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홍콩의 반정부 시위 격화, 아르헨티나의 좌파 정권 재등장 가능성,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 등 세계 곳곳에서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서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91%포인트 내린 연 1.640%를 기록했다.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51%포인트 떨어진 연 1.578%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0.1%포인트에서 0.062%포인트로 축소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가장 좁혀진 것이다. 월가에선 경기 침체 신호인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역전’이 곧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 격화로 중국군이나 무장경찰 투입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11일 대선 예비선거에서 친(親)시장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중도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에게 크게 뒤져 주가와 환율이 폭락했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연정 붕괴로 정국 혼란이 불거지고 있으며, 영국에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6년 반 만에 처음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희망도 옅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 상무부가 화웨이와의 거래 면허를 신청한 미국 기업에 답을 줘야 하는 기간인 90일이 오는 19일 만료된다”며 “최근 상황을 볼 때 면허 승인은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는 중국 측 보복을 불러 양국 간 무역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향후 1년 안에 미 경제가 침체(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갈 확률을 33.3%로 높였다. 에던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모델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동안 침체 가능성은 20%지만, 각종 지표와 사건을 근거로 한 전망은 33%에 달한다”고 밝혔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이날 110여 개국 1200명의 경제 전문가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3분기 글로벌 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모두 악화됐다고 발표했다. 클레멘스 푸에스트 IFO 소장은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무역의 성장률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무역지수들이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시작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