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완전히 매수자 우위 시장"
최근 서울 집값 하락과 함께 아파트 거래마저 꽁꽁 얼어붙으면서 김 씨처럼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거래량 급감은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3분의 1 토막 났고 입주 경기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급매물도 안팔려"
3일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 3월 4393건에서 4월 1459건으로 66.7%으로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3040건)에 비교했을 때도 52.0% 하락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2~3개월간 서울 주택시장에는 매수세가 실종돼 급매물도 소화가 안 될 정도다. 봄 이사철 성수기를 맞았지만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해 계약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송파구 D공인 대표는 "매매거래는 3월 들어서면서부터 거의 '올스톱'됐다“며 "최근 잠실 지역 호가가 떨어졌다는 소식에 강남 밖에서 파크리오나 리센츠 중소형 주택으로 옮기려는 문의가 잦은데 집이 안팔려서 결국 못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포동 K공인 관계자도 "최근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 23억원 아래 가격대 매물은 집주인이 다른 집을 계약하고도 집이 안팔려 이사를 못가고 있는 상황에서 내놓은 급매물"이라며 "잔금을 치러야해 집주인의 마음이 급한데 집이 안나가 여러 차례 문의가 온다"고 토로했다.
동작구 상도동에선 상도힐스테이트 전용 84㎡ 로열층이 한달 전보다 1억원 이상 내린 11억5000만원에 나왔는데도 거래가 안되고 있다. 상도동의 W공인 대표는 "이 단지는 수요가 많은 중소형 면적 매물이 많지만 팔리지 않는 상황으로 올 초부터 매매 거래는 거의 없었다"며 "최근에는 자녀들 학교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던 집주인도 살던 집을 못팔아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매매가 하락 지속 거래 가뭄 속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07% 떨어지며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구별로는 강남구(–0.29), 서초구(-0.27), 송파구(-0.17%), 마포구(-0.06%), 양천구(-0.06%), 용산구(–0.05%) 등의 순으로 내려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 경기도 위축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전망치는 76.4으로 12개월 만에 70선으로 주저 앉았다. HOSI는 공급자 입장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 중인 아파트단지의 입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기준치로 그 이상이면 입주 여건이 양호하다는 것을, 그 미만이면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입주 지연이 늘면서 수치가 하락했는데, 미입주 사유 중 가장 답변 비중이 높았던 것은 '기존 주택매각 지연'(38.0%)이었다. 이어 '세입자 미확보'(31.0%), '잔금대출 미확보'(16.9%) 등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투자수요나 실수요 모두 움츠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경제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앞으로 세금이 크게 늘고 규제도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매수세 위축에 한몫하고 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경기침체에 자금출처 조사 등까지 맞물리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아예 없다"며 "6월로 양도세 유예기한이 끝나고 절세 매물마저 사라지면 거래 침체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지금은 매도 희망자는 넘치고 매수자는 관망세를 보이면서 완전히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선 상태"라며 "경기도 워낙 좋지 않아 부동산시장 자체가 당분간 약세를 보이지 않을까하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