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5대 상호금융조합의 총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1960년대 지역 조합으로 시작한 이후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혜택을 등에 업고 빠르게 덩치를 불렸다. 하지만 상호금융은 최근 2년여간 가계대출을 40조원 넘게 줄이며 건설·부동산 대출에만 몰두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업(本業)을 외면한 채 욕심만 부리며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상호금융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1013조원을 기록했다. 2018년(669조원) 이후 5년 만에 51.4% 급증했다. 1위 금융그룹인 KB금융그룹의 총자산(716조원)을 훌쩍 넘었다.

자산이 증가한 만큼 대출 규모도 크게 늘었다. 5대 상호금융의 여신 잔액(한국은행 기준)은 지난 3월 676조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월(622조원)과 비교하면 2년여 만에 54조원(8.6%) 증가했다.

그런데 서민들에게 빌려준 돈은 대폭 줄었다. 5대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311조원에서 270조원으로 41조원(13.2%) 쪼그라들었다. 전체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월 50%에서 올해 3월 40%로 주저앉았다. 빈자리는 건설·부동산 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기업 대출이 꿰찼다.

지역·서민금융기관인 상호금융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민이 필요로 하는 신용대출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 상호금융의 본래 목적”이라며 “비영리 법인인 조합들이 설립 취지를 무시한 채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