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4일 새벽 우크라이나의 핵심 거점을 한꺼번에 침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겨냥한 특별군사작전을 선포한 직후다.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돈바스 지역에서 교전이 일어난 지 1주일 만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혹한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서방 국가들의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군사 시설 등을 공격했다.

우크라 주요 도시에 공격 퍼부어

러, 우크라 동·남·북부 동시다발 공격…9시간 만에 수도까지 진입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동시다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 수도 키예프와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에 미사일 공격을 하고,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북부로 병력을 이동시켰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주변의 항구 도시인 오데사와 마리우폴에선 상륙을 시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고정밀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공군비행장 11개 등 군 기반시설 74개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이 최소 5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다발적인 미사일 공격에 이어 지상군 투입도 본격화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 약 9시간 만에 수도 키예프 북부까지 진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도 러시아군이 키예프 북부까지 진입했으며 그래드(GRAD) 다연장로켓포 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구조당국은 키예프 남쪽으로 20㎞ 떨어진 지점에서 14명을 태운 군용기가 추락했으며 사상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현장 기자를 인용해 “저공 비행하는 헬기 몇 대가 수도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장면도 목격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키예프 서쪽에 있는 지토미르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다연장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군대가 키예프에서 약 160㎞ 떨어진 북쪽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통해 들어왔다”며 “국경수비대와 군인들이 싸우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결사 항전’의 의지를 드러내며 반격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DC)를 소집하고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어 러시아와의 단교를 선언하며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 누구에게나 무기를 나눠주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 탱크 4대를 파괴하고 러시아 병사 50명을 사살한 데 이어 러시아 항공기 6대와 헬기 4대 이상을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이날 침공은 푸틴 대통령의 기습적인 선전포고로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긴급 연설 형식으로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며 특별작전 수행을 선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러시아군은 전투태세에 들어갔다”며 “사건 진행 상황과 정보분석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의 충돌은 불가피하며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추구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 병사는 즉각 무기를 내려놓고 귀가하라”고 경고했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 없다”며 “작전의 유일한 목표는 주민 보호”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들의 개입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할 경우 러시아는 즉각 보복할 것”이라며 “이는 그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과 우크라이나 영토 활용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美 “동맹들과 추가 제재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작전 개시 선언 직후 곧바로 대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치명적인 인명 손실과 고통을 초래할 계획적인 전쟁을 선택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만이 이 공격으로 초래될 죽음과 파괴에 책임이 있다”며 “전 세계가 러시아에 책임을 묻고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은 단결해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4일 오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 회담을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세계의 평화와 안보에 관련한 이 불필요한 침략 행위에 대해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이 러시아에 가할 추가적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 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며 “러시아는 역사상 가장 가혹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의 규탄도 이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이유 없는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파괴의 길을 택했다”며 “영국과 동맹국들이 가장 강력한 제재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인 러시아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NATO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러시아 인근인 동부 유럽 지역에 육해공 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병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