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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라 기자
    김보라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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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은 생각을 바꾸고, 글은 세상을 바꿉니다.

  • 형광등 빛으로 미술사 바꾸다

    193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태양처럼 빛나는 2500개의 불빛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 빛나던 태양들은 형광등. 인류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형광체’를 발견한 게 1674년이었으니 형광등이 대량 생산된 건 무려 260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주도한 형광등 대중화는 세계인의 삶을 바꿨다. 캄캄한 밤에도, 어스름한 새벽에도 대낮처럼 일할 수 있게 됐다. 어쩌면 형광등 발명은 산업혁명의 결정적 순간 중 하나다.무한히 빛날 것만 같았던 형광등도 시간이 지나며 별것 아닌 존재가 됐다. 공장과 사무실은 물론 집집이 새하얀 불빛이 원하는 때 언제든 흘러나오게 됐기 때문이다. 하찮은 존재가 돼버린 형광등에 다시 한번 영광의 순간을 선사한 이가 있다. 강렬한 색이 주도하던 1960년대 미술계를 빛으로 전복시킨 미니멀 아트의 선구자 댄 플래빈(1933~1996)이다.그의 대규모 회고전을 스위스 바젤에 있는 쿤스트뮤지엄 바젤 노바우에서 최근 만났다. 아트바젤이 열리는 6월 ‘꼭 봐야 할 전시 0번’으로 꼽힌 ‘댄 플래빈: 빛에 대한 헌신’에서다. 총 277점의 작품이 미술관 곳곳에 설치됐다.미국 작가 플래빈은 1960년대 후반 대량 생산된 형광등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형광빛의 네온사인이 도시 곳곳을 야비하고 저속한 인공의 공간으로 만들던 때 그는 형광등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색만 추출해 3차원으로 옮겨왔다. 텅 비어있는 공간을 비추는 화사한 색들. 백색의 벽을 황금빛 형광등 하나가 사선으로 가르고 수직의 붉은 빛이 공간 모서리를 빛낸다.이른바 ‘캔디 컬러’는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아름

    2024.06.27 17:57
  • 형광등으로 미술사를 뒤집은 뉴요커, 댄 플래빈 '빛에 대한 헌사'

    193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태양처럼 빛나는 2500개의 불빛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 빛나던 태양들은 형광등. 인류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형광체'를 발견한 게 1674년이었으니, 형광등이 대량생산 된 건 무려 260여 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주도한 형광등의 대중화는 세계인의 삶을 바꿨다. 캄캄한 밤에도, 어스름한 새벽에도 대낮처럼 일할 수 있게 됐다. 어쩌면 형광등의 발명은 산업혁명의 결정적 순간 중 하나다. 무한히 빛날 것만 같았던 형광등도, 시간이 지나며 별것 아닌 존재가 됐다. 공장과 사무실은 물론 집집마다 새하얀 불빛이 원하는 때 언제든 흘러나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찮은 존재가 돼버린 형광등에 다시 한번 영광의 순간을 선사한 이가 있다. 강렬한 색이 주도하던 1960년대 미술계를 빛으로 전복시킨 미니멀 아트의 선구자, 댄 플래빈(1933-1996)이다. 그의 대규모 회고전을 스위스 바젤의 쿤스트뮤지엄 바젤 노바우(Neubau)에서 최근 만났다. 아트바젤이 열리는 6월 '꼭 봐야할 전시 0번'으로 꼽힌 '댄 플래빈: 빛에 대한 헌신( Dedications in Lights)'에서다. 총 277점의 작품이 미술관 곳곳에 설치됐다.  미국 작가 플래빈은 1960년대 후반 대량생산된 형광등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형광빛의 네온사인이 도시 곳곳을 야비하고 저속한 인공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던 때, 그는 형광등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색만을 추출해 3차원으로 옮겨왔다. 텅 비어있는 공간을 비추는 화사한 색들. 백색의 벽을 황금빛 형광등 하나가 사선으로 가르고, 수직의 붉은 빛을 공간의 모서리를 빛낸다.&n

    2024.06.27 08:45
  • 공부하는 컬렉터의 보물창고…'아트바젤의 꽃' 언리미티드 대해부[여기는 바젤]

    1970년부터 매년 6월이면 전 세계 최고 컬렉터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들이 스위스 바젤로 모인다. 평범했던 한 그림 상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만든 아트페어 '아트바젤'은 세계 미술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세상엔 셀 수 없이 많은 아트페어가 있지만, 아트바젤은 단순히 미술품을 사고 파는 시장이 아니다. 1973년엔 특정 국가를 지정해 특별전을 열기 시작했다. 첫해엔 '잭슨 폴록 이후의 미국 미술', 1989년엔 '사진 발명 150주년 기념 특별전' 등을 열며 비엔날레급 기획력을 인정 받았다.  2000년부터 시작된 '언리미티드'는 아트바젤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은 비엔날레'로 여겨진다. 회화는 물론 미디어아트, 설치, 퍼포먼스 등 현대 실험 미술을 집중 소개하며 동시대 예술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백 개의 갤러리 판매 부스를 벗어나 17만2000㎡(약 5만 평) 거대한 전시장에서 다채로운 스케일의 작품들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것도 언리미티드의 매력. 아트바젤에 참여하는 갤러리에게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데, 올해 40개국 276개 참여 갤러리 중 단 76개의 작품과 퍼포먼스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미술사에 남은 작고 작가의 역사적 순간들과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젊은 예술가가 총출동했다. 올해 주제는 '예술의 인간성, 그리고 예술의 중심인 인간에 관한 이야기'였다. 올해로 네 번째 큐레이터가 된 지오반니 카르민 쿤스타할레 장크트갈렌 디렉터는 "공간에 압도당하지 말고, 천천히 주의깊게 하나씩 감상하라"고 말했다. 전시장 곳곳엔 'Unlimited People's Pick' 이라팻말과 함께 QR코드가

    2024.06.26 17:00
  • 부재의 건축, 담담한 초상…현대사진의 거장 칸디다 회퍼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다." 칸디다 회퍼는 50여 년간 공간의 초상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인간이 부재하는 건축물의 맨 얼굴을, 적막하고 고요하게 홀로 마주하며. 공간에도 표정이 있다. 누군가 존재해야만 그 가치가 완성되는 게 건축의 목적이라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그 공간에서 '사람'을 배제한 채 맨 얼굴을 담아온 독일 현대 사진의 거장. 쾰른에 살고 있는 칸디다 회퍼(80)다. 그는 한평생 도서관과 교회, 콘서트홀과 미술관 등을 성실하게 담아내며 '공간의 초상을 그리는 사진가'로도 불린다. 회퍼의 프레임 안에선 일상적인 공간 속 모든 것이 공평한 가치를 지닌다. 바닥의 균열, 계단의 끝점, 벽지의 작은 무늬, 샹들리에의 작은 부속품과 전선까지 또렷하고 분명하다. 누군가 한번쯤 가봤을 공공 문화시설 내부와 외관의 작은 요소들은 그의 손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모든 것의 완결을 위해 사진가가 준비하는 시간은 건축가가 처음 공간을 설계할 때 가졌던 섬세한 마음가짐과도 닮았다.  그의 사진은 정직하다. 회퍼는 '사진을 위해' 공간이 과대 평가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인위적인 조명을 쓰지 않는다. 건축가가 설계한 자연광, 실내의 조명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콘서트홀이나 대형 경기장을 찍을 땐 모형 사진을 작업실에 두고 한참을 연구한다거나, 카메라를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 두고 후보정을 가급적 하지 않는 식이다. 그런데도 그의 작업을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우주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사람이 사라진 뒤 남은 흔적과 빛, 미묘한 공기의 감각까지 전달되는 작품들.

