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퇴직자 수가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기 퇴직이 늘어나는 가운데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행렬이 급증한 영향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근로자가 급증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美 대규모 퇴사 행렬 11월 453만명 '최다'
미 노동부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해 11월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퇴직자는 전월보다 8.9% 증가한 453만 명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치인 지난해 9월 436만 명보다 17만 명 늘었다. 작년 11월 퇴직률은 3.0%로 기존 최고치인 지난해 9월과 같았다.

저임금 업종의 퇴직자가 급증한 것이 특징이다. 작년 11월 레저 및 접객업 퇴직자는 10만 명으로 같은해 9월에 비해 4만7000명 늘었다. 같은 시기 교육업과 의료업 퇴직자도 66만 명으로 두 달 전보다 3만5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근무 환경이 열악해진 의료업종 퇴직률은 3%로 사상 최고치였다. 이 때문에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격근무가 어려운 금융업과 물류업 등에서도 퇴직자가 많았다.

취업정보업체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이코노미스트는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임금이 적거나 근무시간이 유연하지 않다 등의 이유로 이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자리 공급 증가로 직장을 옮기기 쉬워지면서 이른바 ‘대량 퇴직’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미 기업들의 작년 11월 구인 건수는 1060만 명으로 전월(1109만 명)보다는 소폭 감소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는 여전히 많은 편이다.

구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취업정보업체 인디드가 추산한 작년 12월 기준 구인 건수는 1200만 명이었다. 닉 벙커 인디드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저임금 업종이 퇴직률을 높이는 핵심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인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근로자들의 이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11월 퇴직자는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에서 본격 확산되기 전 수치인 만큼 앞으로 퇴직자는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퇴직자가 늘면 기업들의 인력난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글로벌 회계법인 그랜트손턴의 다이엔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늘면 보육 부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증가해 노동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