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대한 개정안이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의 두 가지 주요 사항은 ‘전환사채(CB) 콜옵션 행사한도 제한’과 ‘주가상승 시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다.
[바이오 회계 상담] 전환사채 콜옵션, 어떻게 바뀌나?
상장사에서 자금조달을 위한 방법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방법이다. 상장 후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 더욱 그렇다. 신용등급이 높지 않더라도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주가가 상승해 자본으로 전환하면 상환 부담이 없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오히려 탄탄해질 수 있어서다.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금리 0% 수준의 저금리에도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원금 상환에 대한 안정성과 함께 주가 상승의 기회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환과 관련한 콜옵션, 리픽싱 등 계약 조건들을 악용해 기존 주주들의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금융위원회가 전환사채 관련 규정을 개정하게 되었다.

콜옵션 행사한도 제한 및 공시 의무 강화
콜옵션은 투자자에게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매도청구권이다. 콜옵션 행사 가능 시기에 주가가 계약한 전환가액에 비해 상승되어 있을 경우, 최대주주는 부여받은 콜옵션을 이용해 전환사채를 저가에 매입하여 지분율 희석을 방어할 수 있다. 행사하지 않은 채로 매도가 가능해 옵션 매도만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최대주주에게 지분율을 방어하는 용도로 사용할 뿐 아니라, 발행사가 지정하는 누구에게도 옵션을 줄 수 있어 최대주주 일가의 승계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최대주주 등)에게 부여하는 콜옵션 한도를 두고 공시의무를 발행사에 부과하였다. 콜옵션 한도는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지분율 이내로 제한하였고, 콜옵션 행사자, 전환가능 주식 수 등을 공시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콜옵션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부여하게 하고, 발행회사가 아닌 제3자에게 부여되는 부분은 확실하게 공시하여 함부로 악용할 수 없게끔 공시 의무를 강화하였다.

비슷한 권리로 분류될 수 있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의 경우, 2013년 상장사에 대해 발행이 금지되었다. 전환사채 콜옵션의 경우는 이미 금지된 BW의 신주인수권보다 오히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BW의 신주인수권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일정 자금이 먼저 투입되어야 하지만 콜옵션은 그러한 자금조차도 불필요하다. 콜옵션이 ‘내가격(In the Money·행사가격이 기초자산 시장가격보다 낮아 행사 가능성이 큰 상태)’일 경우 행사를 통해 손해볼 가능성은 전혀 없이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으므로 신주인수권에 비해 콜옵션 권리가 더 유리한 것이다.

상장사의 전환사채 관련 공시사항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콜옵션 권리가 부여되지 않은 계약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의 계약에서 콜옵션 권리가 부여되고 있다. 올 상반기 300억 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팜젠사이언스의 경우 이러한 권리를 전체 발행금액의 90%까지 부여하는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되었다. 실무적으로 발행사에 총 전환사채의 30% 정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반기에 발행한 유유제약 50%와, 파미셀 40%처럼 높은 비율이 부여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 지분율이 10%(90주 중 9주)인 상황에서 전환사채의 전환 시 지분율 희석이 10%(10주)가 되는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최대주주는 콜옵션으로 50%(5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다른 주주들은 전환 시 모두 10% 비율로 희석되는 가운데, 최대주주는 14%(9주+5주)까지 오히려 지분이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주가 상승 시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
두 번째로 리픽싱 부분이 개정되었다. BW, CB,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같은 메자닌(담보권 대신 높은 이자나 주식 인수권 따위를 받는 후순위채) 상품은 대부분 주가 하락에 대한 리픽싱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주가 하락에 대한 리픽싱 조항이란 메자닌 상품 발행 시 주가를 기준으로 전환가격(또는 행사가격)을 설정한 후 일정 기간마다 주가가 하락하였을 때 전환가격(또는 행사가격)을 주가 하락에 비례하여 하락시키는 조항이다.

이는 메자닌 상품의 투자자가 주가가 하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환으로 인한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발행회사가 투자자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부여하는 조건이다. 리픽싱 조항은 전환으로 인한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 지분 희석이 심해져 기존 주주에게는 달갑지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픽싱 조항이 없다면 투자자는 상장사의 메자닌 상품 투자를 선호하지 않게 된다.

이번 개정으로 달라지는 점은 리픽싱 조항은 넣을 수 있으나, 현재 주가 하락 시에 전환가격을 하향하는 조건만 있는 부분을 개정하는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하향조정된 전환가격은 다시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상승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따라 리픽싱 조건이 허용 가능한 최저가인 액면가 수준까지 조정하는 경우 주가 재상승 시 어마어마한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은 리픽싱 한도를 70%로 제한한다고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올해 발행한 팜젠사이언스를 비롯해 진원생명과학, 제넨바이오, 인스코비처럼 최저금액인 액면가까지 리픽싱으로 낮출 수 있게 계약하는 경우도 왕왕 볼 수 있다.

콜옵션의 리픽싱 조항은 일본과 우리나라만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조항으로 상승 시 전환가액을 재조정하는 조건이 없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오히려 이익이 커질 수 있는 측면 때문에 부작용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만약, 이 콜옵션이 경영진에게 부여된 경우, 경영진 역시 회사의 주가가 잠시 떨어져서 전환가격(또는 행사가격)이 하락 조정되고, 그 이후에 주가가 다시 오르기를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리픽싱 조건이 주는 경제적 유인으로 인해 특정 시점에 주가가 잠시 떨어지게 될 수 있는, 또는 주가 상승을 위한 노력을 줄이는 소극적인 태도를 포함해 어떠한 불법적 행위를 할 소지가 있다. 이는 기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이며,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악용 사례 방지 및 건전한 투자 촉진 효과 기대
메자닌 상품에 부여된 콜옵션은 불공정한 계약이자 위험한 거래가 될 수 있어 개선에 대한 필요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옵션 보유자에게 전혀 손해 없이 경제적 이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점, 그리고 리픽싱 조항을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점 때문이다.

콜옵션이 발행회사가 아닌 최대주주 등 제3자에게 부여되는 계약은 제한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리픽싱 조항 자체는 발행 회사 입장에서 주가가 내려가더라도 전환 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여, 상환 부담 없이 자본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금융시장에서 전환사채는 신용등급이 낮지만 유망한 바이오·제약 회사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번 개정안으로 전환사채 발행이 악용되는 사례를 막고 건전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저자 소개>
[바이오 회계 상담] 전환사채 콜옵션, 어떻게 바뀌나?
김봉수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삼일회계법인, PWC 컨설팅을 거쳐
현재 안세회계법인 상무로 재직 중이다. 법원 특수분야 감정인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주로 바이오 기업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