    2024.06.26 17:00
  • This is BLACK JOY, 흑인 회화의 100년사를 만나다 [여기는 바젤]

    유럽 최초의 공공미술관은 어디에 있을까. 프랑스도 독일도, 영국도 아니다. 스위스 바젤에 있다. 라인강이 흐르는 도심에 세 곳의 전시장을 갖춘 쿤스트뮤지엄 바젤. 1662년 바젤시가 아머바흐 가문의 소장 미술품 5000여점을 구입하며 설립된 이 미술관은 현재 30만 점 이상의 방대한 소장품 목록을 자랑한다. 15~16세기 작품부터 가장 논쟁적인 동시대 작품까지 소장의 기준엔 그야말로 경계도 없고, 한계도 없다. 쿤스트뮤지엄의 DNA는 수백 년간 바젤 도시 곳곳에 이식됐다.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에 미술관만 35개. 쿤스트뮤지엄을 포함해 바이엘러, 샤울라거, 쿤스트할레 바젤 등이 몰려 있다. 예술의 힘을 믿었던 20대의 청년 에른스트 바이엘러(1921~2010)와 그의 아내 힐디가 반 세기 전 세계 미술계의 생태계를 바꾼 '아트 바젤'까지 탄생시켰으니 바젤은 미술 영역에서 전통과 현대, 공익성과 상업성 사이 완벽한 균형을 갖추고 있는 대체불가의 도시다. 6월마다 열리는 '아트바젤 바젤'이 세계 최고의 명성을 지키고 있는 중심엔 수준 높은 미술관들이 있다. 자칫 그림만 사고파는 장터로 여겨질 수 있는 아트페어 기간, 바젤의 미술관들은 사람들에게 지적인 자극과 생각할 주제를 쉴새 없이 던지는 수준급 전시를 함께 개막한다. 그 중 가장 화제를 모은 전시는 쿤스트뮤지엄 바젤 게겐바르트에서 5월 25일 개막해 10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우리가 우리를 바라볼 때(When We See Us·WWSU)'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현대미술관 MOCAA자이츠의 큐레이터들과 쿤스트뮤지엄 바젤이 협업해 흑인 구상회화의 100년사를 만화경처럼 펼쳐 보인다.  흑인, 여성, 성소수자 등 미술

    2024.06.26 17:00
  • 살고 싶어 한지 불태운 30년…산이 되고 바다가 됐다

    살랑살랑 일렁이는 물결, 사이좋게 운율을 맞추는 첩첩의 산봉우리들. 그 앞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울었다. 왜인지 도무지 이유도 모른 채. 지난 11일부터 엿새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52번째 아트바젤의 ‘언리미티드’ 섹션. 그중 한 공간을 차지한 김민정 작가(사진)의 ‘Traces’ 연작 이야기다.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트바젤의 대규모 기획 전시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70점의 작품 안에 선정됐다.불에 태운 한지가 겹겹이 쌓여 먼바다의 물결처럼 보이는 ‘Traces-Timeless(영원)’ 두 점이 마주 보고 있는 사이, 가로 8m 길이의 ‘Traces-Mountain(산)’이 끝없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산은 먹으로 농도를 조절하며 풍경을 그려냈고, 영원은 촛불로 한지를 그슬어 배열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13일 아트바젤 언리미티드 전시회 현장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광주에서 태어나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배우고,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 국립미술원으로 떠난 그는 30여 년간 서예와 수묵화, 동양철학을 탐구했다. 지금은 주로 남프랑스 생폴드방스에 머물며 미국을 오간다. 타국살이 30년이 넘었지만 그의 한국어에는 구수한 남도 방언이 그대로 남아 있다.“살려고 한 거예요. 살려고. 20대 때 힘든 일을 많이 겪으며 몇 번 죽으려고 했거든. 숨 붙어 있는 게 고통이었어요. 이후의 모든 시간이 나를 찾는 과정이었고,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감당할 수 있는 재료로만 작품을 해야 했어요.”동양화를 전공한 그에게 한지는 가장 연약하면서도 가장 강한 재료다. 2000년 무렵부터 종이를 가늘게 잘라 숨을 조절해가며 촛불로 가장자리를 태운 뒤 섬세하게 배열하는 작업을 주로

    2024.06.25 18:22
  • 살고 싶어 한지 불태운 30년 "산을 그리니 물이 되고 물을 그리니 산이 되더라" [여기는 바젤]

    ※이 기사는 6월27일 발간되는 아르떼 매거진 7월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살랑살랑 일렁이는 물결, 사이좋게 운율을 만드는 첩첩의 산봉우리들. 그 앞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울었다. 왜인지 도무지 이유도 모른 채.  지난 11일부터 6일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52번째 아트바젤의 언리미티드 섹션. 그 중 한 공간을 차지한 김민정 작가(62)의 Traces 연작 이야기다.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트바젤의 대규모 기획 전시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70점의 작품 안에 선정됐다.  불에 태운 한지가 겹겹이 쌓여 먼 바다의 물결처럼 보이는 'Traces-Timeless(영원)' 두 점이 마주보고 있는 사이, 가로 8m 길이의 'Traces-Mountain(산)'이 끝도 없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산의 풍경은 먹으로 농도를 조절하며 그려냈고, 영원은 그의 상징적인 작업-촛불로 한지를 그을려 배열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그의 그림은 티끌같은 인간의 삶을 넘어 억겁의 시간을 맴도는, 자연에 관한 성찰이 담긴다. 13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바젤 언리미티드 전시장에서 김민정 작가를 만났다.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배우고, 1991년 밀라노 브레라 국립미술원으로 떠난 그는 30여 년간 서예와 수묵화, 동양 철학을 탐구하며 현대 추상화의 어휘를 넓혀온 인물이다. 지금도 주로 남프랑스 생폴드방스에 주로 머물며 미국을 오가는 그는 종이, 먹, 불이라는 기본적인 재료로 제한적인 공간에서 홀로 절제된 작업을 한다. 타국살이 30년이 넘었지만, 한국어로 말할 땐 여전히 구수한 남도 방언이 그대로 남아있다. "살려고 한 거에요. 살으려고. 20대 때

    2024.06.24 14:29
  • 세탁기 돌리고, 고구마 굽고, 잠을 잔다…이곳은 '살아 숨쉬는 미술관'

