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식형펀드에선 12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을 사기 위한 개인들의 직접투자 자금이 50조원 폭증했지만 펀드는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조한 수익률과 잦은 사고로 펀드 신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 시장의 설정액은 지난달 말 697조54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649조6290억원)에 비해 7.4% 늘어난 수치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기간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87조7092억원에서 75조5126억원으로 13.9% 줄었다. 같은 기간 감소폭으로는 1981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내에서 자본시장이 본격 형성된 이래 처음이다.

이 밖에 채권·주식 혼합형 펀드(-7.3%), 채권형 펀드(-3.2%), 혼합자산 펀드(-0.8%) 등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수년간 높은 성장률을 보여온 사모펀드도 성장세가 둔화됐다. 올 들어 5월까지 사모펀드 설정액은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0.1%)보다 크게 둔화됐다.

반면 단기자금 시장에 들어온 자금은 크게 늘었다. 단기금융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152조463억원으로 올 들어 45.0%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났던 2008년 1~5월(61.7%) 이후 최대치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내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 1위 운용사였던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는 종목 직접 투자보다 기민하게 움직이는 데 불리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시장이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투자를 늘리다 보니 펀드는 피하게 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