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을 후원한 대만 기업이 중국에서 무더기 법규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부에 대해 중국이 외교·경제적 압박을 높여가는 가운데 중국에서 영업하는 대만 기업을 '시범 케이스'로 삼아 경고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주요 기업인 위안둥(遠東)그룹 계열 섬유업체인 위안둥신세기와 아시아시멘트가 중국 내에서 법규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들은 환경 보호, 토지 사용, 직원 건강, 생산 안전, 세금 납부, 제품 품질 등과 관련한 법규를 어겼다고 통신은 전했다. 두 회사가 부과받은 벌금은 총 8862만위안(약 165억원)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위안둥그룹이 대만 민진당의 최대 후원자로 지난해 5800만대만달러(약 25억원)를 민진당에 기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만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위안둥그룹은 민진당 뿐 아니라 야당인 국민당 정치인들에게도 헌금을 했다. 위안둥그룹은 2008년 천수이볜 당시 총통(민진당)에게 1000만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위안둥그룹에 벌금을 물린 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기업과 후원자는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위안둥그룹에 대한 조치가 중국의 '대만 독립 세력' 저지 노력과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은 피하면서 "대만 독립 분자들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와 대만 해협의 안정을 심각히 해치며 중화민족의 근본이익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관련 기업, 자금 후원자는 반드시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대변인은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면서도 "'대만 독립'을 지지하고 양안 관계를 파괴하는 이들이 대륙(중국)에서 돈을 버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기업들에 "입장을 확고히 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작년말 기준 12만여개의 대만 기업이 중국에서 활동 중이며, 이 가운데 1199개가 대만 증시에 상장해 있다.

중국은 이달 초 대만의 쑤전창 행정원장, 여우시쿤 입법원장, 우자오셰 외교부장 등 3명을 대만 독립분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형사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3명과 가족의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방문을 금지하고, 이들과 관련된 기관이 중국 측과 협력하지 못하도록 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