    이곳엔 샘 켈러(57)라는 천재 기획자가 관장으로 있다. 켈러는 예술을 배운 적도 없고, 예술가 집안 출신도 아니다. 기업가에 가까웠던 그는 우연히 아트바젤의 디렉터로 일하다가 아트바젤을 마이애미로 옮기는 아이디어를 실현했고(2001년), "유럽 박람회를 글로벌 더블 이벤트로 만든 천재"라는 찬사를 받으며 예술계에 진입했다.‘아트바젤 2024’가 한창 열리고 있던 지난 13일. 스위스 바젤 시내에서 15분간 트램을 타고 외곽 리헨(Riehen)으로 향했다. 독일과 스위스 접경에 있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 ‘바이엘러’역에 내리자 얕은 담장이 맞이하는 미술관이 나타났다. ‘바이엘러 재단’의 자취는 담장처럼 소박하지 않다. 모네의 ‘수련’을 실제 연못 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미술관이자, 지난 25년간 800만 명 이상이 방문한 스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관이라서다.‘바이엘러 재단-LUMA재단 5.19-8.11’이라는 검정 글씨의 포스터만 보고 미술관을 찾았다. 입장을 하고 나서야 전시명이 ‘Dancing with Daemons(악마들과의 춤을)’라는 걸 알게 됐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는 홈페이지에 ‘Home for Strangers(낯선 이들을 위한 집)’로 이름이 바뀌어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예술품들의 아름다운 묘지, 바이엘러바이엘러재단 미술관은 1997년 지어졌다. 에른스트(1921~2010)와 그의 아내 힐디(1922~2008) 바이엘러가 400여 점의 소장품을 기증하며 설립됐다. 모네, 반 고흐, 피카소, 마티스 등의 현대 걸작과 마크 로스코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잭슨 폴록에 이르는 전후 거장에 동시대 예술가 작품까지 그야말로 명작 중의 명작 400여 점이 영

    2024.06.20 18:57
  • '현대건축 걸작'에 둘러싸인 비트라 캠퍼스를 아시나요

    스위스 바젤은 프랑스, 독일 국경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다. 바젤에는 수식어가 많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로슈 본사 등을 품은 제약의 메카이자 50년 넘게 미술 시장의 패권을 잡아온 아트페어 ‘아트바젤’의 본고장, 최고 시계 장인들이 대대로 모여 살던 명품의 도시 그리고 대규모 페어가 1년 내내 열리는 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도시다.바젤은 현대 건축학도와 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바젤의 작은 상점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가구회사 비트라의 ‘비트라 캠퍼스’가 바젤 도심에서 독일 국경을 조금만 넘어가면 나온다. 바젤에 간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바젤 버스로 20분 거리, 바일 암마인에 있는 비트라 캠퍼스를 찾았다.캠퍼스라는 이름 때문에 ‘디자인학교가 있는 곳 아닐까?’ 생각했다면 아니다. 이곳은 공장이다. 세계로 수출되는 비트라 가구의 90%를 여기서 제조한다. 공장 건물과 사무실, 회의실 등은 체리나무가 드리워진 넓은 녹지에 툭툭 놓여 있다.이곳에서 눈길이 닿는 곳은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념비적 작품이 그 안에 모두 모여 있다. 버스정류장, 주유소, 소방서, 산책로까지 모두 건축 거장들의 손길을 거쳤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작품으로 가득 차 있다.큰 화재로 모든 공장이 불에 타버린 1981년, 비트라는 영국 산업 건축가 니컬러스 그림쇼를 시작으로 프랭크 게리(캐나다), 안도 다다오(일본), 자하 하디드(영국-이라크계), 헤르조그&드 뫼롱(스위스), 렌초 피아노(이탈리아), 알바

    2024.06.20 18:10
  • 악동의 소방서, 60년대 일본집… 세계 건축 유산 다 모은 비트라 캠퍼스를 가다 (2부)

    [1부에 이어] ▶▶▶안도 타다오·프랭크 게리…'건축 거장들의 원더랜드' 비트라 캠퍼스를 가다 (1부)1993년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선구자였던 안도 타다오가 일본 밖에서 첫번째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독일 비트라 캠퍼스 안에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의 비트라 캠퍼스는 가구 브랜드 비트라의 본사와 공장 그리고 뮤지엄이 한데 있는 공간이다.  비트라 캠퍼스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유작으로 남긴 여성 건축가 최초의 프리츠커상 수상자,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소방서였다. 불에 탄 공장을 재건한 뒤 화재 예방에 힘 쏟던 비트라는 1990년 무렵 자체 소방서를 짓기로 한다. 이때 선택한 건축가가 자하 하디드다.  '도면 건축가' 놀림 받던 자하 하디드의 첫 건물 자하 하디드의 도면을 현실에 옮긴다는 건 그 자체로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으로 영국 AA에서 렘 쿨하스를 사사한 하디드는 이때까지만 해도 '건축물 없는 건축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설계도로 공모전마다 크게 인정 받았지만, 이를 실제 건물로 실현시킬 건축주는 아무도 없었다. 마흔 살 넘어서까지 인테리어, 제품 디자이너로만 활동하던 그에게 비트라 소방서는 첫 시험 무대이자, 첫 준공작이 됐다. "상상 속에만 있을 법한 도면이 건축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검증한 사례이기도 했다. 중력에 떠있는 듯한 지지대들, 사선과 사면으로 구성돼 얼어붙은 콘크리트 같은 날카로운 외관, 실내에선 어떤 공간에서도-심지어 바닥면에서도

    2024.06.20 10:30
  • 안도 타다오·프랭크 게리…'건축 거장들의 원더랜드' 비트라 캠퍼스를 가다 (1부)

    스위스 바젤은 프랑스, 독일 국경 사이에 자리 잡은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다. 바젤에는 수식어가 많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로슈의 본사 등을 품은 제약의 메카, 50년 넘게 미술 시장의 패권을 잡아온 아트페어의 본고장, 최고의 시계 장인들이 대대로 모여 살았던 명품의 도시, 1년 내내 페어가 열리는 마이스의 도시다.  바젤은 현대 건축학도와 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동네 작은 상점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가구회사 비트라의 '비트라 캠퍼스'가 도심에서 독일 국경을 조금만 넘어가면 나온다. 바젤에 간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바로 여기다. 버스로 20분 거리, 바일 암마인에 있는 비트라 캠퍼스를 찾았다. 캠퍼스라는 이름만 들으면 학교를 떠올릴 수도 있다. 아니다. 이곳은 공장이다. 세계로 수출되는 비트라 가구의 90%가 여기서 만들어진다. 공장 건물과 사무실, 회의실 등은 체리나무가 드리워진 넓은 녹지에 툭툭 놓여있다.  이곳에서 눈길이 닿는 곳은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념비적 작품들이 그 안에 모두 모여있다. 버스 정류장, 주유소, 소방서, 산책로까지 모두 건축 거장들의 손길을 거쳤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작품들로 가득 차있다. 큰 화재로 모든 공장이 불에 타버린 1981년, 비트라는 영국 산업 건축가 니콜라스 그림쇼를 시작으로 프랭크 게리(캐나다), 안도 타다오(일본), 자하 하디드(이라크계 영국), 헤르조그 & 드 뫼롱(스위스), 렌조 피아노(이탈리아), 알바로 시자(포르투갈) 등에게 결정적 작품들을 의뢰했다. 비트라 캠

