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식음료 및 의류 대리점에 대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계약기간을 최소 4년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마련했다. 올 들어 프랜차이즈 본사가 대리점에 공급하는 물품의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도록 한 공정위가 또다시 사인(私人) 간 계약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업계에서 나온다.

공정위는 4일 식음료·의류 표준대리점 계약서를 개정했다고 발표했다. 개정 표준계약서는 최초 계약일로부터 최소 4년 계약기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대리점에 계약갱신 요청권을 부여했다. 중대한 계약 위반 등을 하지 않는 한 본사는 대리점의 계약갱신 요청을 수락하도록 했다.

기존 표준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규정되지 않았고, 본사와 대리점은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약기간을 4년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평균 거래 유지기간, 매몰비용과 투자금 회수기간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표준계약서는 정부 권고사안이지만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분쟁이 일어났을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공정위 제재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강제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또 본사가 기존 대리점 인근에 다른 대리점 개설을 허용할 경우 기존 대리점주에게 사전 통지하도록 했다. 대리점주는 영업지역이 침해됐다고 판단되면 본사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대리점을 차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리점주가 대리점단체를 설립하는 행위를 본사가 방해하거나 대리점단체 설립 또는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내용도 표준계약서에 넣었다. 공정위와 더불어민주당은 대리점주도 노동조합처럼 본사를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 계약은 본사와 대리점주라는 사인 간 계약인데 국가가 을(乙)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1월에도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차액가맹금(본사가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해 얻는 유통마진)과 필수물품 공급가격 상·하한선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태훈/김보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