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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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의 월세 거래량은 7만 건이 훌쩍 넘어 임대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합니다. 보유세 부담이 가중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가 커진데다 금리 인상으로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를 추월하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월세 거래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금융당국마저 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임대차2법 시행 2년째를 맞는 오는 7월 말부터는 임대차시장의 불안이 더 가중될 수 있습니다. 집주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을 신규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지난 4년간 못 올린 보증금을 주변시세 수준으로 맞추거나 늘어난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견 전세시장이 안정된 듯이 보일 수 있지만 늘어난 보증금이 월세 전환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는 전세시장, 월세시장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임대차시장이라는 큰 묶음으로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전세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한국부동산원의 발표는 가려서 듣는 것이 좋다는 말입니다.

전세 종말에 따라 성큼 다가온 월세 시대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먼저 주거비 수준이 높아질 겁니다. 전세는 자산이자 부채의 성향을 가집니다. 집주인은 돌려줘야 하는 부채이지만 임차인은 향후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는 자산입니다. 하지만 월세의 경우에는 단순히 비용입니다. 주거하는데 소요되는 순수한 지출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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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의 주거비 수준이 OECD 국가 중에서는 러시아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습니다. 전 세계 유일한 임대차 관행인 전세로 인해 주거비 부담은 가장 적었던 겁니다. 하지만 월세 시대에는 주거비 부담이 빠르게 늘어날 겁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2022년 1월 현재 서울의 평균 월세는 125만 원입니다. 평균 월세 보증금은 2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보증금이 거의 없는 외국과 비교하면 현재 평균 월세가격은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조만간 외국처럼 소득의 30%를 월세로 지출하게 될 겁니다.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면 당연히 다른 소비들이 줄어들어 경제에도 부담이 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두 번째는 주거 안정이 심각하게 훼손될 겁니다. 주거복지의 시작은 주거 안정입니다. 주거 안정은 현 거주지에서 오랫동안 삶을 유지하는 겁니다. 자기 집에 거주하는 집주인들에 비해 임차인들은 주거 기간은 짧습니다. 이중 전세의 경우에는 내 집 마련으로 넘어가는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에 짧은 주거 기간이 오히려 자산 축적에는 도움이 됩니다. 반면 월세의 경우 4년 거주하기도 쉽지 않으며 계속 주거지를 옮기게 됩니다. 월세에서 내 집 마련으로 넘어가는 비중이 10%가 되지 않기에 하루빨리 전세로 넘어가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출 규제 하에서는 전세로 넘어가는 길이 거의 끊긴 상황이어서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은 전세 거주자에 비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대출 이자와 역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월세를 내면서 자산 축적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직장인들은 한 달에 100만 원을 저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평균 월세인 125만 원을 부담하게 되면 자산은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서울 외곽지역의 월세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갈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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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미국의 렌트비(월세)가 평균 14%, 대도시 10곳은 무려 30% 이상 대폭 인상됐다고 합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엔젤레스는 10%가 올라 평균 렌트비는 3,394달러(약 410만 원)에 이릅니다. 안타까운 점은 렌트비는 한번 오르면 거의 하락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펜데믹 이후 급등하는 물가 오름세를 장가화시킬 우려가 큽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지원이 엄청난 미국마저도 무주택자는 렌트비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월세입자들의 어려움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본격적인 월세 시대로 인해 경제는 부담을 느낄 것이며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는 계속 없어질 겁니다. 현재도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하는 탈서울 인구가 늘고 있지만 월세 시대는 이런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성큼 다가온 월세시대, 얼마만큼 가혹한 미래가 기다릴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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