    2024.06.20 08:47
  • 세탁기 돌리고 고구마 구우며…'악마와 춤추라'는 스위스 최고 미술관

    '아트바젤 2024'가 한창 열리고 있던 지난 13일. 스위스 바젤 시내에서 15분간 트램을 타고 외곽 리헨(Riehen)으로 향했다. 독일과 스위스 접경에 있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 '바이엘러'라는 역에 내리자 얕은 담장이 맞이하는 미술관이 나타났다. '바이엘러 재단'의 자취는 담장처럼 소박하지 않다. 모네의 '수련'을 실제 연못 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갤러리이자, 지난 25년간 800만명 이상이 방문한 스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관이라서다.  아트바젤 기간 동안 도시 곳곳에선 '바이엘러 재단-LUMA재단 5.19-8.11'이라는 검정 글씨의 포스터가 휘날렸다. 미술관에 들어설 때까지 무슨 전시인 지 도무지 알 수 없었는데, 입장을 하고 나서야 전시명이 'Dancing with Daemons(악마들과의 춤을)'라는 걸 알게 됐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는 전시명이 'Home for Strangers- 낯선 이들을 위한 집'으로 바뀌어 있고, 전시장에서 받은 안내문에는 'Cloud Chronicles'와 'All My Love Spilling Over-나의 사랑을 흩뿌려줘'라는 제목이 써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예술품들의 아름다운 묘지, 바이엘러   바이엘러재단 미술관은 1997년 지어졌다. 에른스트(1921-2010)와 그의 아내 힐디(1922-2008) 바이엘러가 400여 점의 소장품을 기증하며 설립됐다. 모네의 인상주의, 반 고흐의 후기 인상주의부터 피카소와 마티즈 등의 현대 걸작, 마크 로스코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잭슨 폴록에 이르는 전후 거장, 안젤름 키퍼 등 동시대 예술가들의 주요 작품까지 그야말로 명작 중의 명작들이 영구 소장돼 있다. 바이엘러 부부는 세기의 컬렉터이자 아트딜러다. 파블로

    2024.06.19 11:12
  • 원조 아트페어는 달랐다…아트바젤, 100억대 명작 완판

    “불안으로 시작해 안도하며 끝났다. 조정인지 회복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지난 11일부터 엿새간 이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 거래시장 아트바젤에 참여한 갤러리 딜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바젤 인 바젤 2024’는 개막 직전까지 폭풍전야였다. 40개국의 285개 화랑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술계의 슈퍼볼’로 불리는 아트바젤마저 흥행하지 못하면 앞으로 10년은 답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경매회사의 현대미술 판매량이 이전 시즌보다 22%나 줄었다는 결과까지 나와 시장이 회복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날개 돋친 듯 팔린 초고가 그림하지만 기우였다. 막상 문을 열어보니 열기가 만만치 않았다. VIP 대기줄은 입장까지 한 시간이 넘을 정도로 늘어섰다. 개막 두 시간 만에 100억원 이상 대작이 줄줄이 팔려나갔다. 일반 공개가 시작된 13일부터는 행사장 일대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미술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4% 감소한 650억달러(약 90조원)에 그쳤지만 아트페어를 방문해 작품을 자신이 직접 보고 구입하려는 컬렉터는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대마불사와 승자독식. 이번 아트바젤은 21세기 자본 시장을 움직여온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하우저&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 머핀,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등 세계적인 ‘블루칩 갤러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반신반의하며 출품한 ‘여덟 자리 딜’(1000만달러 이상의 그림)이 줄줄이 팔리면서다.미국 뉴욕 기반의 데이비드 즈워너는

    2024.06.16 18:25
  • 비욘세·U2·레이디 가가…팝스타 무대 만든 황금손, BMW와 벌인 일[여기는 바젤]

    10여년 간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팝 음악계의 결정적 순간을 떠올려보자. 비욘세의 블록버스터급 투어 르네상스(2023)와 포메이션(2016), 카니예 웨스트의 Yeezus(2013), 레이디 가가의 몬스터볼(2009), 라스베가스 스피어의 오프닝 콘서트 U2 UV(2023)…. 이 모든 무대를 디자인한 사람은 한 명이다. 엔터테인먼트의 거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영국 출신의 에스 데블린(Es Devlin·50)이다.  팝스타들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데블린이지만 그는 사실 90년대 중반부터 유럽 전역의 오페라하우스와 극장에서 기반을 다졌다. 로열오페라하우스, 루체른페스티벌의 야외무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 파리 루이비통 패션쇼까지 그의 손길이 닿은 화제의 무대는 셀 수조차 없다. 모든 무대에 극강의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동시에 미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 그는 이제 테이트모던, 서펜타인갤러리 등 유명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는 '뮤지엄 아티스트'가 됐다.  최고의 수집가들이 한 곳에 모인 스위스 바젤의 아트바젤2024. 그곳에 에스 데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20년간 아트바젤 공식 후원사이자 VIP의 차량을 지원해온 BMW가 올해 에스 데블린과 멀티 미디어 작품 시리즈를 제작해 단독으로 부스를 마련한 것. '수소'를 주제로 데블린은 BMW 엔지니어들과 수 개월 협업했고, 그 결과 서페이싱(2024), 서페이싱 II(2024)가 탄생했다. 전시장에는 마스크 (2018),  마스크 인 모션 (2018) 등 4개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BMW는 BMW iX5 모델의 파일럿 수소차량을 이번 아트바젤에 공식 셔틀로 공개했다. 차량 외부엔  데블린이 그리고 콜라주한 작품이 덮혀 있고, 차에 타면 수소의 잠재력에 관

    2024.06.16 16:41
  • 감자 가게·증류소·교회 제단까지 길거리가 모두 갤러리로 [여기는 바젤]

    "18년간 이 가게를 운영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존재를 알게 된 적은 없었어요. 아트바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아니네요."  지난 11일 스위스 최대 규모의 컨벤션 센터인 '메세 바젤' 인근의 잡화점 주인이 건넨 말이다. 이 가게의 이름은  '트로피칼 존(Tropical Zone)'. 아프리카에서 수입해온 각종 헤어 제품과 식재료들을 파는 공간이지만 6월 둘째주 만큼은 미술 애호가들이 들르는 전시장이 됐다. 아트바젤이 컨벤션 센터를 벗어난 도시 곳곳에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파르쿠르(Parcours)'의 한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런던 기반의 흑인 예술가 알바로 배링턴은 이 가게의 윈도우 마네킹 옆, 감자 등 채소를 파는 매대에 구조물을 설치해 자신의 작품을 걸었다.   파르쿠르는 프랑스어로 '여정'이라는 뜻. 아트바젤이 2010년부터 전시장을 벗어나 도시 곳곳 예상치 못한 장소에 예술 작품을 놓아두는 야외 공공미술 쇼다. 올해는 여러 곳에 흩어놓는 대신 처음으로 행사장 앞에서 라인강까지 이어지는 클라라슈트라세 길목을 활용해 22개의 예술 작품을 숨겨 놓았다.    말레이시아계 영국인 맨디 엘-세이그는 1980년대에 지어진 '클라라 쇼핑센터'에서 빈 상점과 레스토랑을 신문, 광고, 포장지, 중국의 모조 화폐 등 인쇄물로 뒤덮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공연자들은 마치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는 수행자처럼 춤을 추기도 했다. 작가는 돈과 정보의 순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실제 옮겨다니는 이주의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길가의 꽃집도 전시장이 됐다. '바쥬(Bajour)&

