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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동균
    조동균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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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조동균입니다

  • 음악은 빛났지만 연출은 기대 못 미친 바그너의 大作 오페라

    지난 한 주 국내 공연계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에 대한 관심으로 뜨거웠다. 국립오페라단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막 초연이 열린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공연 시작 한참 전인 오후 2시 이전부터 이미 주차장이 만차였고, 음악당 주차장으로의 회차 안내가 이어졌다. 평일 오후임에도 로비는 오페라 애호가, 음악 전공자, 공연 산업 종사자로 붐볐다.이 작품이 받는 유별난 관심은 오페라의 탄생 배경과 음악사적 의미에서 비롯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흔히 낭만주의의 완성형 작품으로 평가된다. 다른 바그너 작품이 게르만 신화와 민족주의를 반영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작곡가의 체험이 서사의 핵심을 이루는 보기 드문 오페라다. 바그너는 후원자 오토 베젠동크의 아내 마틸데와의 비극적 사랑을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투영했다. 1막 전주곡에서 시작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파-시-레#-솔#’의 이른바 ‘트리스탄 화성’은 기존 조성 체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근대 음악의 문을 연 기념비적 코드다. ◇몰입 방해한 무대와 연출두 차례 휴식을 포함해 6시간에 달하는 이 대작의 음악은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담당했다. 지금까지 음악만 4시간이 넘는 전곡을 완주한 국내 오케스트라는 서울시향이 유일하다. 연출은 독일 바이마르 오페라와 코트부스 오페라의 극장장을 지낸 슈테판 메르키가 맡았다. 막이 오르자 무대에는 UFO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등장했다. 바그너의 ‘무한 선율’을 시각화한 듯한 원형 조명 장치에서 오는 첫인상만큼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시공간을 우주로 재해석한 무

    2025.12.07 16:53
  • 6시간동안 빛난 음악과 아쉬움 남긴 무대와 연출...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2026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티켓이 현지시간 지난 1일 온라인 판매 시작 90분 만에 전석 매진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폭발했다. 페스티벌 150주년을 맞아 새롭게 구성된 프로그램에 대한 열기는 좌석을 확보하지 못한 관객들의 항의 섞인 SNS 반응으로 이어졌고, 바그너 음악극의 위상은 오늘날 오페라 산업에서도 여전히 절대적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지난 한 주간 국내에서도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이례적으로 뜨거웠다. 국립오페라단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막 초연이 열린 지난 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공연 시작 한참 전인 오후 2시 이전부터 이미 주차장이 만차였고, 음악당 주차장으로의 회차 안내가 이어졌다. 평일 오후임에도 로비는 오페라 애호가, 음악 전공자, 공연 산업 종사자들로 붐볐다.이 작품이 받는 유별난 관심은 오페라의 탄생 배경과 음악사적 의미에서 비롯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흔히 ‘낭만주의의 완성형’ 작품으로 평가된다. 다른 바그너 작품이 게르만 신화와 민족주의를 반영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작곡가의 체험이 서사의 핵심을 이루는 보기 드문 오페라다. 바그너는 후원자 오토 베젠동크의 아내 마틸데와의 비극적 사랑을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투영했다. 베젠동크에게 발각돼 끝이 난 둘의 밀회는 작품의 2막에서 마르케 왕이 왕비 이졸데와 충신 트리스탄의 만남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전개된다.1막 전주곡에서 시작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파–시–레#–솔#’의 이른바 ‘트리스탄 화성’은 기존 조성 체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근대 음악의 문을 연 기념비적 코드다. 전통적 조성처럼

    2025.12.07 09:34
  • [단독] 바흐 초기 오르간곡 악보 필사본 320년만에 대중에 공개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가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던 시기에 작곡한 오르간 작품 두 곡이 320년 만에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바흐의 작품 목록(BWV)에 신작 번호가 추가된 것은 2005년 성악곡 필사본 발견 이후 20년 만이다.바흐 아카이브는 현지시간 17일 독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75주년 기념식에서 그동안 작곡가 미상으로 남아 있던 두 곡을 공식적으로 새로운 바흐의 초기 작품으로 발표했다.'d 단조의 샤콘과 푸가(Ciacona and Fuga in d minor, BWV 1178)'와 'g 단조의 샤콘(Ciacona in g minor, BWV 1179)'로 명명된 두 곡의 이번 발견은 의미가 크다. 바흐의 음악과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후대 음악가들의 작풍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음악사적 길잡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익명의 필사본에서 발견한 바흐의 흔적... 30년 추적의 결실 발견의 중심에는 바흐 연구의 권위자인 바흐 아카이브 창립자 피터 볼니(Peter Wollny)가 있다. 그는 “마침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며 “이 작품들은 바흐의 제자 귄터 요한이 1705년경 필사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볼니는 1990년대 초 벨기에 브뤼셀 왕립도서관(KBR) 디지털 카탈로그(OPAC Syracuse)에서 두 샤콘 작품이 담긴 필사본(서가번호 Ms II 3911 Mus)을 처음 발견했다. 그러나 악보에는 작곡가의 이름도 서명도 없어 수십 년 동안 작자 미상의 악보로 남아 있었다.그러나 최근 바흐 아카이브와 작센 과학·인문학 아카데미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추진한 ‘BACH Research Portal’ 프로젝트에서 독일 튀링겐 지역 교회 음악 아카이브를 조사하던 중 1729년 바흐의 제자 살로몬 귄터 요한(Salomon Günther John)의 구직 편지를 발견했다.

