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임대주택인 ‘역세권청년주택’이 ‘갈등주택’으로 전락하고 있다. 역세권에 고층·고밀로 들어서면서 조망권, 일조권, 학업 환경 등을 침해한다는 주민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강남역 인근 역세권청년주택 사업장은 작년 말 지하 5층~지상 20층 357가구(전용 18~38㎡) 규모의 사업계획을 열람공고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해 사업인가를 얻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인근 한 주민은 “아이들 통학로와 겹쳐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며 “주변 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용적률만 높여 ‘닭장’ 같은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하철 7호선 하계역 인근 홈플러스 중계점도 작년 10월 이후 개발 사업이 멈춰 있다. 한 시행사가 이 부지에 역세권청년주택 조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사업계획 승인 전 주민 의견을 받는 절차에서 주민들이 사업 중단을 강하게 요구해 일시 중단됐다.

2016년부터 추진된 역세권청년주택은 민간사업 시행자가 주요 지하철역 출구 기준 반경 350m 이내에 임대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여주고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대신 모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지어 공급하고 있다.

내년까지 8만 가구를 공급하는 게 서울시의 목표지만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입주 단지는 13곳, 5532가구에 그치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주민들이 임대주택 건설 자체를 반대해 사업이 겉도는 곳이 많다”며 “사업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주민 편의시설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