    2024.06.16 16:30
  • 40년 전 뉴욕 맨해튼처럼…바젤 한복판 300평 밀밭을 심은 93세 할머니[여기는 바젤]

    아트바젤의 본고장 스위스 바젤. 라인강에서 10분 거리, 도심 한가운데 있는 '메세 바젤'은 인구 20만 명의 도시에 매년 100만 명이 찾아오는 스위스 최대 규모의 컨벤션 센터다. 벌집 모양의 은빛 거대한 두 개의 건물을 연결하는 광장. 그 광장 위를 지붕처럼 연결하는 원형의 큰 덩어리는 중앙부가 뻥 뚫려 있어 마치 우주선에서 내려 새로운 공간으로 진입하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스위스 바젤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 듀오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2013년 완공한 후 지금까지 미래형 광장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지난 11일 개막한 제 52회 아트바젤에선 이 웅장한 건축물을 압도하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1000㎡(약 300평) 면적에 녹색의 밀밭이 펼쳐진 것. 이 작업은 아트바젤이 '메세플라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최한 공공미술의 하나다. "환경을 생각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식의 뻔한 메시지가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1세대 대지예술가이자, 생태예술의 시작점이기도 한 아그네스 데네스(93)에 대한 헌사다.  아그네스 데네스는 헝가리 태생의 미국 작가다. 아트바젤 메세 광장에 설치된 작품은 1982년 데네스가 뉴욕 로어 맨해튼(현 배터리 파크) 매립지에 8000㎡(약 2450평)에 달하는 밀을 심었던 '밀밭-대립(Wheatfield – A Confrontation)' 을 42년이 지나 재현한 것이다. 데네스의 대지예술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뉴욕 설리번 카운티에서 '쌀, 나무, 매장'이란 제목의 퍼포먼스를 했다. 뉴욕 북부에 벼를 심고, 주변 나무들을 묶은 뒤 타임캡슐을 묻고 나서 "지구, 미래와의 소통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

    2024.06.16 08:47
  • 그림보다 굿즈? 54년 만에 첫 '아트숍' [여기는 바젤]

    40개국 285개 갤러리가 모인 스위스 아트바젤 행사장. VIP 공식 프리뷰가 11일(현지시간) 시작되자마자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수집가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본 전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먼저 붙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아트바젤 숍(The Art Basel Shop)'이다.  아트바젤 54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정판 굿즈'를 내놓는다는 소식은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미리 알려졌고, 개막 첫날을 포함해 페어 기간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줄을 선 사람들은 "아트바젤이 만들면 기념품도 뭔가 다를 거다", "인스타그램에서 미리 본 그 가방 실물로 보고 싶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세계적 권위를 가진 아트바젤의 이 같은 행보는 사실상 큰 모험이다. 아트페어는 그 자체로 예술을 지나치게 상업화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에 가격을 매겨 한 장소에 몰아넣고 사고 파는 행위 자체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아트바젤은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한듯, 협업에서 답을 찾았다.   아트바젤 숍은 프랑스 파리의 유명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사라 안델만이 주도했다. 1997년부터 20년간 '콜레트'라는 럭셔리 부티크 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어머니와 운영했던 안델만을 영입, 독점적이고 희귀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아트바젤 기간 동안에만 일반인과 방문객에게 한정 판매하기로 했다.  안델만은 아트바젤 박람회에 참여한 예술가와 협력해 제품을 개발했다. 미국 출신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틴 선 김(44)과의 협업이 가장 화제였다. 작가 스스로는 물론 청각 장

    2024.06.14 11:06
  • '미술시장 슈퍼볼' 아트바젤 2024 … 지금은 승자독식의 시간

    "불안으로 시작해 안도하며 끝났다. 조정인지 회복인 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바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VIP프리뷰를 시작으로 16일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갤러리 딜러들이 이구동성 외친 말이다.  1970년 시작돼 바젤에서 열리는 원조 아트페어인만큼 '아트바젤 바젤'은 미술시장의 기준이자 지표로 통한다. 40개국 285개 갤러리가 참여한 올해 아트바젤은 개막 직전까지 폭풍 전야였다. 40개국 285개 갤러리는 "미술시장의 수퍼볼인 아트바젤마저 안 되면, 10년은 답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지난 달 뉴욕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3대 경매사에서 열린 현대미술 판매량은 이전 시즌 대비 22% 감소했고, 크리스티의 해킹 사태와 소더비의 인원 감축 등 부정적인 뉴스가 연달아 쏟아진 탓이다.  문을 열자마자 두려움은 안도로 바뀌었다. VIP 입장 대기줄은 1시간 이상 걸릴 만큼 늘어섰고, 개막 2시간 안에 100억원 이상 대작들이 줄줄이 판매됐다. 행사장과 일대는 일반 공개가 시작된 13일부턴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미술시장 매출액이 전년 대비 4% 감소한 650억달러에 그쳤지만, 수집가들은 더 진지한 태도로 아트페어를 찾아 직접 경험하고 사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대마불사·승자독식… 100억+ 줄줄이 완판  대마불사와 승자독식. 21세기 자본 시장을 움직여온 두 개의 키워드가 이번 아트바젤을 요약하는 말이다. 하우저 앤 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 머핀,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등 세계적인 '블루칩 갤러리'

    2024.06.13 17:41
  • 런던 한복판에 한국의 美 풀어낸 조민석의 '군도의 여백'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와 연결된 왕실 공원 켄싱턴 가든. 서펜타인 갤러리 앞마당엔 2000년부터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한시적인 구조물 ‘서펜타인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고(故) 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페터 춤토어, 대니얼 리버스킨드, 렘 쿨하스, 헤르조그 앤 드뫼롱 등이 거쳐 가면서 건축가들의 실험 무대가 됐다.23번째인 올해 한국인 최초로 파빌리온 작가에 선정된 조민석 매스스터디 대표(57)의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이 지난 7일 공개됐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짙푸른 잔디 위에 별 하나가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중심부 원형의 열린 공간에서 각각 방사형으로 뻗어가는 다섯 개의 공간이 공원을 지나는 누구나 어디에서든 접근 가능한 장소로 만들었다. 찾는 동선에 따라 다른 경험조 건축가는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역사를 추적해 과거와는 다른 독창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설계했다. 중앙은 한국 전통 가옥의 안뜰인 마당에서 착안했다. 중앙에서 각각의 공간을 연결해 언제 어떤 동선으로 이곳을 찾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기억을 갖고 돌아가는 구조다. 이전까지의 파빌리온이 채워 넣는 것에 집중했다면 ‘군도의 여백’은 비워두는 것으로 동양적 사고를 풀어냈다는 평가다. 사람들이 공간에 들어와 할 수 있는 행위의 가능성을 더 열어둬 사람이 건축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서펜타인 파빌리온이 있는 켄싱턴 가든은 원래 왕실 켄싱턴궁 정원이었다가 공원으로 바뀐 런던 시민들의 휴식처다. 북쪽 공간엔 ‘읽지 않은 책의 도서관’이 들어섰다. 싱가포르 예술가인 허먼 청과 르네 스탈이 2016년부터

