‘신의 입자’ 힉스보손 발견까지, 입자물리학 100년의 여정을 풀어낸 과학 교양서다. 저자는 이 분야의 결정적 장면들을 현장에서 목격한 과학자 로버트 칸과 크리스 퀴그.“세상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책은 이 간단한 물음을 붙들고 한 세기가 넘게 인류가 어떤 발견을 거듭해왔는지, 어떤 실패와 우연과 집념이 쌓였는지를 인물 중심으로 서술한다. “음악가가 아니어도 교향곡을 감상할 수 있듯, 과학자가 아니어도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아가는 여정은 러더퍼드의 산란 실험에서 시작해 머리 겔만의 쿼크 이론으로 이어진다. 쿼크는 처음엔 수학적 편의를 위한 개념에 불과했다. 그런데 1974년 11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입자가 미국 동부와 서부의 두 실험실에서 거의 동시에 발견됐다. ‘맵시(charm) 쿼크’의 존재가 증명된 것이다. 이 사건은 ‘11월 혁명’이라 불리게 된다.책의 클라이맥스는 2012년 7월 4일 스위스 제네바 유럽핵입자연구소(CERN)에서의 발표다. 대형 강입자 충돌기

    2026.04.17 17:13
  • [책마을] '양해 말씀드린다'고 하지 마세요

    “양해 말씀드립니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양해’는 드리는 게 아니라 구하는 것이므로 “양해를 구합니다”가 맞다.“유감입니다”도 사과의 말이 아니다. 본래 섭섭함과 아쉬움을 뜻하는 말로, 진정한 사과를 대신할 수 없다. 우리는 매일 말하고 쓰면서도, 얼마나 많은 표현을 틀린 줄도 모르고 쓰고 있을까.신간 <우리말 표현 수업>은 이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자들의 어법 선생님’으로 불리는 홍성호 전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기사심사부장이 40년 언론 현장에서 쌓은 말글 감각을 한 권에 담았다.딱딱한 문법책이 아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사례로 들어 무엇이 왜 어색한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짚어준다. “주차시켰다” “만 원이십니다”처럼 무심코 반복해온 표현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새롭게 보인다.저자의 철학은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에 닿아 있다. 물 흐르듯 막힘없이 읽히는 문장이 가장 좋은 글이라는 것이다. 말과 글은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어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신뢰와 품격이 달라진다.언어가 곧 경쟁력인 시대, 가장 실용적인 자기계발은 내 말부터 바로잡는 일일지 모른다.설지연 기자

    2026.04.17 17:11
  • 초지능의 탄생 앞에서,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인공지능(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시대다. 그러나 그 발전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신간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은 이 질문에 대해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불편한 답을 내놓는다.“누군가 초지능을 만든다면, 모두가 죽는다.”는 문장으로 요약되는 이 책은 낙관론이 지배적인 오늘의 AI 담론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저자인 엘리에저 유드코스키와 네이트 소아레스는 20년 넘게 초지능 위험을 연구해온 인공지능 안전 분야의 선구자들이다. 두 사람은 기존 연구를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이 책 집필에 몰두했다. 그만큼 지금이 인류에게 결정적 선택의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책은 초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를 자극하는 대신, 왜 그런 결론에 이르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가 힘이 아니라 지능이었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이 등장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차근차근 추론한다. 초지능은 인간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목표 달성 과정에서 인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설명은 특히 인상적이다. "AI는 컴퓨터 안에 갇혀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 저자들은 실제 사례로 응수한다. AI 계정 하나가 소셜미디어에 경제적 독립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고, 억만장자 투자자가 이에 응해 거액의 비트코인을 보냈다. AI는 이를 발판 삼아 가상화폐 시장에서 명목상 수백억 원의 자산을 굴리는 존재가 됐다. 충분히 똑똑해진 AI는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인간의 테스트를 통과하고, 스스로의 코드를 인터넷에 복제해 통제망을 벗어날 수 있다. 그 순간부터는 되돌릴

    2026.04.16 17:21
  • "양해 말씀드립니다"는 틀린 표현…알고 계셨나요?

