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바닥을 치고 반등한다는 낙관론과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런 때일수록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의 투자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1일(현지시간) 벅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50개 이상 종목에 투자했지만 이 중 7개 종목이 포트폴리오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버핏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보다 일부 종목에 ‘집중’하는 걸 선호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귀재' 버핏, 몰빵형이라고?…50개 종목 중 7개에 80% 집중

버핏의 ‘애플 사랑’

벅셔해서웨이의 투자액 3395억달러(약 443조5900억원) 중 41.4%(이하 7월 24일 기준)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에 집중돼 있다. 펀드 등을 제외하면 벅셔해서웨이는 애플의 최대주주다. 2016년부터 애플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벅셔해서웨이는 올해도 애플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1분기 애플 주가가 사흘 연속 하락하자 벅셔해서웨이는 6억달러 상당의 애플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버핏은 지난 5월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끝난 후 “더 매수하려고 했지만 주가가 다시 올라 그만뒀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얼마나 더 샀을지는 상상도 못 할 것”이라며 ‘애플 사랑’을 드러냈다.

버핏이 애플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있다. 버핏은 지난해 연례 서한에서 “애플의 뛰어난 CEO인 쿡은 애플 제품을 그의 ‘첫사랑’처럼 여긴다”며 “애플 투자자 역시 그의 경영 덕분에 많은 이익을 누린다”고 했다.

버핏은 애플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전략도 높게 평가했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단 한 번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 신제품 개발이나 인수합병(M&A)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쿡은 2012년부터 주주들의 요구에 맞춰 자사주를 매입했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애플은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자사주 매입·소각에 499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올해도 애플은 9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시가총액의 약 4% 규모다.

은행주 정리하면서도 더 담은 BoA

버핏이 두 번째로 집중하는 종목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10.2%를 차지한다. 은행주 예찬론자로 알려진 버핏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 등 은행주 투자 비중을 줄였다. 하지만 BoA만큼은 예외였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7월 그는 BoA 주식 12억달러어치를 매입했다. 모틀리풀은 “버핏이 BoA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의 매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코카콜라는 포트폴리오에서 7.3%의 비중으로 3위 자리에 올랐다. 벅셔해서웨이가 가장 오랫동안 보유한 종목 중 하나다. 1988년부터 코카콜라에 투자해왔다. 코카콜라는 북한 쿠바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진출한 대기업이다.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할뿐더러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부유층을 주요 고객으로 둔 미국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유가 상승 바람을 타고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석유기업 셰브런의 비중은 각각 6.8%다. 하인즈 케첩 등으로 유명한 미국 대형 식품기업 크래프트하인즈(3.7%)와 석유업체 옥시덴털페트롤리엄(3.3%)이 뒤를 이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