    2024.06.09 17:37
  • 런던 한복판 5개의 '열린 섬'…조민석의 서펜타인 파빌리온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와 연결된 왕실 공원 켄싱턴 가든. 서펜타인 갤러리 앞마당엔 2000년부터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한시적인 구조물 '서펜타인 파빌리온'이 들어선다. 서울 동대문 DDP를 설계한 고(故)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피터 춤토르, 다니엘 리베스킨트, 렘 쿨하스, 헤르조그 앤 드뫼롱 등이 거쳐가며 건축가들의 실험 무대가 됐다.  올해 한국인 최초로 23번째 파빌리온 작가에 선정된 조민석 매스스터디 대표(57)의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이 7일(현지시간) 공개됐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짙푸른 잔디 위에 별 하나가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중심부 원형의 열린 공간에서 각각 방사형으로 뻗어가는 다섯 개의 공간이 공원을 지나는 누구나 어디에서든 접근 가능한 장소로 만들어졌다. 조 건축가는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역사를 추적해 과거와는 다른 독보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설계했다. 중앙은 한국 전통 가옥의 안뜰인 마당에서 착안했고, 각각의 공간들로 연결돼 언제 어떤 동선으로 이곳을 찾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기억들을 갖고 돌아가는 구조다. 이전까지의 파빌리온이 채워 넣는 것에 집중했다면, '군도의 여백'은 비워두는 것으로 동양적 사고를 풀어냈다는 평가다. 사람들이 공간에 들어와 할 수 있는 행위의 가능성을 더 열어두면서 사람이 건축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한 것.  서펜타인 파빌리온이 있는 켄싱턴 가든은 원래 왕실인 켄싱턴궁 정원이었다가 공공 장소가 된 런던 시민들의 공원. 북쪽 공간엔 '읽지 않은 책의 도서관(The Library of Unread Books)'가 들어섰다. 싱가포르 예술가인 헤먼 종(Heman Chong)과 르네 스탈이 2016년

    2024.06.07 21:51
  • 공간의 초상, 텅 빈 시간 50년간 담아온 칸디다 회퍼 개인전

    공간에도 얼굴이 있을까.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그 건축물의 맨얼굴을 50년간 사진으로 포착해온 사진가가 있다. 독일 출신 현대사진의 거장, 칸디다 회퍼(80)다.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공공 장소가 그가 담아내는 대상이다. 도서관과 교회, 콘서트홀과 미술관 등을 그만의 시선으로 담는다. 그래서 그를 '공간의 초상을 그리는 사진가'로도 부른다.  완벽한 비례와 구도로 사진 작업에 평생을 바쳐온 회퍼가 4년 만에 개인전으로 서울을 찾았다.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서울점 K2에서 개막한 '칸디다 회퍼: 르네상스'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리노베이션한 건축물, 과거에 작업했던 장소를 재방문해 촬영한 신작 등 14점이 걸렸다. 작품의 주제인 '르네상스'처럼 재생과 부활의 의미가 담긴 장소를 찾아갔다.  회퍼는 공간이 과대 평가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인공 조명을 쓰지 않는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콘서트홀이나 대형 경기장을 찍을 땐 모형 사진을 작업실에 두고 한참을 연구한다. 카메라를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 두고, 후보정을 하지 않는 그의 작업을 보면 시간이 멈춘 우주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전시장 1층에선 프랑스 파리의 카르나발레 박물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16~17세기 지어진 저택을 2016년부터 수리했고, 재개관을 1년 앞둔 2020년 회퍼가 방문했다. 수세기에 걸친 역사적 공간 안에 모던한 계단 등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을 담았다. 베를린의 유서 깊은 극장 코미셰오페라의 텅 빈 무대와 객석 연작은 2023년 리노베이션을 앞두고 촬영했다.  2층의 사진은 베를린의 랜드마크인 신국립미술관이 있

    2024.05.30 18:25
  • 사람·조명도 없는 이 공간…홀로 눈 감는 그녀의 셔터

    공간에도 얼굴이 있을까. 누군가가 존재해야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그 건축물의 맨얼굴을 50년간 사진으로 포착해온 사진가가 있다. 독일 출신 현대 사진의 거장, 칸디다 회퍼(80)다.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공공장소가 그가 담아내는 대상이다.도서관과 교회, 콘서트홀과 미술관 등을 그만의 시선으로 담는다. 그래서 그를 ‘공간의 초상을 그리는 사진가’로도 부른다.완벽한 비례와 구도로 사진 작업에 평생을 바친 회퍼가 4년 만에 개인전으로 서울을 찾았다.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서울점 K2에서 개막한 ‘칸디다 회퍼: 르네상스’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리노베이션한 건축물, 과거에 작업한 장소를 재방문해 촬영한 신작 등 14점이 걸렸다. 작품의 주제인 ‘르네상스’처럼 재생과 부활의 의미가 담긴 장소를 찾아갔다.회퍼는 공간이 과대 평가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인공조명을 쓰지 않는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콘서트홀이나 대형 경기장을 찍을 땐 모형 사진을 작업실에 두고 한참을 연구한다. 카메라를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 두고 후보정을 하지 않는 그의 작업을 보면 시간이 멈춘 우주의 공간처럼 느껴진다.전시장 1층에선 프랑스 파리의 카르나발레박물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16~17세기 지어진 저택을 2016년부터 수리했고, 재개관을 1년 앞둔 2020년 회퍼가 방문했다. 수세기에 걸친 역사적 공간에 모던한 계단 등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을 담았다.베를린의 유서 깊은 극장 코미셰오페라의 텅 빈 무대와 객석 연작은 2023년 리노베이션을 앞두고 촬영했다.2층에 전시된 베를린의 랜드마크 신국립미술관은 2022년 재개관한 새로운 모습을 담았다. 모더