    "양해 말씀드립니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양해'는 드리는 게 아니라 구하는 것이므로 "양해를 구합니다"가 맞다."유감입니다"도 사과의 말이 아니다. 본래 섭섭함과 아쉬움을 뜻하는 말로, 진정한 사과를 대신할 수 없다. 우리는 매일 말하고 쓰면서도, 정작 얼마나 많은 표현을 틀린 줄도 모르고 쓰고 있을까.신간 <우리말 표현 수업>은 이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자들의 어법 선생님'으로 불리는 홍성호 전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기사심사부장이 40년 언론 현장에서 쌓은 말글 감각을 한 권에 담았다.딱딱한 문법책이 아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사례로 들어 무엇이 왜 어색한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짚어준다. "주차시켰다", "만 원이십니다"처럼 무심코 반복해온 표현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새롭게 보인다. 저자의 철학은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에 닿아 있다. 물 흐르듯 막힘없이 읽히는 문장이 가장 좋은 글이라는 것이다. 말과 글은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어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신뢰와 품격이 달라진다. 언어가 곧 경쟁력인 시대, 가장 실용적인 자기계발은 내 말부터 바로잡는 일일지 모른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26.04.16 15:33
  •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힉스보손까지 100년 추적기

    "허공에 휴지 한 장을 매달아 놓고 대포를 쐈는데, 대포알이 맞고 뒤로 다시 튕겨 나왔다." 1911년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금박에 알파입자를 쏘는 실험 도중 조수로부터 충격적인 보고를 받고 한 말이다. 8000개 중 하나꼴로 입자가 뒤로 튕겨 나왔다는 사실은 당시 과학계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원자 안에 단단한 핵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간 <자연은 왜 이토록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가>는 20세기 초 원자 구조를 규명하는 실험에서 출발해 2012년 '신의 입자' 힉스보손 발견까지, 입자물리학 100년의 여정을 한 편의 드라마로 풀어낸 과학 교양서다.저자는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수석과학자 로버트 칸과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의 명예 과학자 크리스 퀴그. 두 사람은 이 분야의 결정적 장면들을 현장에서 목격한 이들이다.    이 책의 핵심은 간단한 질문이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 물음을 붙들고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인류가 어떤 발견을 거듭해왔는지, 어떤 실패와 우연과 집념이 쌓였는지를 인물 중심으로 서술한다. 저자들은 책 첫머리에서 직접 말한다."굳이 음악가가 아니어도 교향곡을 감상할 수 있듯이, 전문 과학자가 아니어도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아가는 여정은 러더퍼드의 산란 실험에서 시작해 머리 겔만의 쿼크 이론으로 이어진다. 쿼크는 처음엔 그저 수학적 편의를 위한 개념에 불과했다.그런데 1974년 11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입자가 동부와 서부의 두 실험실에서 거

    2026.04.16 14:49
  • "지금 다이아 사도 될까"…부자들은 이미 보석으로 갈아탔다 [설지연의 독설(讀說)]

    “지금 천연 다이아몬드를 사도 될까. 세계 최고가 루비는 왜 반 토막이 났을까. 그리고 왜 지금 자산가들은 가방 대신 보석을 사기 시작했을까.”최근 럭셔리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스위스 리치몬트 그룹은 최근 회계연도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는데, 성장을 이끈 축은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 등 주얼리 부문이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주요 백화점 럭셔리 주얼리 매출은 25~30% 늘어 전체 매출 증가율(1~2%)을 크게 웃돌았다. 젊은 자산가를 중심으로 이른바 '보석 테크'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신간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추적한 책이다. 금은 시세가 있지만 보석에는 이야기가 붙는다. 같은 다이아몬드라도 산지와 소유 이력, 거래 경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어떤 루비는 8년 만에 가치가 반 토막 나기도 한다. 보석의 가격은 스펙만이 아니라 서사와 시장 구조가 겹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기준을 갖추면 보석은 취향이자 착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는 게 책의 핵심 메시지다.저자 윤성원은 뉴욕 미국보석감정원(GIA)에서 감정·디자인·세공 전 과정을 공부한 뒤 20여년간 글로벌 경매 시장과 광산, 브랜드 현장을 오가며 보석 산업을 연구해온 하이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직업이지만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를 스토리로 연결하는 일종의 '보석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해 왔다.그는 보석을 단순한 사치품이 아닌 경제의 언어로 설명한다. 윤성원 한양대 보석학전공 겸임교수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만났다.▶ 보석감정사이면서 디자인, 세공, 유통까지

    2026.04.14 13:16
  • [책마을] "인간이 자유의지로 선택한다는 건 환상에 불과"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며 산다고 믿는다. 오늘 아침 마신 아메리카노, 서점 매대에서 고심 끝에 집어 든 책 한 권, 그리고 지금 이 기사를 읽기로 한 결심까지.이 모든 것은 나의 ‘자유의지’가 내린 결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간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를 통해 서늘한 선언을 던진다. “당신의 자유의지는 환상이다.”새폴스키는 전작 <행동>에서 인간의 선과 악을 생물학의 언어로 설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책은 그 논의를 한층 더 밀어붙인다.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져 온 ‘자유의지’ 자체를 정면으로 해체하는 작업이다.과학과 철학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자유의지 논쟁에 대해 그는 “자유의지는 생물학적 착각”이라고 결론 내린다. 인간의 행동과 판단은 유전자와 뇌, 호르몬, 환경과 문화가 켜켜이 쌓인 결과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는 순간조차 이미 뇌는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책의 핵심 논거는 뇌과학과 신경생물학 연구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의식적으로 결정하기 전, 이미 뇌의 보조운동영역이 먼저 활성화된다는 실험 결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 몇 시간 전의 허기, 최근의 경험, 호르몬 변화, 어린 시절의 환경까지 영향을 미친다.더 거슬러 올라가면 태아기의 영양 상태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문화까지 작용한다. 인간의 선택은 ‘지금 이 순간’의 결단이라기보다 시간의 층위가 축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새폴스키의 주장은 명확하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이 거대한 연쇄 고

