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지만 투자자들은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가파른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이 더 빠질 것이란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낮은 가격대에서 좋은 종목을 사두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서다.
"ASML·월트디즈니·비욘드미트…장기투자자 입맛에 딱"

최선호주 33선 공개

최근 글로벌 리서치업체 모닝스타는 3분기 추천주를 발표했다. 미디어, 에너지, 금융 등 11개 업종에서 33개 종목을 추렸다. 데이브 세케라 모닝스타 수석전략가는 “시장이 경제 전망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면서 과매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4년 설립된 모닝스타는 ‘경제적 해자’라는 분석 방법을 리서치에 처음 도입한 업체다. 해자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성곽을 따라 파놓은 구덩이를 뜻한다. 경제적 해자를 갖고 있다는 것은 다른 기업이 침범하지 못할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의미다.

모닝스타는 종목의 등급을 별 하나에서 별 다섯 개로 평가한다. 별이 높을수록 저평가 정도가 크다는 의미다. 별 다섯 개는 적극 투자 권유다. 추천 종목 33선은 대부분 별 4~5개를 받았다. 업종별로는 미디어와 소비재가 가장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디즈니·메타 저평가 심해”

별 5개 종목에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종목이 다수 포함됐다. 디즈니랜드로 유명한 월트디즈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스가 대표적이다. 대체육 선도업체 비욘드미트, 미국 NBC 방송을 운영하는 컴캐스트도 이름을 올렸다.

월트디즈니와 메타는 경제적 해자가 넓은 기업으로 꼽혔다. 각자의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마블과 스타워즈 등 방대한 작품 라인업을 보유한 디즈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에도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닝스타의 디즈니 목표가는 170달러다. 14일 종가(91.84달러) 대비 상승 여력은 85%다.

메타는 애플이 자사 휴대폰에서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한 이후 맞춤형 광고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메타의 방대한 사용자층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모닝스타의 분석이다. 메타의 목표가는 384달러로 현주가(158달러) 대비 상승 여력이 두 배가 넘는다.

삼성 러브콜 받는 ASML도 추천

기술주에서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홀딩스,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 클라우드 컴퓨팅업체 서비스나우가 추천주로 꼽혔다. 세 종목의 목표주가는 각각 800달러, 305달러, 700달러다. 현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모두 두 배에 달한다.

ASML은 반도체 최선호주로도 선정됐다. 이 업체는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해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반도체업체들이 기술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CRM 서비스 세계 점유율 1위(약 19%) 세일즈포스도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종목으로 꼽혔다.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500개 기업 중 90%가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서비스나우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경쟁력이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비욘드미트·보스턴비어도 관심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소비주에서도 추천주가 많이 나왔다. 경기 민감형 소비주에서는 배스&보디웍스(화장품체인), 헤인즈브랜즈(의류잡화), 더리얼리얼(명품패션)이 선정됐다. 경기 방어형 소비주에서는 비욘드미트(대체육), 보스턴비어(수제맥주), 하인셀레셜그룹(유기농식품)이 톱픽으로 꼽혔다.

소비주는 경제적 해자는 좁지만 저평가 정도가 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격 자체의 메리트가 돋보인다는 얘기다. 대부분 목표가 대비 60~70% 낮은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 경제적 해자가 좁다는 것은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비욘드미트 목표가는 72달러다. 현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140%에 달한다. 피자헛과 KFC를 운영하는 염브랜즈와 맥도날드가 대체육 도입을 확대하면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맥도날드는 비욘드미트와 ‘맥플랜트 버거’를 공동 개발해 미국에서 시범 판매하고 있다.

금융 업종에서는 씨티그룹이 가장 저평가된 종목으로 선정됐다. 부동산에서는 사이먼프로퍼티, 화학과 원자재 분야에서는 이스트만케미컬과 리튬아메리카스가 별 5개 종목으로 꼽혔다. 헬스케어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 모더나가 이름을 올렸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