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기업들과 함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이유는 단 하나, 중국이다. 중국 국유기업인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등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국의 텃밭을 갉아먹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서다.

이로 인해 매년 수조원 이익을 내던 ‘맏형’ LG화학도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에서 1440억원 적자를 냈고, 2위 롯데케미칼은 최근 2년간 1조1103억원 손실을 봤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두 회사 모두 공장 매각 등 사업 재편에 나섰고, 급기야 정부에 SOS를 쳤다. 중국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을 휩쓰는 것처럼 우리도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로 원활하게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의 요청 사항을 TF를 통해 전달받은 뒤 다음달 말 종합 지원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지원 방안에는 기업 간 인수합병(M&A)과 매각 등을 통해 공급 과잉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세제·금융·규제 완화 등이 총망라될 예정이다.
공멸위기 석유화학 살리자…세제·금융·규제완화 모두 꺼냈다

세제, 금융 통해 사업 재편 지원

정부는 업계 요구사항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투트랙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단기 지원책으로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 수입분에 대한 ‘할당관세 0%’ 조치를 연장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야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덜 밀리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연장하지 않으면 다음달 종료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제품 원가의 70%를 차지한다. 페트병, 섬유 등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과 플라스틱, 합성섬유를 만들 때 쓰는 에틸렌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석유화학제품을 만들 때 쓰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석유수입부과금도 면제해줄 방침이다. 원유를 가열할 때 사용되는 LNG에는 t당 1만6730원, 연간 5000억원가량이 석유수입부과금으로 붙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제품 가격은 국내 업체보다 15~30% 정도 싸다”며 “세금 지원이 시행되면 중국과의 가격 격차가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과잉 해소 나선다

다음달 나올 대책의 방점은 중장기 전략에 찍혀 있다. M&A 등을 통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내용이 담겨서다. 그동안 한국 석유화학기업은 생산 제품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팔았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생산 능력 확대와 중국의 내수 침체가 맞물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36.3%로 3년 전인 2020년(42.9%)에 비해 6.6%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과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범용 제품은 국내 기업들이 제품별 생산 공장을 서로 사고파는 ‘빅딜’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M&A에 뒤따르는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면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된다. TF가 M&A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세 감면 혜택을 추진하기로 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과 롯데케미칼의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등을 팔 때 세금을 감면받으면 매각 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환경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플라스틱에서 석유를 추출해 플라스틱 원료로 활용하는 열분해유 재활용 제품에 대한 정부 인증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정부의 공공구매 대상에 열분해유 재활용 제품을 포함해 일정 수요를 확보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같은 산업단지에 있는 공장들이 전력과 용수, 폐기물 처리시설 등을 함께 쓰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울산과 여수, 충남 서산 대산산업단지 등에서 세부안을 마련해 TF에 보고하기로 했다. TF 관계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강력한 구조조정안과 지원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우섭/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