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앞서 4월, 5월, 7월, 8월, 10월 회의에서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이날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사상 첫 6회 연속 인상 기록을 세웠다.
김범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레고랜드 및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등을 거치며 얼어붙은 단기 금융시장에 대해 우려했다. 시장금리 급등 수준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위험이 노출된 금융사 지원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지원해 어려움을 막으면 좋지만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를 막기 위해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24일 이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통화정책 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단기 금융시장에 과도한 신뢰 상실이 발생해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더 올랐다"며 "부동산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에 대한 쏠림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미시적 정책으로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불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사건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 총재는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대해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 등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얼어붙은 단기 금융시장은 정부가 '50조원+알파(α)’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음에도 안정세를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어음(CP) 금리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찍고 있고, PF-ABCP 금리는 연 20% 수준까지 올랐다.이 총재는 관련 위험에 노출된 기업에 대해 선제적인 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막으면 좋겠지만 반드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를 야기해선 안된다"며 "그동안 벌었던 돈으로 스스로 구제책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창용 총재는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하며,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도 했다.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이날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금리차는 0.75%포인트로 좁혀졌다.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12월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밟아 한미 금리차가 벌어져도 12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이 총재는 187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부채가 계속 쌓이는 것은 국가경제 전체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가계의 부채의 증가 속도가 꺾인 점은 금리인상이 긍정적 효과를 보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가계 뿐 아니라 기업 부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 대출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상당폭 늘어났고 중간재 상승으로 운영자금 등에 필요한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연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을 하향했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 물가상승) 가능성이나 위기 상황은 아직 아니다"며 "전 세계 경기둔화 여파에 보수적으로 성장률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이번 성장률 하향 조정의 90% 이상 요인은 수출 둔화"라며 "내년 상반기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고 반도체 경기가 3분기 이후 개선될 것을 예상하면 하반기엔 2%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한국은행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경기 둔화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를 인상했지만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돼 0.25%p 인상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24일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인상폭을 결정했다"고 전했다.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11월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25%로 인상했다. 이와함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하며 지난 전망치(2.1%)보다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또 국고채 금리 및 환율이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단기금융시장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등의 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거래도 위축되는 등 자금경색이 나타나는 부분을 우려했다.이에 금통위는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금융안정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이날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중 상시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 금리를 연 1.5%에서 연 1.75%로 인상하기로 했다.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한국은행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물가 및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연속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은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부채 부담은 커지게 됐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전체 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에서 0.25%p 인상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 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12월 추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지 않은 만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는 연 3.25%로 마무리됐다.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며 3%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환부문 리스크가 증대돼 정책 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그러나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과 함께 물가정점론이 힘을 받고, 원·달러 환율도 가파른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1440원대를 뚫었던 원·달러 환율은 1350원선에서 거래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상승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국내 금리 인상폭을 축소하는 배경이 됐다. 23일(현지시간) 새벽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 고위 관리 대부분이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 통화긴축이 결국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12월 Fed가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한은이 역사상 첫 여섯 차례 줄인상(4·5·7·8·10·11월)을 단행하면서 가계의 빚 부담은 늘어나게 됐다. 한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인 0.25%포인트 만큼 오르면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4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산출됐다. 가계의 전체 이자 부담 규모는 3조3000억원 늘었다. 물론 실제 부담하는 가계의 이자부담은 가산금리나 시장금리 상승폭 등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다.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 대출 금리 산출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98%를 기록,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상승폭(0.58%포인트)도 최대였다. 은행은 상승분을 고스란히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에 반영한다. 국내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연 8%를 돌파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올해 안에 연 9%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경기 침체 먹구름이 몰려오는 점도 가계의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직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연 2.1%에서 1.7%로 낮췄다. 2020년 코로나19여파로 인한 역(-)성장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낼 것이란 얘기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내년 국내 성장률 전망치(1.8%)보자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OECD는 국내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에 소비가 제약되고 반도체 경기 하락 등으로 수출이 둔화할 것이라고 봤다.국내 경제가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네 차례의 '위기' 뿐이었다. 1980년 오일쇼크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이다. 2024년도 국내 성장률 전망치가 1%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