    2026.04.10 18:31
  • [책마을] 지구촌 바닷길 21개로 엿보는 강대국의 힘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의 시선은 연일 호르무즈 해협으로 쏠리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 좁은 해협이 봉쇄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즉각 흔들린다.최근의 전쟁을 이해하려면 지도 위에서 이 해협의 위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신간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2>는 바로 이처럼 “지도를 통해서만 보이는 세계의 구조”를 설명하는 책이다.저자는 프랑스에서 9년째 매주 토요일 방영되는 지정학 프로그램 ‘지도의 이면(Le Dessous des Cartes)’ 진행자로 잘 알려진 에밀리 오브리다. 그는 이번 책에서 호르무즈 해협, 홍해, 남중국해, 흑해, 말라카 해협 등 21세기 국제 정세의 핵심 무대가 된 바닷길 21곳을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읽어낸다. 앞서 1권이 대륙 중심의 지정학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바다라는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다.책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늘날 세계의 힘의 균형은 더 이상 육지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 무역의 90%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고 인터넷 데이터의 98%가 해저 케이블을 따라 이동하는 시대에 바다는 곧 권력의 통로다. 해협 하나의 봉쇄가 곧 세계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이유다.이란 사례는 그 상징적 장면이다. 페르시아만의 유일한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45㎞에 불과하지만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이다. 이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곧 국제 유가와 직결되고, 결국 세계 정치와 군사 전략까지 좌우한다. 바닷길을 장악하는 것이 곧 국가의 힘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홍해 역시 마찬가지다.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 이 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3대 해상

    2026.04.10 18:30
  • [책마을] 세상에 바보가 많은 이유가 궁금하다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탄식한다. 망언을 일삼는 유명인과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지인들 사이에서 “세상에는 왜 이렇게 바보가 많을까”라고. 하지만 노르웨이의 대중 철학자 라르스 스벤젠은 신간 <덜 멍청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을 통해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존재는 바로 ‘거울 속의 멍청이’라고 꼬집는다.저자는 멍청함을 지능의 문제가 아닌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도덕적·철학적 태도’로 정의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판단력은 퇴보한 ‘어리석음의 황금기’에,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세 가지로 해부한다. 남의 말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바보’, 편향된 논리로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멍청이’ 그리고 이를 고집하는 ‘바보 멍청이’다.특히 정치적 진영 논리와 SNS 알고리즘이 만든 ‘에코체임버’ 속에서 현대인이 어떻게 스스로 생각할 권리를 포기하는지 예리하게 분석한다.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안도감이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결국 공론장은 누가 더 확신에 차서 헛소리를 내뱉는지를 겨루는 경연장이 되고 만다는 지적이다.철학적 깊이와 유머를 겸비한 책이다. 타인의 어리석음에 분노하기보다 내 안의 아집을 먼저 들여다보는 ‘지적 겸손’이야말로, 멍청함의 홍수 속에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얘기한다.설지연 기자

