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네옴시티 속도전에
공기 절반 단축하는 모듈러 채택
핵심 '더라인'에도 대거 적용 기대
국내 기업 대규모 수주 기회 될듯
신성장 동력으로 '모듈러 드라이브'
네옴시티 수주 선봉 맡은 ‘K모듈러’
16일 업계에 따르면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이후 삼성물산과 포스코는 네옴시티를 운영하는 네옴사와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D&B(Design&Build·설계 및 구축) 계약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0억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네옴시티에 1만 가구를 짓는 주거 단지 조성 사업이다.초대형 공사 현장의 관련 인력이 거주하기 위한 숙소 용도지만 네옴시티의 핵심인 직선 도시 ‘더라인’ 내 주택 건설을 위한 테스트베드(시험장) 성격이 짙다는 게 사우디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듈러 주택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파악한 뒤 실제 더라인 내 주택 건설에 대거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시티의 빠른 완공과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어 공사 기간 단축이 가능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가 큰 모듈러 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옴시티 내 첫 주거 단지라는 상징성도 고려해 수요에 따라 다양한 설계가 가능한 모듈러 주택을 선호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네옴시티의 모듈러 주택 프로젝트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파트너사와 사업 규모 등은 현재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는 전체 부지만 2만6500㎢로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한다.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는 이 사업에 모듈러 공법이 핵심으로 자리잡은 건 무엇보다 더운 날씨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짧은 공사 기간 덕분이다. 친환경 스마트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AI)·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이 쉽고 폐기물 발생이 없다는 점도 네옴시티 발주처를 사로잡은 배경이 됐다.
모듈러 공법은 기둥·슬래브(판 형태의 구조물)·보(수평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재) 등 주요 구조물 제작과 건축 마감을 공장에서 미리 한 뒤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하는 방식이다. 공장에서 선제작하기 때문에 별도의 폐기물 발생이 적고 재사용도 가능하다. 모듈러 건축은 날씨나 현장 인력 구조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공사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1000가구 주택 기준으로 철근 콘크리트 공법은 약 3년6개월이 걸리는 데 비해 모듈러 공법은 절반인 1년8개월 만에 건설이 가능하다.
“국내 모듈러 시장 10년간 15배 성장”
모듈러 공법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최대 2조2200억원(건축 시장 2% 성장, 모듈러 시장 점유율 1% 가정)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가 1457억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10년 동안 15배 이상 성장한다는 얘기다.중소형 제작 업체들이 주를 이루던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에는 포스코 그룹사 포스코A&C를 시작으로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등이 줄줄이 뛰어들고 있다. 향후 5년간 270만 가구의 주택 공급을 내건 정부도 모듈러 공법을 주목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모듈러 주택 공급도 늘리는 추세다. 이달 초엔 LH·계룡건설이 가구 수(416가구)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세종 통합공공임대 모듈러 주택을 발주했다. 우선협상자로는 포스코A&C가 선정됐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택 공급뿐 아니라 다양한 인프라·주택 수요가 쏟아지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모듈러 공법으로 한국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