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작은 무대일수록 누군가에게
‘인생 공연’이 될 확률이 높죠. 그래서 각별해요. 엄마가 항상 하시던 말이 있어요.
“수경아, 큰 무대든 작은 무대든 다 똑같아. 왜냐면, 네가 거기 있으니까.”
신이 허락한 악기, 조수미는 신이 준 목소리를 40년간 쉼 없이 갈고닦았다. 바람조차 숨죽이게 하는 청아한 고음으로 수많은 이를 울리던 기적의 시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잔인한 말이 진리로 여겨지는 성악의 영역에서, 역설적으로 그 귀한 재능을 지키기 위해 절제와 고독을 친구 삼아온 프리마돈나의 나지막한 고백을 들었다.

조수미에겐 집이 없다. 아니다. 그에겐 어디든 집이다. 무대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집이 됐다. 혈혈단신 이탈리아로 떠난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원조 노마드’의 삶을 지탱하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거기엔 노래가 있었고, 신념이 있었다. 그리고 작은 체구의 아시아 여성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재능과 이를 낭비하지 않으려는 열정까지.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혹독한 시기에조차 그의 눈은 타인, 나아가 국가와 인류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