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대혼란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긴 영국 정부의 비밀문서가 유출됐다. 이 문서는 국경 지역의 물류 이동 정체에 따른 연료, 식료품, 의약품 수급 우려 등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구체적으로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18일 영국 국무조정실이 이달 초 펴낸 비밀문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문서는 정부에서 비밀 취급 인가권을 가진 일부 관계자만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 통관·통행 절차가 엄격해지는 ‘하드 보더’가 부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시위와 도로 차단 등 거센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영국해협을 통한 물류 이동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가는 대형 트럭들은 프랑스 통관 절차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통관이 2.5일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물동량이 40~60%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영국의 항구도 길게는 3개월까지 심각한 혼란 상태를 겪은 뒤에야 물동량이 현재의 50~70%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분석됐다. 문서는 이런 상황이 몇 달 이어지면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의 연료 수급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 △신선식품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 △의약품 수급 지연 △영국과 EU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어업권 분쟁 △물가 상승으로 인한 사회복지 활동 위축 등이 잇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문서는 노딜로 일반 국민이 맞을 상황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평가”라며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큰 합리적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