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도 공산당과 정부의 제지에 미국 상장을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국민 생활 전반에 침투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영향력이 체제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미국에 상장하면 해외 투자자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국부 유출론'도 빅테크 규제의 이유로 꼽힌다.

틱톡 창업자는 당국 면담 직후 퇴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트댄스 창업자이자 회장인 장이밍이 지난 3월 정부 당국자들을 면담한 이후 해외 상장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인터넷 기강을 총괄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당국자들은 면담 자리에서 바이트댄스 앱들의 데이터 보안에 대해 우려하면서 이 회사가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저장하며 관리하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CAC는 지난달 말 뉴욕증시에 상장한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 등을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이유로 조사하고 있다. 회원 100만명 이상의 인터넷 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 안보 심사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입안한 기관도 CAC다. 기업의 상장 문제를 금융당국이 아닌 사정기관이 주도하는 현 상황을 보더라도 중국 공산당이 경제 활력보다는 체제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과 더우인(중국판)으로만 13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를 1800억달러(약 205조원)으로 평가받은 세계 최대 스타트업이다. 주력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어 올해가 상장하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분석이 많았다. 장 회장은 당국과의 면담 이후 상장을 포기한 것은 물론 지난 5월에는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해외상장 기업 중국 회귀 가속

중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자국 빅테크들이 해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간섭 원칙을 유지해 왔다. 중국 빅테크들은 본업 외에 금융, 미디어, 택배, 모빌리티(이동 서비스), 교육 등 중국인 생활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체제 유지에 위협을 느낀 공산당은 지난해 하반기 '플랫폼 경제 반독점 지침'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빅테크 견제에 착수했다. 반독점법을 적극 적용해 빅테크의 문어발식 확장을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텐센트 계열 음악 스트리밍 기업인 텐센트뮤직에 글로벌 음반사들로부터 확보한 독점 서비스권 포기를 명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국은 굵직한 사건마다 강한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업체 앤트그룹이 상장을 추진하자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에 은행급 규제를 받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도록 하는 등 금융업 규제를 강화했다. 방대한 회원과 정보를 보유한 빅테크들이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과 제휴해 대출업을 하면서 자기 돈을 거의 넣지 않고도 높은 수익을 내왔다는 게 중국 정부의 시각이다.

최근 문제가 된 디디추싱과 바이트댄스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정보 통제권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빅테크들에게 국유기업과 함께 소비자정보를 관리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중국이 해외 상장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부 유출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해외 투자를 금지한다. 해외에 상장한 빅테크가 중국 소비자를 상대로 장사하면서 주가 상승 수혜는 외국인만 누리는 게 부당하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공산당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디디추싱의 2대주주 소프트뱅크와 3대주주 우버가 외국 기업이라는 것으로도 당국의 조사를 받을 만 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1·2위 태양광업체로 미국증시에 상장돼 있는 징커솔라와 CSI솔라는 전날 상하이증권거래소에 2차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국의 압박 속에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본토 회귀'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