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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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즉통(窮則通), 궁하면 곧 통한다는 뜻으로 극단의 상황에 이르면 도리어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교환거래를 타진하는 주택수요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 조정기에는 정상적인 매매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급하게 팔아야 하는 경우 교환거래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아파트 '물물교환'인 셈입니다.

과거에는 교환거래가 대부분 토지나 상가, 전원주택 등 환금성이 떨어지거나 규모가 커서 쉽게 팔리지 않는 주택이 대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세금 문제 때문에 교환거래를 찾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첩된 규제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존 주택에서 2년 이상 실거주한 규제지역의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신규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1년 내 기존 주택을 매도할 경우 1주택자와 동일하게 12억 원까지는 양도세를 비과세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세법상 부동산 교환도 거래의 한 유형이기 때문에 양도세 비과세 적용이 가능합니다.
규제가 빚어낸 이색풍경 '아파트 물물교환'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반면 신규주택 취득일로부터 1년이 넘으면 기존 주택 처분 시 양도세가 중과됩니다. 작년 9월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이런 수요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교환거래는 토지나 상업용부동산과 같이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거래가 쉽지 않은 비주거용부동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현재는 주거용부동산, 특히 규제가 없으면 쉽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아파트와 같은 상품이 주를 이루는 특이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환거래는 일반 매매거래에 비해 거래 단계가 단순하고 시간과 비용이 줄어 장점이 많습니다. 교환거래를 잘 활용하면 애물단지인 부동산을 빠르게 처분하고 필요한 부동산을 대신 취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금이 없어도 거래가 가능하므로 불황기에 적합한 투자 방법입니다. 물론 대부분은 차액이 발생하면서 차액만큼의 현금거래는 이루어집니다.

규제가 빚어낸 이색풍경 '아파트 물물교환'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실제 교환거래에 나서다보면,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원래 잘 팔리지 않는 부동산이기도 하지만 물물교환은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기 때문입니다. 내 것이 더 좋아 보이기 때문에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매물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교환거래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개업공인중개사가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카페나 단톡방 등 신뢰가 없는 채널을 통해 이를 처리하다 보니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업공인중개사의 경우에도 교환거래를 처리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법적인 문제와 함께 절차 등에서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교환거래는 믿을만한 개업공인중개사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보다 더 세심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교환거래에 경험이 풍부한 개업공인중개사들이 거의 없으므로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풍부한 매물과 지점을 보유한 대형중개법인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교환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교환이 가능한 매물을 확보하는 겁니다. 같은 지역 내에서 매물을 확보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역을 벗어난 매물이라도 상품성만 뛰어나다면 더 좋은 교환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중개 네트워크가 다양하고 많은 대형중개법인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환거래는 물건과 물건을 서로 맞바꾼다는 거래의 특성상 상당히 위험한 거래방식입니다.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세무사, 변호사, 감정평가사 등 부동산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거래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법적인 절차를 잘 지켜야 합니다. 이런 전문가들의 도움을 내부화하거나 외부 전문기관과의 제휴는 필수적입니다.

중첩된 규제로 인한 거래절벽은 증여, 직거래 이제는 교환거래까지 늘어나게 만드는 중입니다. 주택수요자들의 불편은 고사하고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런 거래들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나와야 하는 좋은 매물들이 잠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규제의 풍선효과가 어떤 거래방식까지 탄생시킬지 걱정이 큽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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