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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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사진)이 올해 1분기 캐나다 정유사에 2조원 넘게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를 겨냥해 일본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엘리엇은 회사 지분을 매집해 경영에 개입하고, 주가 상승을 노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하다.

에너지주에 '몰빵' 베팅보유비중 14위에서 1위로 '껑충'

엘리엇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올해 1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상위 1위, 2위 매수 종목 모두 석유 생산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엘리엇은 캐나다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석유 생산업체 선코어에너지 지분 15억7000만달러(약 2조1433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이는 해당 분기 최대 투자액으로, 상위 2위 매수 종목 대비 4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자료=웨일위즈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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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보유 지분을 대폭 늘리면서 선코어에너지는 한 분기 만에 엘리엇 보유비중 14위에서 1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엘리엇이 선코어에너지 실적과 안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지분을 크게 늘렸다"며 "여전히 이 주식이 상당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2년 전만 해도 캐나다 석유 산업 후발주자였던 선코어에너지는 연이은 근로자 사망 사고와 부진한 실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엘리엇은 회사에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했고, 선코어에너지는 지난해 전 엑손모빌 임원인 리치 크루거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올해 들어 선코어에너지 주가는 30%가량 상승했다.
자료=웨일위즈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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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미국 정유사 발레로에너지 콜옵션을 처음으로 3억4100만달러(약 4654억원)어치 매수해 보유비중을 2.12%로 늘렸다. 콜옵션은 향후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로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본다.

'日 밸류업 프로젝트' 겨냥스미토모 거액 투자

엘리엇은 적극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며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는 일본 기업에도 주목했다. 지난달 28일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엘리엇이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스미토모 종합상사 지분을 대규모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공시를 통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규모는 수백억엔(약 수천억원)에 달한다.

과거 소프트뱅크그룹, 도시바, 삼성전자 경영에 개입한 것처럼 스미토모에도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엘리엇은 이미 스미토모를 상대로 주주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영 방식을 공유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기업을 상대로 재무제표 관리를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강화하도록 권고하면서 일본 시장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주의가 일본 주식 시장을 끌어올리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스미토모 종합상사 주가는 올해 들어 20% 넘게 상승하며 지난 6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