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에 성공한 버진갤럭틱에 대해 "정말 우주회사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런 논란 속에 주가는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17% 이상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버진갤럭틱은 정말 우주회사일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우주 가장자리로의 성공적 비행에도 불구하고 버진갤럭틱은 장기 비전이 너무 지구에 가깝다(낮다)"며 "경쟁사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달을 넘어 우주 개척을 목표로 삼지만 버진의 야망은 기껏해야 스릴 넘치는 관광, 그리고 초음속 비행"이라고 지적했다.

버진의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는 지난 11일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을 태우고 고도 86.1㎞(55마일)에 도달한 뒤 무사히 귀환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이날 버진갤럭틱의 주가는 17.30% 떨어진 40.69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유상증자로 5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게 폭락을 촉발했다. 그래도 주가는 올들어 75% 오른 상태다.
'우주회사 맞아?'…버진갤럭틱 주가 17% 폭락한 이유
WSJ은 "브랜슨 회장이 경쟁사를 꺾고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지만 1위라고 더 멀리 나가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VSS유니티’는 고도 55마일에 도달했다. 이 지점은 실제 우주인지 논란이 있는 곳이다.

대기가 옅어지며 항공기가 날지 못하는 높이를 처음 계산한 물리학자 시어도어 폰 카르만은 고도 100km(62마일)을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정했다. 국제항공연맹(FAI)도 고도 100km를 ‘카르만 라인’으로 부르며 이 너머를 우주로 본다. 반면 미 항공우주국(NASA)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50마일(약 80km)를 우주와의 경계로 간주한다.

블루오리진은 버진의 비행이 성공한 뒤 자사의 우주선 뉴셰퍼드는 VSS유니티와 같은 '고고도 비행기'가 아닌 진정한 로켓이며, FAI가 승인한 카르만 라인 위를 비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진의 우주여행을 조롱한 것이다. 블루오리진의 창업자 제프 베이저스는 오는 20일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로 떠난다. 카르만 라인의 경계인 상공 100km에 도달할 예정이다.
'우주회사 맞아?'…버진갤럭틱 주가 17% 폭락한 이유
WSJ은 "여행객이 몇 분 동안이나 무중력 상태를 겪게해주는 건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버진갤럭틱이 진정한 우주회사인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버진갤럭틱의 목표가 우주 개척이 아닌 우주관광, 그리고 극초음속 여객기 개발이라는 것이다.

버진은 우주관광 상품을 티켓 하나당 20만~25만 달러에 600개 전량을 판매했다. 또 400명이 추가 예약을 원한다고 밝혔다. 회사측 예상 수익을 보면 표 값은 40만~40만달러로 인상될 전망이다. 버진갤럭틱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콜글래이저는 디즈니 테마파크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다.

또 버진은 우주선을 개조해 장기적으로 뉴욕과 호주 시드니를 2시간에 비행하는 극초음속 여객기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WSJ은 지난 50년간 항공 산업의 경제학을 보면 '더 빠른 비행'보다 '더 저렴한 비행'이 성공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버진갤럭틱의 시가총액은 무려 120억 달러(지난 9일 기준)에 달한다. WSJ은 "버진갤럭틱이 충분한 고객을 끌어모아 우주여행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여전히 믿지만 (이런 시총은) 투자자로서는 굉장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한 번의 치명적인 사고가 전체 산업을 끝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믹대한 시총과 위험을 충분히 보상하려면 버진갤럭틱이 은하계 규모의 미개척 영역에 대한 잠재력을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주 개척 등에 뛰어든 회사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WSJ은 "우주를 식민지화하려는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와 비교할 때 버진갤럭틱의 야망은 너무 작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미개척지로 과감하게 나가는 다른 옵션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