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포함해 14건 이상의 정상 간 회담을 소화한다. 실무진 차원에서 추진된 한·일 정상 간 약식 회담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윤 대통령 첫 해외 출장 일정과 의미 등을 설명했다.
한미일 정상 29일 만난다…북핵 등 현안 논의

나흘 만에 뒤집힌 한·일 회담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3국 정상회의는 29일 오후 2시30분(현지시간) 개최하기로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열리는 3국 정상회의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3국 간 공조 논의가 주로 다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핵문제 등 역내 안보 사안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기대한다”며 “꽉 짜인 정상들의 일정으로 회담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심을 모았던 한·일 정상 간 약식 회담은 개최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흘 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5분 정도 만나는 약식 회담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2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현시점에서 (한·일) 양자 회담 예정이 없다”고 못 박았다.

외교가에선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부가 양국 정상 간 만남에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서서 약식 회담을 하더라도 나눌 주제가 있어야 하고 (회담 후) 언론에 대답할 게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성과가) 없으면 안 하는 게 좋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尹 “국익 위해 불사르겠다” 각오

이렇게 바뀐 외교가 분위기를 놓고 일각에선 한·일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이 재개되면서 민간 교류가 다시 시작되고 다음달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엔 한·일 외교장관회담, 한·일 셔틀 정상회담이 논의될 것”이라며 양국 관계 개선을 낙관했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의 가능성도 불확실해졌다는 평가다. 이들 4개국은 NATO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번 정상회의에 함께 초청받았다.

대통령실은 이번 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스페인 현지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와 양자 정상회담 9건 등 총 14건의 정상급 외교 행사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행사는 △원자력과 방산 수출(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영국) △반도체 협력(네덜란드) △전기차·배터리·인공지능 협력(캐나다) △신재생에너지(덴마크) 등 NATO 회원국과의 경제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출국을 하루 앞둔 이날 외부 일정 없이 ‘외교 데뷔전’을 준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번 출장에 대해 “국익을 위해 한 몸 불사르겠다는 자세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좌동욱/김인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