    2024.05.30 18:06
  • 당신은 역사가인가, 영화감독인가, 사회고발자인가, 미술가인가…모두가 나다

    ‘혼돈의 시대에 질서를 만드는 예술가.’영국의 영화감독이자 예술가 존 아캄프라(66)에 대해 세계 미술계가 보내는 찬사다. 그는 20대였던 1982년 런던에서 이민자 예술가 단체 ‘블랙 오디오 필름 콜렉티브(BLFC)’를 설립해 지금까지 흑인 영상 예술을 개척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뉴욕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강단에 섰고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았다.그는 올해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영국관 공식 작가로 선정돼 ‘밤새 빗소리를 듣다(Listening All Night to the Rain)’라는 제목으로 회고전 형식의 대규모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건 두 가지 측면에서다. 그동안 흑인 이민자들의 정체성과 제국주의, 영국 내 인종 문제, 환경과 노예제도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작업해온 그를 1990년 후반부터 이미 베를린과 칸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목했다. 정작 영국 미술계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전시엔 영국을 대표하는 최대 미술 투자사인 아트펀드와 버버리, 포드재단, 블룸버그자선재단, 프리즈 아트페어 등이 후원사로 나섰다. 영국 정부가 반세기 만에 그를 ‘국가대표 예술가’로 인정한 것이니 평생 영국의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역대 가장 많은 스크린이 이번 전시에 등장한다. LG전자는 그의 예술세계를 압축한 이번 전시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최고 사양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크린 60여 대를 작가에게 제공, 그의 과거 어떤 전시보다 뛰어난 화질로 구현할 수 있게 도왔다.1958년 가나에서 태어난 그는 포스트 식민주의 시대의 풍파를 그대로 맞았다. 1966년부터 다섯 차

    2024.05.02 19:37
  • 시대·국경 넘은 인연…K컬처의 두번째 고향

    1992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미술제 뉴욕 휘트니비엔날레는 창립한 지 6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실험미술과 신진 작가들을 꾸준히 지원해온 이 미술관은 ‘경계선(Boaderline)’이라는 주제로 이듬해 일본에서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그때 고(故) 백남준이 나섰다.“이번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나라는 한국이요, 서울이다.”휘트니비엔날레는 이듬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이 비엔날레가 뉴욕 밖에서 열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베네치아, 카셀도큐멘타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휘트니비엔날레는 올해 30년 전 한국과의 인연을 또 한 번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10년간 장기 파트너십을 맺은 첫 결과물인 휘트니비엔날레가 뉴욕 한복판에서 오는 8월 11일까지 열린다. 미국 내 가장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예술가들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공식 후원사로 나선 의미 있는 현장이다.지난 열흘간(4월 25일~5월 2일) 이탈리아 북동부 알프스산맥 끝의 우디네에서는 한국 영화인들의 축제가 열렸다. 벌써 26회째 아시아 영화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드러내고 있는 ‘우디네극동영화제’에 이명세, 허진호, 김성수, 최동훈, 장재현 감독 등은 물론 배우 정우성까지 한국 영화계 주축들이 총출동했다. 최신 한국 영화가 상영되는 것은 기본이요,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이 디지털 복원한 1950년대 한국 영화 7편이 상영됐다. 전쟁 중에도 촬영된, 우리조차 잊었던 한국의 고전들이 이탈리아 산맥에서 상영된 순간이었다. 뉴욕 휘트니비엔날레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2024.05.02 19:27
  • 뒤집어진 성조기, 침몰하는 백악관…뉴욕 한복판서 "미국은 망했다"

    거꾸로 매달린 성조기. 백악관의 입구가 침몰한다. 검은 흙으로 지어진 파사드(건물 앞 면)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태로운데, 심지어 기울어져 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마샤 존슨의 조각상은 침몰하는 백악관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미국이 망한다(망하고 있다)’는 간단한 명제가 마치 허드슨 강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이 내는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퍼진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가, 아니면 정말 모르는가”라고. ‘실제보다 더 나은 것(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은 과연 진짜 나은 것일까, 아니면 더 악랄한 거짓말일까. 제81회 휘트니비엔날레가 던진 물음이다.올해 휘트니비엔날레는 미술관 큐레이터인 크리시 일스와 멕 온리가 디렉터를 맡았다. 주제인 ‘실제보다 더 나은’은 ‘현존’이라는 개념을 고민한다. 일상을 파고든 인공지능, 낙태 문제로 대표되는 개인과 사회의 신체 주도권 다툼, 늘 반쯤 온라인에 접속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유동적 정체성, 21세기에도 이어지는 영토 전쟁과 환경 문제까지 ‘변곡점’에 달한 우리의 현재를 예술가 71명이 돌아보는 기획이다.71명의 예술가가 바라본 현재, 그 불안한 자화상이번 비엔날레의 준비 기간이었던 지난 2년간 미국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첫 손에 꼽히는 건 낙태권 이슈다. 1973년 미국 대법원에서 여성의 신체 주도권을 인정하는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이 뒤집힌 것. 낙태권 보장이 사생활 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세대별로, 주별로 찬반 양론이 불붙은 가운데 일부 주에서는 낙태를 인정하지 않아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2024.05.02 19:25
  • 가나 탈출한 흑인 소년, 혼돈의 시대에 질서를 만드는 영화 거장으로

    '혼돈의 시대에 질서를 만드는 예술가.'   영국의 영화감독이자 예술가 존 아캄프라(66)에 대해 세계 미술계가 보내는 찬사다. 그는 20대였던 1982년 런던에서 이민자 예술가 단체 '블랙 오디오 필름 콜렉티브(BLFC)'를 설립해 지금까지 흑인 영상 예술을 개척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뉴욕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강단에 섰고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는 올해 제 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영국관 공식 작가로 선정돼 ‘밤새 빗소리를 듣다(Listening All Night to the Rain)’라는 제목으로 회고전 형식의 대규모 전시를 열고 있다. 그가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참여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15년과 2019년 등 두 차례 작품을 내놨다. 당시 각각 소속 갤러리와 가나 국가관 전시에 출품된 바 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건 두 가지 측면에서다. 그 동안 흑인 이민자들의 정체성과 제국주의, 영국 내 인종 문제, 환경과 노예제도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작업해온 그를 1990년 후반부터 이미 베를린과 칸느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목했다. 정작 영국 미술계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전시엔 영국을 대표하는 최대 미술투자사인 아트펀드와 버버리, 포드재단, 블룸버그자선재단, 프리즈 아트페어 등이 후원사로 나섰다. 영국 정부가 반 세기만에 그를 '국가대표 예술가'로 인정한 셈이니 평생 영국의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역대 가장 많은 스크린이 이번 전시에 등장한다. LG전자는 그의 예술세계를 압축한 이번 전시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최고 사양의 OLED TV 60여 대를 작가

