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다음달 주가 1000원 미만 주식인 이른바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시행을 앞두고 퇴출 대상에 놓일 수 있는 국내 증시 상장사가 200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달부터는 국내 상장사 주가가 30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일간 45일 연속 1000원 이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상장사들은 상장 유지를 위해 주식병합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관련 기업 투자 경보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상장사 중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총 219개사로 전체 상장사(2877개사)의 7.6%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가 148개사, 코스피 상장사가 42개사, 코넥스 상장사가 29개사였다.

이들 동전주 시가총액은 코스닥 상장사가 5조5075억원, 코스피 상장사가 2조4413억원이다. 코넥스 상장사까지 합하면 총 8조원을 웃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통해 동전주를 비롯해 상장 유지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퇴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7월부터 시총 200억원 미만, 주가 1000원 미만,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10점(중대하고 고의적인 위반 시 즉시) 등 4대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특히 액면병합을 하더라도 주가가 액면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대상에 포함된다. 유동성이 낮은 종목이 주가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퇴출 대상에 오른 동전주 기업들은 요건 충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주식을 합쳐 주가를 올리는 주식병합 시도가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전주 상장폐지 논의가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이달 19일까지 주식병합을 공시한 기업은 219개사로 전년 동기(9개사)에 비해 24배로 급증했다. 코스피 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 모두 지난해 각각 1개사, 8개사에서 올해 각각 43개사, 176개사로 늘어났다.

동전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는 기업의 움직임은 또 있다.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결정 공시다. 일례로 주당 액면가와 주가가 500원, 자본금 500억원인 기업이 10 대 1로 무상감자한다고 가정하면 자본금은 줄지만 액면가와 주가는 10배인 5000원이 되면서 동전주 타이틀을 내려놓게 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이달 19일까지 주식병합을 공시한 기업은 118개사로 전년 동기(47개사)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상장폐지 후보 리스트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종목 지정과 주가 미달 기준 충족 기간을 고려하면 이르면 4분기부터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종목이 나올 수 있다. 이에 올해 상장폐지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거래소는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150곳 내외(100~220개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역대 상장폐지 건수가 가장 많은 시기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로, 그해 127개 종목이 상장폐지됐다.

퇴출 대상에 오른 기업의 주주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동전주인 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주주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 "대불장에 거꾸로 가는 주식"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 역시 "3년 넘게 투자했으나 손절매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전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