    2026.04.10 18:20
  • 세상에 왜 이렇게 바보가 많은지 궁금한 당신에게 필요한 책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탄식한다. 망언을 일삼는 유명인과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지인들 사이에서 "세상에는 왜 이렇게 바보가 많을까"라고. 하지만 노르웨이의 대중 철학자 라르스 스벤젠은 신간 <덜 멍청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을 통해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존재는 바로 '거울 속의 멍청이'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멍청함을 지능의 문제가 아닌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도덕적·철학적 태도'로 정의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판단력은 퇴보한 '어리석음의 황금기'에,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세 가지로 해부한다. 남의 말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바보', 편향된 논리로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멍청이', 그리고 이를 고집하는 '바보 멍청이'다. 특히 정치적 진영 논리와 SNS 알고리즘이 만든 '에코체임버' 속에서 현대인이 어떻게 스스로 생각할 권리를 포기하는지 예리하게 분석한다.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안도감이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결국 공론장은 누가 더 확신에 차서 헛소리를 내뱉는지를 겨루는 경연장이 되고 만다는 지적이다.철학적 깊이와 유머를 겸비한 이 책은 "생각한다는 것은 안전한 모방의 항구를 떠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일"이라며 독자들을 독려한다. 타인의 어리석음에 분노하기보다 내 안의 아집을 먼저 들여다보는 '지적 겸손'이야말로, 멍청함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란 얘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26.04.09 16:10
  • 지구촌 바닷길 21곳으로 읽어주는 세계 권력의 질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의 시선은 연일 호르무즈 해협으로 쏠리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 좁은 해협이 봉쇄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즉각 흔들린다.최근의 전쟁을 이해하려면 지도 위에서 이 해협의 위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신간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2>는 바로 이처럼 “지도를 통해서만 보이는 세계의 구조”를 설명하는 책이다.저자는 프랑스에서 9년째 매주 토요일 방영되는 지정학 프로그램 ‘지도의 이면(Le Dessous des Cartes)’ 진행자로 잘 알려진 에밀리 오브리다. 그는 이번 책에서 호르무즈 해협, 홍해, 남중국해, 흑해, 말라카 해협 등 21세기 국제 정세의 핵심 무대가 된 바닷길 21곳을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읽어낸다. 앞서 1권이 대륙 중심의 지정학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바다라는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다.책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늘날 세계의 힘의 균형은 더 이상 육지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 무역의 90%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고 인터넷 데이터의 98%가 해저 케이블을 따라 이동하는 시대에 바다는 곧 권력의 통로다. 해협 하나의 봉쇄가 곧 세계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이유다.이란 사례는 그 상징적 장면이다. 페르시아만의 유일한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45㎞에 불과하지만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이다. 이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곧 국제 유가와 직결되고, 결국 세계 정치와 군사 전략까지 좌우한다. 바닷길을 장악하는 것이 곧 국가의 힘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홍해 역시 마찬가지다.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 이 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3대 해상

    2026.04.09 16:02
  • “당신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허상”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며 산다고 믿는다. 오늘 아침 마신 아메리카노, 서점 매대에서 고심 끝에 집어 든 책 한 권, 그리고 지금 이 기사를 읽기로 한 결심까지.이 모든 것은 나의 '자유의지'가 내린 결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간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를 통해 서늘한 선언을 던진다. "당신의 자유의지는 환상이다."새폴스키는 전작 <행동>에서 인간의 선과 악을 생물학의 언어로 설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책은 그 논의를 한층 더 밀어붙인다.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져 온 '자유의지' 자체를 정면으로 해체하는 작업이다.과학과 철학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자유의지 논쟁에 대해 그는 "자유의지는 생물학적 착각"이라고 결론 내린다. 인간의 행동과 판단은 유전자와 뇌, 호르몬, 환경과 문화가 켜켜이 쌓인 결과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는 순간조차 이미 뇌는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책의 핵심 논거는 뇌과학과 신경생물학 연구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의식적으로 결정하기 전, 이미 뇌의 보조운동영역이 먼저 활성화된다는 실험 결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 몇 시간 전의 허기, 최근의 경험, 호르몬 변화, 어린 시절의 환경까지 영향을 미친다.더 거슬러 올라가면 태아기의 영양 상태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문화까지 작용한다. 인간의 선택은 '지금 이 순간'의 결단이라기보다 시간의 층위가 축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새폴스키의 주장은 명확하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이 거대한 연쇄 고리 어

    2026.04.09 15:59
  • [책마을] 저항과 혁명의 나라…우리는 이란을 모른다

    전 세계의 시선이 다시 중동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국가 분쟁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중동 질서와 더불어 지구촌 에너지 체제, 21세기 기술 패권의 교차하는 분수령이다. 급변하는 정세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도서들을 소개한다. ◇ 지형이 곧 무기미·이란 전쟁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땅에 있다. 팀 마샬의 <지리의 힘 2>는 이란이 왜 외부 압박에 이토록 완강하게 저항하는지 그 ‘지리적 고집’의 근거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란을 ‘지리가 선사한 요새이자 스스로 갇힌 감옥’으로 규정한다. 전작 <지리의 힘 1>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산맥과 강이라는 물리적 조건 속에서 어떻게 패권을 형성했는지 거시적 틀을 제시했다면, 2권은 그 시선을 구체적인 요충지로 확장한다. 자그로스 산맥 등 험준한 지형이 외세의 침입을 막는 성벽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내부 고립과 폐쇄성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비대칭 무기로 활용하는 전략 역시 지형적 숙명으로 풀이한다.로버트 D. 카플란의 <지리의 복수>는 이란을 중동 지정학의 핵심 축으로 규정한다. 그는 이란이 이란 고원을 거의 온전히 점유하고 있고, 북쪽으로 카스피해, 남쪽으로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로 이어지는 해양 접근로를 동시에 확보한 드문 국가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과 풍부한 인구, 에너지 자원은 이란을 중동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연결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카플란은 또 이란을 단순한 혁명 국가가 아니라 오랜 페르시아 문명권의

