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디 얇은 붓끝으로…캔버스라는 대지에 김홍주가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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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김홍주 화백 개인전 <김홍주: 표면에 남다>
서울 대치동 S2A갤러리서 3월 14일까지
세필화의 대가, 70년대 실험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프레임 없이 벽에 걸린 그림…수만 번 지나간 획의 총체
서울 대치동 S2A갤러리서 3월 14일까지
세필화의 대가, 70년대 실험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프레임 없이 벽에 걸린 그림…수만 번 지나간 획의 총체
김홍주 화백의 그림이 전시될 때 가장 낯선 것이 하나 있다. 프레임이 없다. 작업할 때도 캔버스를 팽팽하게 지지해주는 스트레처(나무틀)를 거부하고 바탕 처리가 되지 않은 천 위에 직접 붓을 댄다. 고정되지 않은 캔버스 위를 지나간 세필의 흔적들은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무제’라는 제목을 단 그의 작품들은 지독한 노동의 결과다. 멀리서 보면 풍경이나 꽃처럼 보이는 형상은 한 걸음 다가갈수록 무수한 선의 집합체로 해체되고 다시 만난다. 얇은 천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수만 번의 붓질, 단순히 대상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세필이 아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수천수만 번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아는 사라지고 오직 행위만 남는다”고 말했다.
“항상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작업했어요. 작업실이 클 땐 대형 작업을, 작을 땐 소형 그림을요. 달라지지 않은 건 세필화라는 사실뿐이죠.”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원래 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뒤늦게 그림에 재능을 발견했다. 교사로 일하며 돈을 모아 홍대 미대에 진학했는데, 당시 박서보 화백이 학교 교수였고 이건용 작가가 동기였다. ST그룹이라는 전위예술 그룹이 결성돼 토론과 전시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수많은 화가가 심오한 상징을 설명하려 할 때, 김홍주 화백은 표면의 가치를 역설해왔다. 그에게 표면이란 어쩌면 깊이 없는 껍데기가 아니라, 작가의 수행과 감각이 응축된 가장 실존적인 상태이지 않았을까. 회화의 본질은 거창한 메시지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붓과 천이 만나는 그 찰나, 그리고 그것을 지속하는 인간의 의지에 있다는 사실도. 그저 캔버스 위에 남겨진 노장의 정직한 흔적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회복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다. 전시는 3월 14일까지. 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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