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왼쪽 여섯 번째)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카카오·네이버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왼쪽 여섯 번째)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카카오·네이버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 먹통 사태 해법을 두고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독과점 문제를 거론하면서다. 시장에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경쟁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획일적 규제로 흘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획일적 규제가 아니라 경쟁 촉진이 궁극적 해법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기업 책임 방기’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로 방향을 트는 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사태는 ‘국민 메신저’ 역할을 하는 카카오톡 운영사인 카카오가 이에 걸맞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 실패’가 1차적 원인이란 점에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백업 시스템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카카오는 비용 절감을 위해 투자하지 않은 것 같다”며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돈 되는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데이터센터 이원화 등 기본적인 투자를 방기했고, 그 민낯이 이번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집중 투자하고 재난 대비 훈련도 철저히 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이 섣부른 플랫폼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텔레그램, 라인 등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메신저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카카오 등 토종 IT업체를 과도하게 규제할 경우 결과적으로 구글, 아마존 등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플랫폼은 장벽이 낮아 언제든지 다른 서비스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체재 육성, 재난 대응 방안 마련

물론 카카오가 국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화재에 대비한 서버분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경쟁을 높여야 하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구조적 독점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안전성과 관련한 ‘핀셋 규제’에 대해선 대체로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으론 정보통신망법 등을 개정해 재난 시 대응 방안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카카오 외에 다른 대체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경쟁구조 활성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 사태에 대해 “안보 측면에서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는 정부가 개입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메신저를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고 금융, 결제, 인증 등 전 분야에서 기간망처럼 카카오가 침투해 있어 최소한의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T업계는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정부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책 3종 세트를 추진하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자율규제로 방향을 바꿨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준비 중인 추가적인 플랫폼 규제책은 없다”며 “다만 심사지침 제정에 속도를 내고, 플랫폼 독점이 소비자 피해로 연결되는지 여부는 더 주의 깊게 살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