    2026.04.03 17:21
  • [책마을] 비쌀 수록 완벽해질까…결혼식 비용 추적기

    혼인율은 떨어지는데 결혼식 비용은 오른다.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는 물가 상승률을 비웃듯 치솟고,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상식과 어긋난 이 역설에서 신간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은 출발한다. 패션 산업의 과잉 생산을 비판해 온 저자 이소연은 자신의 결혼 준비 경험과 업계 관계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국의 ‘K-웨딩’이 어떻게 설계된 소비 구조인지 집요하게 추적한다.저자는 결혼식 준비 과정을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방식 그대로를 닮아 있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정의한다. 인생의 단 한 번뿐인 순간을 ‘완벽’하게 장식해야 한다는 강박은 예비부부를 끝없는 소비의 굴레로 밀어 넣는다.프러포즈 대행부터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숍 투어, 추가금이 일상이 된 패키지 계약까지. 축복의 의례여야 할 결혼식은 어느덧 수많은 선택지와 지출 내역으로 점철된 고단한 노동이 된다.책은 웨딩 산업의 소비자 기만적 구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추가금 파티, 불투명한 계산서, 불합리한 취소 수수료 등은 예비부부의 ‘진심’을 볼모로 유지된다.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산업의 부조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결혼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포착한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 과잉 소비가 초래한 환경 문제, 그리고 결혼 준비 과정에서 여전히 공고하게 작동하는 가부장적 역할 분담이 그것이다.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결혼식을 ‘정상성’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분기점으로 해석한 부분이다. 입시와 취업이라는

    2026.04.03 17:19
  • [책마을] '20조 스포츠 제국' 일군…F1 산업의 설계자들

    매년 전 세계 20여 개국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F1(포뮬러 원)은 연간 누적 시청자 15억 명, 매년 2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정점이다. 신간 <F1 더 포뮬러>는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던 F1이 어떻게 현대 스포츠 비즈니스의 지배적 모델로 우뚝 섰는지 그 70년의 궤적을 치밀하게 추적한다.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베테랑 기자인 두 저자는 트랙 위의 속도보다 ‘혁신의 속도’에 주목한다. 책은 현대 F1의 기틀을 닦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기술의 한계를 시험했던 엔지니어 콜린 채프먼과 전통을 브랜드 신화로 승화시킨 엔초 페라리의 대립은 F1 초기 역사를 지탱하는 축이다.특히 책이 주목하는 인물은 수십 년간 F1의 상업적 토대를 구축한 버니 에클스턴이다. 중고차 딜러 출신의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TV 중계권의 가치를 간파했다. 그는 각 팀과 서킷 주최 측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담배 자본을 끌어들여 현대적 스폰서십의 개념을 정립했다. 저자들은 에클스턴의 행보를 “스포츠 상업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쿠데타”라 평한다.책은 F1이 가진 극적인 서사 또한 놓치지 않는다. 아일톤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가 벌였던 사투는 전설적인 라이벌전으로 기록되지만, 저자들은 그 이면의 공학적 계산과 정치적 암투까지 파헤친다.F1을 뒤흔든 스캔들도 흥미롭다. 평범한 복사 가게에서 시작된 1억 달러 규모의 산업 스파이 사건, 승리를 위해 고의로 사고를 조작한 비리 등은 F1이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얼마나 치열한 정보전과 심리전의 장인지를 보여준다. 책은 이러한 요소조차 F1이라는 쇼를 구성하는 핵심 콘텐츠로 소비되는 과정을 담담

    2026.04.03 17:09
  • [책마을] 예일대 엘리트마저 무너뜨린 조현병

    1998년 미국, 예일대 로스쿨을 다니던 천재 청년 마이클 라우도어가 임신한 연인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조현병 낙인에 맞선 승리자로 추앙받던 인물이었기에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컸다.신간 <슬픈 살인>의 저자 조너선 로즌은 어린 시절 친구였던 마이클의 일생을 추적하며, 그가 왜 ‘희망의 아이콘’에서 ‘비극의 가해자’가 되었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저자는 개인의 회고록을 넘어 정신질환을 대하는 미국 사회의 인식과 제도적 허점을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천재와 환자, 엘리트와 살인자라는 극단적 정체성 사이에서 부서진 한 인간의 삶은 정신질환 관리의 책임을 개인과 시장에 떠넘긴 현대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철저한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이 르포르타주는 단순한 범죄 실화를 넘어선다.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복잡한 진실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다운 치밀한 구성과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설지연 기자

