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올해 말까지인 브렉시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전환 기간 이후를 준비하면서 미국과 무역협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를 중단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즈 트러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깊이 있는 무역관계 체결을 원한다”며 EU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항공기 보조금 지급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미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 보잉에 불법 보조금을 줬다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4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물렸다. 미국이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의 불법 보조금을 문제 삼아 75억달러어치의 유럽산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했던 조치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영국이 EU와 미국 간 관세전쟁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브렉시트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EU와의 무역 거래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체결해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영국의 ‘러브콜’에도 미국과의 무역협정이 단기간 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무역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근로자, 교육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전에는 누구와도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EU는 올해 말까지로 설정된 브렉시트 전환 기간 내에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 관계 협상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는 EU 행정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

존슨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만남을 통해 협상이 진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과 미래관계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이날 “합의보다는 ‘노 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