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수출한 원유량이 최근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7(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관세청과 에너지정보국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집계한 유조선 추적 자료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사우디가 미국에 수출한 원유량은 일평균 13만3000배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우디가 러시아와 '유가 전쟁'을 벌였던 지난 4월(일평균 130만 배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재고 줄여야 유가 올라"…사우디, 대미 수출 10분의 1 수준으로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블룸버그통신은 “아직 6월이 끝나지 않아 이달 미국의 사우디 원유 수입분 최종 집계치가 좀 더 높아질 수 있지만, 사우디가 미국에 보내는 원유량이 매우 크게 줄어든 것은 틀림없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과는 사우디가 4월 말에서 5월께 원유 수출량을 확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원유가 미국 멕시코만과 미국 서부해안에 도착하는 데에는 통상 약 45일이 소요되서다.

같은 이유로 미국 원유 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OPEC+)가 5~6월 생산량을 대폭 줄인 여파는 이달 하순과 내달 초께 뚜렷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반기에도 사우디의 수출 저조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사우디 원유 수입은 3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미국 원유 재고를 줄이고 원유 시장 균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의 대미 원유수출 감소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대부분의 미국 정유업체들이 다음달에 사우디와의 당초 계약 물량보다 더 적은 물량을 공급받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석유업계 관계자들도 사우디가 이달 하순과 다음달 중 미국으로 원유 수출량을 늘릴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는 사우디가 유가를 높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석유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시장”이라며 “사우디가 미국에 수출하는 원유량이 줄어야 미국 원유 비축량이 줄고, 이를 통해 원유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