    2026.04.03 17:08
  • 예일대 엘리트마저 살인자로 무너뜨린 그 이름, 조현병

    1998년 미국, 예일대 로스쿨을 다니던 천재 청년 마이클 라우도어가 임신한 연인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조현병 낙인에 맞선 승리자로 추앙받던 인물이었기에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컸다.신간 <슬픈 살인>의 저자 조너선 로즌은 어린 시절 친구였던 마이클의 일생을 추적하며, 그가 왜 ‘희망의 아이콘’에서 ‘비극의 가해자’가 되었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저자는 개인의 회고록을 넘어 정신질환을 대하는 미국 사회의 인식과 제도적 허점을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천재와 환자, 엘리트와 살인자라는 극단적 정체성 사이에서 부서진 한 인간의 삶은 정신질환 관리의 책임을 개인과 시장에 떠넘긴 현대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철저한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이 르포르타주는 단순한 범죄 실화를 넘어선다.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복잡한 진실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다운 치밀한 구성과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26.04.02 16:33
  • 비쌀 수록 완벽해지노라…신간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혼인율은 떨어지는데 결혼식 비용은 오른다.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는 물가 상승률을 비웃듯 치솟고,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상식과 어긋난 이 역설에서 신간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은 출발한다. 패션 산업의 과잉 생산을 비판해 온 저자 이소연은 자신의 결혼 준비 경험과 업계 관계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국의 ‘K-웨딩’이 어떻게 설계된 소비 구조인지 집요하게 추적한다.저자는 결혼식 준비 과정을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방식 그대로를 닮아 있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정의한다. 인생의 단 한 번뿐인 순간을 ‘완벽’하게 장식해야 한다는 강박은 예비부부를 끝없는 소비의 굴레로 밀어 넣는다.프러포즈 대행부터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숍 투어, 추가금이 일상이 된 패키지 계약까지. 축복의 의례여야 할 결혼식은 어느덧 수많은 선택지와 지출 내역으로 점철된 고단한 노동이 된다.책은 웨딩 산업의 소비자 기만적 구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추가금 파티, 불투명한 계산서, 불합리한 취소 수수료 등은 예비부부의 ‘진심’을 볼모로 유지된다.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산업의 부조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결혼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포착한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 과잉 소비가 초래한 환경 문제, 그리고 결혼 준비 과정에서 여전히 공고하게 작동하는 가부장적 역할 분담이 그것이다.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결혼식을 ‘정상성’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분기점으로 해석한 부분이다. 입시와 취업이라는

    2026.04.02 15:17
  • 그들은 억압의 순간을 두려움없이 마주했다

    ‘격변과 억압의 순간을 두려움 없이 마주했다.’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작들의 공통점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비극을 섬세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 6편이 31일(현지시간) 발표됐다.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 후보작에는 식민지 지배와 혁명, 전체주의 체제 같은 20세기 세계사 장면을 문학의 렌즈로 다시 비춘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다.부커상이 발표한 최종 후보 6명에는 다니엘 켈만(독일), 마리 은디아예(프랑스), 양솽쯔(대만), 르네 카라바시(불가리아), 시다 바지야르(독일), 아나 파울라 마이아(브라질)가 이름을 올렸다.부커상이 영어로 쓰인 장편소설에 수여하는 상이라면,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영어 외의 언어로 쓰인 작품을 작가와 번역가에게 함께 수여하는 상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 상은 2016년 한강이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수상하며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올해 후보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사적 격변의 순간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Taiwan Travelogue)는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 지배 아래 놓인 대만을 배경으로 식민지 경험과 언어, 권력의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동아시아 작가 중 유일하게 후보에 올라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4년 미국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한 이 작품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돼 있다.독일의 거장 다니엘 켈만의 <감독>(The Director)은 영화감독 G.W. 파브스트의 삶

    2026.04.01 17:57
  • 전쟁과 격변의 시대…부커상이 주목한 건 ‘역사의 울림’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 6편이 31일(현지시간) 발표됐다.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 후보작에는 식민지 지배와 혁명, 전체주의 체제 같은 20세기 세계사 장면을 문학의 렌즈로 다시 비춘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다.   부커상이 발표한 최종 후보 6명에는 다니엘 켈만(독일), 마리 은디아예(프랑스), 양솽쯔(대만), 르네 카라바시(불가리아), 시다 바지야르(독일), 아나 파울라 마이아(브라질)가 이름을 올렸다. 부커상이 영어로 쓰인 장편소설에 수여하는 상이라면,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영어 외의 언어로 쓰인 작품을 작가와 번역가에게 함께 수여하는 상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 상은 2016년 한강이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수상하며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올해 후보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사적 격변의 순간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Taiwan Travelogue)는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 지배 아래 놓인 대만을 배경으로 식민지 경험과 언어, 권력의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동아시아 작가 중 유일하게 후보에 올라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4년 미국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한 이 작품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돼 있다. 독일의 거장 다니엘 켈만의 <감독>(The Director)은 영화감독 G.W. 파브스트의 삶을 바탕으로 나치 시대 예술가의 선택과 책임을 탐색한 작품이다. 예술가가 독재 권력과 타협하거나 저항하는 과정을 다루며 현대 사회에 ‘예술의 윤리&r

