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바꿔놓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은 물론 정치 경제 예술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간 뒤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 이후’를 조망하는 명사 칼럼을 최근 게재했습니다.

WSJ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화제를 모았던 이 칼럼 17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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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초 음식 칼럼니스트 동료들과 터키 이스탄불의 시장을 돌아다녔다. 음식 칼럼니스트들은 식욕이 넘친다. 북적거리는 거리를 함께 거닐며 도시 구석구석에 있는 음식을 맛보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맛있었다. 손으로 나눠 먹는 방식 때문에 더욱 그랬으리라. 마법 같은 오후였다.

그토록 자유롭던 식습관을 기억하는 건 지금은 거의 기적과 같다. 낯선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생각은 테이블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다른 사교적인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음식에 대한 우리 생각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최근까지 인류는 가장 개방적이고 다층적인 ‘먹는 문화’를 영위했다. 역사상 이렇게 카페와 식당, 길거리 음식, 초밥집, 타코 트럭, 국수 전문점 등이 친구들과 천진난만하게 맛집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던 때가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식습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종전엔 음식을 나눠 먹자는 제의를 거절하면 무례한 행동으로 보였다. 지금은 누군가 음식을 (손으로) 나눠 먹자고 얘기하면 상황이 좀 복잡해진다. 음식을 제공받는 사람이 연로하거나 연약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가 음식 자체를 통해 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다르지 않다.

식사 예절은 계속 바뀌어왔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인들은 포크를 쓰는 것보다 손으로 먹는 게 더 예의에 맞다고 여겼다. 최근 일어난 식습관의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어느날 갑자기 ‘음식 공유’에 종지부를 찍어버린 코로나19에 대한 씁쓸한 농담이 트위터에 유행처럼 번졌으니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선 뉴욕 샌프란시스코 파리를 포함한 유명 ‘맛집 도시’ 식당들이 줄줄이 폐쇄되었다. 언제 다시 문을 열 지도 불확실하다.

우리가 갑자기 바꾼 식습관 중 일부는 꽤 괜찮은 게 사실이다. 식사 전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나쁜 건 아니다. 나는 수 년 간 저녁식사 전에 손을 씻으라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해왔는데,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 지 이제서야 겨우 이해시킬 수 있었다.

요즘처럼 불안한 시기에는 생존뿐만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한 음식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콩과 렌틸콩 등이 갑자기 가게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자가 격리에 나선 사람들이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의미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집밖을 나가지 못하니 그동안 까먹고 있던 조리법을 다시 찾아보게 됐다.

코로나19 이후의 이런 식습관 변화가 얼마나 지속할 지는 누구도 모를 것이다. 다만 계속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변화 중 하나는 ‘식사 호의’가 사라지는 것이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든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식사를 하든 말이다.

생사의 시기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즐거움을 위한 식사’를 본질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박한 습관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가 당장 뭔가 해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는 식당들이 다시 문을 열고, (물론 잘 씻은) 손으로 음식을 나눠 먹을 만큼 다시 신뢰를 쌓게 되기를 갈망한다.

원제=The return to dining together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