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리 선임연구원
조우리 선임연구원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

2020년 일본 정부는 70년 만에 역대 최저 혼인율을 올리기 위해 AI 중매 사업에 약 206억원을 투입하기로 하였다. 46개 지자체 중 10개 이상이 이 제도를 활용 중이다. 한국은 어떨까? 결혼연령대인 MZ 세대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다. 최근 결혼정보업체 설문에 따르면 그들의 72%는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대답했으며, 61%가 ‘결혼은 사치라고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결혼은 모르겠고, 연애는 하고 싶어

그러나, 희망적인 통계도 있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데이트 앱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글로벌 지출액이 전년 대비 15% 증가 (3조 5460억원 기록)하였고, 국내 시장은 2000억원 규모로 매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가성비, 가심비를 따져가며 효율성과 간편성을 원하는 MZ 세대들 덕분에 AI 매칭 시장은 성황이다. 초기 조악한 프로필 기준으로 끊임없이 연결되는 후보자를 스스로 검증하는데 지친 이들에게 AI 서비스는 매칭의 질을 높여준다. 시간대비 금전적으로 조금 더 여유로운 30,40세대가 주 고객인 결혼정보업체에서도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있다. 모 업체는 160가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우자 후보를 추천한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발전한 AI 매칭 기술

AI 매칭 프로세스는 가입자가 제출한 기본 프로필, 취미, 가치관, 이상형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빅테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짝을 찾아 준다. AI 매칭 기술은 얼마나 발전 했을까?

당신의 변덕까지 맞춰줄 파트너 무한 매칭

초기 기술들은 가입자들이 프로필을 등록하고, 필터링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의 조건을 스크리닝해 매칭하는 방식이었다. 현재는 머신러닝을 통해 직업, 나이 등 객관적 프로필 조건 외에, SNS 계정 내 활동 데이터, 매칭 이력, 이성과 대화 시 호감도까지 분석하여 가입자의 무의식적인 성향까지 비슷한 사람과 매칭시켜준다. 이러한 정교화된 주선 기술은 당신이 백마탄 왕자와 숲속의 공주를 찾는데 기여한다.

폭탄 피하려면 얼굴 확인 필수연예인과 닮은 꼴 매칭

기존 데이팅 앱은 프로필 사진만으로 생김새를 확인하니 실제 만나보지 않고는 외모 판단이 불가능하다. 특히 보정 기술이 나날이 향상되는 오늘날에는 실제 만나보니, 뜨악한 경우가 상당하다. 이것이 기존 데이팅 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호 연예인 등 원하는 외모의 사진을 업로드 할 경우, AI가 생김새를 분석하여 가장 유사한 상대의 프로필과 매칭시켜준다.

사랑하니까 1장만 땡겨줘? 결혼 사기 물렀거라

AI 기술은 가짜 프로필과 스토킹 고객을 골라내는 작업에도 사용된다.
문제가 되는 활동 패턴을 학습한 AI는 앱 상에서 비정상적인 ‘끈적임’을 탐지하여 가입자에게 경고 알림을 보내며, 수천개의 가짜 프로필을 통해 ‘사랑’ 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금전적인 거래, 비도덕적인 강요 등 일명 ‘로맨스 스캠’을 막아 준다. 콩깍지로부터 자유로운 AI덕분에 당신은 더 정교하게 상대의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다.

나와 ‘케미’가 맞는 사람까지 추천

AI 분석 기술이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데이터의 범위도 확대 되고 있다. 급기야 DNA 샘플 분석 후 가입자의 DNA와 가장 화학적(?)으로 결합이 맞는 이성을 소개한다. 이게 소위 말하는 화학적 결합, ‘케미스트리(chemistry)’가 아닌가 싶다.

#양날의 칼인 AI, 편향화,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고민

AI 매칭 서비스는 효율성을 극대화 한 신 문물이지만, AI로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주 기능이다 보니, 윤리, 도덕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편향된 데이터 학습과 개인 정보 피해

AI가 ‘흑인보다는 백인을 선호한다’를 학습하면, 흑인 가입자는 매칭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연예인과 비슷한 인물의 사람을 매칭시켜주는 서비스는 외모지상주의 행태를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AI는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가입자의 SNS 계정 활동 데이터를 수집한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한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내 사진들, 방문장소, 구매 상품, 이성과의 대화기록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매칭 확률을 높이기 위해 광범위하게 개인데이터를 끌어오고 있어 개인신상털기의 피해를 야기한다. 또, 개인의 구매 선호를 반영하고 있는 데이터는 특정 업체들의 ‘타킷 광고’에 사용되기도 한다. 개인정보의 유출은 디지털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드라마 MBC ‘검은태양’에서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던 딥페이크 기술은 AI의 딥러닝 기술로 특정인의 얼굴, 신체 등 이미지를 합성하고, 목소리와 억양까지 모방이 가능하다. 타인의 얼굴에 당신의 얼굴을 입혀 어둠의 경로에서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을 수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요즘, 편의를 제공하고, 기회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AI 매칭 서비스는 시대적 요구다.
AI의 편향성은 늘 문제일까? 편향성은 보통 부정적이지만, 사용 목적에 따라 꼭 필요할 수 있다. AI는 실제로 완전히 중립적인 모델보다 특정방향으로 기울 때 최적의 수행이 가능하다. 타킷 마케팅이 그것인데, 18-25세 사이의 여성들의 취향을 AI로 훈련시켜, 동일 연령대 대상으로 비슷한 상품을 추천해 구매를 일으킨다. 이러한 매칭 서비스 역시 편향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최고의 짝을 고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다. 따라서 희망 외모, 연봉, 직업 등 외적인 조건들은 상당히 정형화, 구체화, 수치화 되어 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인간은, 외적인 조건이 다소 부족할지라도, 취향과 성격 등 추가적인 요소들도 고려한다는 점이다. AI 매칭앱의 편향성을 우려하기 보다는 매칭 데이터의 질(Quality)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가입자의 취미를 알아보자면, 회사 주최 등산 1회 참석 보다, 매달 1회 와인 구매가 유의미하다. 따라서 필수 데이터 간의 연관성을 면밀히 뽑아내고 유의미성을 찾아내는 높은 수준의 분석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입자의 입장에서도 일정 부분 개인정보 유출 리스크가 항시 존재함을 인지하고, 가입시 약관 등을 꼼꼼히 챙겨 선의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40년에는 약 70% 커플이 온라인으로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온라인이어도 좋으니, AI가 매칭해주는 사람이라도 많이 만난다면 혼인율이 좀 올라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