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가 옛 주공아파트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사이 민간 아파트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수영장, 조식카페 등은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아파트에 영화관과 스카이라운지, 글램핑장, 음악연주실, 클라이밍장 등까지 들어서고 있다. 지난 6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라클라스’ 102동 35층에는 호텔급 스카이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곳에 가면 남산타워와 한강, 서초동 법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은 이 공간을 작은 도서관으로 꾸몄다.

지난달 집들이를 한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에는 영화관 못지않은 최고급 음향 시설과 인테리어, 영상장비를 갖춘 시어터룸이 들어섰다. 또 전문 방음 시설을 갖춘 개인 음악 연주실이 설치됐다. 실내 클라이밍장을 갖춘 다목적 체육관도 마련됐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에는 명상 필로티 가든과 워터 가든이 눈길을 끈다.

올초 입주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포레센트’는 옥상에 대모산을 바라볼 수 있는 글램핑 시설을 조성했다. 이곳에는 텐트를 비롯해 각종 캠핑 용품 등이 준비돼 있다. 현관에는 미세먼지를 제거해주는 에어샤워 부스를 설치했다.

민간 아파트가 고급화되는 것은 향후 시세 상승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첨단 시설 등에 들인 비용보다 집값이 더 오른다는 얘기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정비 사업으로 수익이 남으면 대부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멋진 문주를 세우는 등 고급화에 쓰는 곳이 많다”고 했다.

물론 투자에는 조합원 동의가 필요하다. 집주인들이 고급화를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라클라스의 지하주차장 설계를 변경해 실내 골프연습장을 조성했다. 일률적으로 공사비가 책정되는 공공주택과 품질 등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건설사 간 고급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공공주택과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