    2024.05.02 14:17
  • 아르떼 매거진 '소장하고 싶은 글' 위해…10여명 새 필진 합류

    아르떼는 지난 1년간 문화예술 분야 100명의 이야기꾼과 함께해왔다. 출범 1주년을 맞아 창간하는 아르떼 매거진은 콘텐츠에 깊이를 더해 ‘천천히 읽고 소장하고 싶은 글’로 재구성한다. 이를 위해 최근 10여 명의 새 필진이 아르떼에 합류했다.클래식 분야에선 30여 년간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약해온 박제성의 ‘서울 밖 클래식 여행’이 신설됐다. 서울에서 접하기 힘든 지역 콘서트 현장과 해외 클래식 콘서트홀을 누빈 경험을 살려 최신 클래식 트렌드를 쉽게 알려준다. 음악잡지 편집장 등을 지낸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는 ‘K클래식 인물열전’을 통해 한국 클래식 영웅들의 피와 땀, 눈물을 감동적인 서사로 전할 예정이다.뉴욕 맨해튼에서 젊은 다국적 연주자들로 구성된 전문 연주단체 뉴욕클래시컬 플레이어스를 이끄는 김동민 지휘자(음악감독)는 ‘뉴욕의 동네 음악가’ 코너에 칼럼을 연재하며 아르떼 객원기자로 활약 중이다. 임윤찬의 카네기홀 데뷔 무대, 클라우스 메켈레와 시카고심포니의 첫 연주 등 미국 곳곳에서 열리는 화제의 공연 현장을 깊이 있고 빠른 리뷰로 아르떼 독자들에게 전한다. KBS 클래식FM 최장수 남성 진행자이자 36년간 KBS 아나운서를 지낸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는 오페라의 꽃인 아리아를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해설하는 ‘아리아 아모레’ 코너로 매달 두 차례 아르떼 회원을 만나고 있다.미술 분야에선 건축을 전공한 음식 평론가이자 <맛있는 소설> <냉면의 품격> <식탁에서 듣는 음악> 저자인 이용재 씨가 ‘맛있는 미술관’으로 찾아온다. 아름다운 색채와 질감, 구도로 입맛을 돋우는 그림 속 음식들에서 비밀

    2024.05.01 18:55
  • 美 인물화 거장의 붓질을 바꾼 건…'두 번의 로마의 휴일'이었다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계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미국 추상표현주의 거장.’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나 20대 초반 미국에 정착한 빌럼 드 쿠닝의 이야기(1904~1997)다. 수식어는 또 있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싼 그림 2위(약 4474억원) 기록을 갖고 있는 20세기 최고가 기록의 화가라는 사실. 추상화로서는 드물게 피카소, 모네, 고갱 등의 그림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그의 그림은 힘차고 강렬하다. 어두운 색감으로 표현한 여인 그림들로 먼저 유명해졌다. 어린 시절 뉴욕 불법 이민자로 건축 현장의 페인트공으로 시작해 뉴욕 아방가르드 작가들과 친해지며 전업 작가가 된 드 쿠닝. 1940년대까지 주로 인물화를 그리던 그는 이후 여러 차례 스스로를 깨고 나왔다.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끌어들이는 한편 전통적인 화풍에서 벗어난 추상적 형태, 작가의 감정이 깃든 붓질로 ‘추상표현주의’ ‘액션 페인팅’ 장르를 열었다. 이후엔 간결한 선과 밝은 색채의 대형 추상들로 잘 알려져 있다.‘네덜란드 이주자 출신 미국인 작가’로만 알려진 그의 전성기 시절을 뒤흔들었던 이탈리아의 영향을 집중 조명하는 최초의 전시가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지난 17일 개막했다.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맞춰 ‘빌럼 드 쿠닝과 이탈리아’라는 제목으로 문을 연 이 전시는 첫날부터 전 세계 미술관 관계자와 관람객들이 몰려들며 단숨에 최고 화제의 전시로 떠올랐다. 드 쿠닝은 1959년과 1969년, 10년 간격으로 이탈리아를 두 차례 방문했다. 이 여행은 그의 드로잉과 조각 영역에 강렬한 영감을 불어넣었다. 첫 이탈리아 체류는 1959년 9월. 베네치아에서 며칠과 로마에서 몇

    2024.04.25 18:53
  • 베네치아 장인들 '대항해시대 조선소'에서 연극 같은 전시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를 드나드는 모든 배를 만들던 붉은 조선소 아르세날레.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공식 전시장으로 쓰이는 아르세날레 북쪽의 ‘테세 92번’으로 불리는 거대한 창고 안은 지난 20~21일 이틀간 망치질 소리와 나무 조각하는 소리, 바느질 소리로 가득했다.이탈리아 명품 가죽 브랜드 토즈(TOD’S)가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기념해 기획한 ‘아트 오브 크래프트맨십-베네치안 마스터스’ 프로젝트가 일반에 공개되면서다. 무라노섬에서 숨을 불어넣는 유리 공예 장인 로베르토 벨트라미, 금세공 장인 마리노 메네가조를 포함해 램프 세공 장인 루시아 부바코, 마스크 장인 지오 볼드린 등 11명의 장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토즈 브랜드의 상징적 유산인 스터드 모카신 ‘고미노’(바닥에 점을 찍듯 신발 밑창을 만든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각자의 작품을 현장에서 직접 제작하고 설명했다.디에고 델라 발 토즈 회장은 18일 열린 VIP 오프닝에서 만나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환상적인 우산 아래 우리 세대가 살고 있는 것”이라며 “이탈리아에서 전통적인 수작업을 이어오는 장인들과 그들의 유산을 새로운 방향으로 해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했다. 베네치아의 정수! 장인 11명의 ‘살아있는 전시’토즈의 이번 전시는 장인들의 작업 현장을 전시장에 그대로 두고, 관람객이 ‘살아있는 전시’를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로베르토 벨트라미 유리 공예가는 꿀빛 유리 고미노를 손으로 만들어 낸 뒤 “유리를 예쁜 모양의 고미노로 만들어 유리 장식을 추가하는 것은

    2024.04.25 18:14
  • '베니스의 장인들' 르네상스 조선소에 쿵쿵쿵 망치질! 클래스가 달랐던 토즈 전시 [2024 베네치아 비엔날레]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를 드나들던 모든 배를 만들던 붉은 조선소 아르세날레.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공식 전시장으로 쓰이는 아르세날레 북쪽의 '테라 92번' 거대한 창고 안은 지난 주말 이틀 간 망치질 소리와 나무 조각하는 소리, 바느질 소리로 가득했다.  이탈리아 명품 가죽 브랜드 토즈(TOD'S)가 제 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기념해 기획한 '아트 오브 크래프트맨십-베네치안 마스터스' 프로젝트가 일반 공개되면서다. 무라노 섬에서 숨을 불어넣는 유리 공예 장인 로베르토 벨트라미, 금세공 장인 마리노 메네가조를 포함해 램프 세공 장인(루시아 부바코), 마스크 장인(지오 볼드린) 등 11명의 장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토즈 브랜드의 상징적인 유산인 스터드 모카신 '고미노(바닥에 점을 찍듯 신발 밑창을 만든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각자의 작품을 현장에서 직접 제작하고 설명했다. 디에고 델라 발 토즈 회장은 전날 열린 VIP 오프닝에서 만나 "'메이드 인 이태리'라는 환상적인 우산 아래 우리 세대가 살고 있는 것"이라며 "이탈리아에서 전통적인 수작업을 이어오는 장인들과 그들의 유산을 새로운 방향으로 해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고 말했다.  베네치아의 정수! 장인 11명의 '살아있는 전시'  토즈의 이번 전시는 장인들의 작업 현장을 전시장에 그대로 두고, 관람객들이 '살아있는 전시'를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로베르토 벨트라미 유리 공예가는 꿀빛 유리 고미노를 손으로 만들어 낸 뒤 "유리를 예쁜 모양에 고미노로 만들어 유리 장식을 추가하는 것은 기술적

    2024.04.2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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