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내에서 ‘인플레이션 정점론’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7.7%)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임금 상승 등 물가 자극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UBS콘퍼런스에서 10월 CPI 상승률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좋지만 이 역시 큰 폭의 오름세”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너무 앞서 나갔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발표된 10월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7.9%)와 전달 상승률(8.2%)을 밑돌았지만, 추세적인 둔화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얘기다.

월러 이사는 “소득이 빠르게 감소하지 않는 이상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미국 고용시장의 강력한 구인 수요가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어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금리 인상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흐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2%)에 근접할 때까지 기준금리는 계속 상승할 것이고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월러 이사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 달러 가치는 반등했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6.96을 기록하며 전거래일 대비 0.63%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오전 엔화 대비 달러 가치가 0.8% 오르는 등 지난주 달러 가치 손실분을 일부 만회했다”고 전했다.

다만 월러 이사는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12월 또는 내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끝내고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통화 정책 결정 시) 누적된 긴축 효과, 세계 경제 전반에 걸친 위험 등 염두에 둬야 할 게 많다”며 “Fed는 금리 인상을 언제 중단할 것인지 결정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