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야경을 배경으로 하얀색 ‘타다’ 승합차 한 대가 달린다. 타다는 2018년 10월 출시된 운송 서비스다. 택시업계와 갈등이 불거지고 ‘타다금지법’이 통과되자 작년 4월 170만 사용자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가 중단된다. 승합차 1500여 대는 중고차로 팔려 나간다.

14일 개봉을 앞둔 국내 최초 스타트업 다큐멘터리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전반부다. 여기까지 보면 스타트업 대표의 울분이나 택시업계의 몽니, 표만 의식한 정치인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후반부는 다르다. 타다 팀원들은 빠르게 다음 서비스를 준비한다. 한 개도 아닌 두 개다. 자신들의 서비스를 발목 잡은 택시업계와 협업한 ‘타다 가맹택시’와 신사업 ‘타다 대리운전’을 기존 서비스 종료 4개월 만에 준비해 내놓는다. 제작을 맡은 권명국 감독은 “스타트업이라는 존재가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극복하는지 곁에서 지켜보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에 등장하는 박재욱 타다 운영사 VCNC 대표를 비롯한 팀원들은 서로를 다독이고 “다음 문제를 풀겠다”며 새로 출발했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은 상황을 비관하고 주저앉지 않았다. 화상회의를 열고 시장을 조사했다. 프로그래밍 코드를 짜고 디자인 시안을 비교하며 사용자를 모았다. 사무실 곳곳에 붙인 표어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더 빠르게 개선’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성장한 타다는 최근 2000만 사용자를 보유한 금융 플랫폼 토스와 새출발을 도모하고 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VCNC 지분 60%를 인수해 1대 주주에 올랐다. 핀테크와 모빌리티를 결합한 시너지를 노릴 전망이다. 기존 사업 모델은 가맹택시 등 협업형 모델로 진화했다. 승합차에 기반했던 서비스는 멈췄지만 타다의 원동력인 기업가 정신은 영화 속 서울의 야경에 고스란히 남았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