    2026.04.01 12:00
  • 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 佛 최고 SF 문학상 최종후보 선정

    한국 판타지 문학의 거장 이영도 작가의 장편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장르 문학상의 최종 결선에 올랐다. 프랑스 SF·판타지 문학상인 ‘그랑 프리 드 리마지네르’(Grand Prix de l'Imaginaire)는 30일(현지시간) <눈물을 마시는 새>(프랑스판 제목: Le Cœur des Nagas)가 외국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1974년 제정된 이 상은 언론인, 작가, 평론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는 상이다. 프랑스 현지 출판계에서는 이 상의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유럽 시장 내에서 작품성을 공인받은 것으로 평가한다.이번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은 총 6편으로, 세계적인 SF 대가들도 포함됐다. 주요 경쟁작으로는 세계환상문학상 수상자인 거장 기 가브리엘 케이의 <바다의 모든 파도 위에>와 휴고상 수상자 니 보의 <인어 여왕>을 비롯해 알렉스 란드라갱, 제데디아 베리 등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들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3년 출간된 <눈물을 마시는 새>는 도깨비, 씨름, 윷놀이 등 한국 고유의 소재를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녹여내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기념비적 작품이다. 현재까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30여 개국에 번역 수출됐으며, 프랑스어판 1권은 출간 4개월 만에 2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현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의 번역으로 오는 6월 미국과 영국에서 첫 권 출간을 앞두고 있어 이번 후보 선정 소식은 영미권 진출에도 큰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최종

    2026.03.31 10:40
  • [이 아침의 소설가] 역사 속 왜곡 파헤친 대만 문학의 아이콘

    올해 인터내셔널 부커상 롱리스트(1차 후보)에 오른 대만 소설가 양솽쯔(본명 양뤄츠·사진)는 현재 세계 문학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다. 2024년 미국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킨 그는 ‘대만 문학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1984년 대만 타이중에서 태어난 그는 대만의 역사와 식민지 경험, 언어와 번역의 문제를 교차시키는 서사로 국제 독자층을 넓혀왔다.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장편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이다. 일제강점기 대만을 배경으로 일본인 작가와 대만인 통역사의 여정을 그린 메타 픽션이다. 퀴어 로맨스의 형식을 빌려 식민지 지배 구조와 역사의 왜곡을 날카롭게 해부했다는 평을 받는다.양솽쯔는 5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와 일본 서브컬처 및 대만 역사를 공유하며 성장했다. 2015년 동생이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그는 ‘두 사람 몫’의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 작가가 인터내셔널 부커상 롱리스트에 오른 것은 2018년 우밍이에 이어 두 번째다.설지연 기자

    2026.03.30 17:48
  • [책마을] 다정함이란 인류의 기만적인 속성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이 된 이래, 인류는 협력과 이타심이 문명을 지탱하는 고귀한 뿌리라고 믿어 왔다. 성선설에 기반한 이 낙관적 믿음은 인간을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도덕적 존재로 규정한다.신진 사회과학자 조너선 R. 굿먼은 신간 <다정함의 배신>을 통해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인류학, 진화생물학 등을 넘나드는 분석을 통해 ‘다정함’이 사실은 자원을 선점하고 타인을 기만하기 위한 정교한 생존 기술이었음을 규명한다.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통렬하다. 인류가 본질적으로 다정한 존재라면, 왜 착취와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는가. 책에 따르면 인간은 태생적 자본주의자로서 각 시대의 자본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다정함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왔다.저자는 ‘독재자 게임’이나 ‘죄수의 딜레마’ 같은 심리 실험을 인용하며, 이타심이 때로 자신의 미덕을 과시하거나 보이지 않는 경쟁을 감추는 수단으로 기능했음을 증명한다. 노숙자에게 기부하면서도 그를 집으로 초대하지 않는 이중성, 평등 교육을 외치면서 사교육에 집착하는 현실이 바로 인간 본성의 민낯이다.책은 인간 본성의 불완전함과 기만적 속성을 직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신뢰와 연대가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제언을 내놓는다.설지연 기자

    2026.03.27 18:01
  • [책마을] 이젠 동맹국 목줄까지 조른다…美 외교 변천사 20년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라는 굴레를 씌웠다.보스포루스해협에는 갈 곳 잃은 유조선들이 거대한 정체를 이뤘다. 지리적 요충지이자 경제적 급소인 이른바 ‘초크포인트(Choke Point)’를 둘러싼 이 풍경들은 현대 전쟁의 본질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미 국무부와 재무부에서 경제 제재 전략을 직접 설계했던 에드워드 피시먼의 신간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원제: Choke Point)는 지난 20년간 미국 외교정책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미사일’에서 ‘경제 무기’로 이동했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 기록이다.저자는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전파했던 ‘세계화’라는 복음이 어떻게 종언을 고했는지에 주목한다. 자유무역과 상호의존이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으로 판명됐다. 대신 미국은 상호의존성 그 자체를 무기화하기 시작했다. 상대국이 미국 주도의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급소’를 찾아내 그 연결권을 박탈하는 전략이다.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 결제망에서 축출하고,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 네트워크를 차단해 전쟁 자금줄을 말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첨단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을 통제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지경학적 공세로까지 진화했다.책은 이 과정을 네 가지 결정적 국면으로 나누어 살핀다. 이란 핵협정,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중국과의 기술 패권

    2026.03.26 15:32
  • 평등을 외치면서도 내 아이 사교육에 매달리는 인간 본성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이 된 이래, 인류는 협력과 이타심이 문명을 지탱하는 고귀한 뿌리라고 믿어 왔다. 성선설에 기반한 이 낙관적 믿음은 인간을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도덕적 존재로 규정한다.그러나 신진 사회과학자 조너선 R. 굿먼은 신간 <다정함의 배신>을 통해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인류학, 진화생물학 등을 넘나드는 분석을 통해 '다정함'이 사실은 자원을 선점하고 타인을 기만하기 위한 정교한 생존 기술이었음을 규명한다.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통렬하다. 인류가 본질적으로 다정한 존재라면, 왜 착취와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책에 따르면 인간은 태생적 자본주의자로서 각 시대의 자본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다정함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왔다.저자는 '독재자 게임'이나 '죄수의 딜레마' 같은 심리 실험을 인용하며, 이타심이 때로 자신의 미덕을 과시하거나 보이지 않는 경쟁을 감추는 수단으로 기능했음을 증명한다. 노숙자에게 기부하면서도 그를 집으로 초대하지 않는 이중성, 평등 교육을 외치면서 사교육에 집착하는 현실이 바로 인간 본성의 민낯이다. 결국 책은 인간 본성의 불완전함과 기만적 속성을 직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신뢰와 연대가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제언을 내놓는다. 도덕적 과시를 멈추고 인간이 상황에 따라 협력과 경쟁이라는 도구를 갈아 끼우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26.03.26 15:31
  • 굉음 내며 질주하는 ‘20조원짜리 제국’… F1 산업의 설계자들

    매년 전 세계 20여 개국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F1(포뮬러 원)은 연간 누적 시청자 15억 명, 매년 2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정점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서킷 뒤편에는 권력과 자본, 천재적인 전략과 추악한 스캔들이 뒤엉킨 거대한 드라마가 숨어 있다.신간 <F1 더 포뮬러>는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던 F1이 어떻게 현대 스포츠 비즈니스의 지배적 모델로 우뚝 섰는지 그 70년의 궤적을 치밀하게 추적한다.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베테랑 기자인 두 저자는 트랙 위의 속도보다 ‘혁신의 속도’에 주목한다. 책은 현대 F1의 기틀을 닦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기술의 한계를 시험했던 엔지니어 콜린 채프먼과 전통을 브랜드 신화로 승화시킨 엔초 페라리의 대립은 F1 초기 역사를 지탱하는 축이다.특히 책이 주목하는 인물은 수십 년간 F1의 상업적 토대를 구축한 버니 에클스턴이다. 중고차 딜러 출신의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TV 중계권의 가치를 간파했다. 그는 각 팀과 서킷 주최 측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담배 자본을 끌어들여 현대적 스폰서십의 개념을 정립했다. 저자들은 에클스턴의 행보를 “스포츠 상업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쿠데타”라 평한다.책은 F1이 가진 극적인 서사 또한 놓치지 않는다. 아일톤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가 벌였던 사투는 전설적인 라이벌전으로 기록되지만, 저자들은 그 이면의 공학적 계산과 정치적 암투까지 파헤친다.F1을 뒤흔든 스캔들도 흥미롭다. 평범한 복사 가게에서 시작된 1억 달러 규모의 산업 스파이 사건, 승리를 위해 고의로 사고를 조작한 비리 등은 F1이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얼마나 치열한 정

    2026.03.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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