    2025.11.19 10:37
  • 대극장 한계 넘은 베르디의 '아이다'

    창단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산하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이 대극장 오페라 제작 노하우를 총동원해 베르디의 그랜드 오페라 ‘아이다’(사진)를 지난 14일 무대에 올렸다.한국에서 베르디의 그랜드 오페라를 온전히 완성할 수 있는 공연장은 단연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었다. 전통적인 야외 공연에서 코끼리와 말이 등장하는 연출을 대신해 이번 공연에서는 합창단과 무용수를 포함한 200명에 달하는 출연진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서울시오페라단은 그동안 세종문화회관의 높은 천장과 깊은 무대를 가득 울려야 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성량이 큰 성악가를 섭외하고 무대 바닥에 마이크를 설치해야 하는 등 여러 제약 속에서 작품을 완성해 왔다. 그러나 이번 ‘아이다’에서는 그동안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며 공연장이 지닌 규모 자체가 작품의 장대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자연스럽게 전환됐다.무대의 막이 열리자 오페라에서 열악한 조건으로 여겨지던 대극장의 넓은 공간은 마치 마법처럼 나일강이 흐르는 고대 이집트로 변모했다. 무대디자이너 김현정이 구현한 이집트 신전과 거대한 석상들은 관객에게 전통적 그랜드 오페라 ‘아이다’의 미학을 온전히 체험하게 했다. 연출은 이회수가 맡았다. 최근 국내에서 무대화되는 베르디 오페라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날 공연에선 실력파 성악가들이 무대를 꾸몄다. 아이다 역의 소프라노 조선형은 ‘운명의 힘’에서 레오노레 역에서 보여준 리릭한 음색과 강인한 발성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표현력까지 갖춰 타이틀롤 ‘아이다’ 역을 소화했다.

    2025.11.16 19:22
  • 한국 대극장의 한계를 넘은 베르디의 그랜드 오페라 '아이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축제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매년 펼쳐지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이다. 1913년 8월 10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처음 열린 이 축제의 개막 작품이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이다.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산하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은 그간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푸치니의 <토스카>, 구노의 <파우스트> 등을 제작하며 축적한 대극장 오페라 제작 노하우를 총동원해 베르디의 그랜드 오페라 <아이다>를 지난 14일 무대에 올렸다.2만 명의 관객을 품는 아레나 디 베로나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베르디의 그랜드 오페라를 온전히 완성할 수 있는 공연장은 단연 3000 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었다. 전통적인 야외 공연에서 코끼리와 말이 등장하던 연출을 대신해, 이번 제작에서는 합창단과 무용수를 포함한 200명에 달하는 출연진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이는 2022년 박혜진 단장 취임 이후 흥행을 이어온 서울시오페라단의 새로운 도전이자, 그 성과가 분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서울시오페라단은 그동안 세종문화회관의 높은 천장과 깊은 무대를 가득 울려야 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성량이 큰 성악가를 섭외해야 하고 무대 바닥에 마이크를 설치해야 하는 등 여러 제약 속에서도 작품을 완성해 왔다. 그러나 이번 <아이다>에서는 그동안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며, 공연장이 지닌 규모 자체가 오히려 작품의 장대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자연스럽게 전환되었다.무대가 열리자 오페라에서 열

    2025.11.16 09:12
  • 전쟁 전, 여인들의 봄날은 어땠나…국립오페라단 <화전가>

    1950년 4월의 경북 안동. 전쟁이 발발하기 불과 두 달 전, 봄날의 고요 속에서 아홉 명의 여인이 모인다. 국군과 인민군이 38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던 그때, 그들은 환갑을 맞은 김씨의 집에 모여 화전놀이를 준비하며 하루를 보낸다. 초콜릿과 커피, 설탕을 주제로 한 여인들의 수다와 웃음이 이어질 때마다, 한 달 후 닥쳐올 전쟁의 비극을 알고 있는 관객들은 유쾌함 속에서도 애잔한 마음을 느낀다.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의 창작오페라  <화전가>는 우리가 결코 알지 못했던 '전쟁 전 여성들의 시간'을 무대 위에 되살린다. 이 작품은 ‘공식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저마다 기억 속에 슬픈 사연을 지닌 아홉 명의 여성들은 자신의 상황을 대사와 노래로 풀어낸다. 이 작품은 광복과 전쟁을 견뎌 낸 우리 민족의 생명력, 그리고 세대 간 유대의 순간을 기록한다.여인들의 무대로 그려낸 막내딸의 기억전 세계 오페라 작품 전체를 통틀어 무대 위에 여성들만 등장하는 작품은 푸치니의 <수녀 안젤리카>뿐이었다. 최우정의 <화전가>는 한국 창작오페라 역사상 최초로 여성들이 작품 전막을 이끌어간다. 전쟁과 이념의 대립 속에서 ‘남성의 부재’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한국 여성들이 견뎌낸 시간의 초상이다. 작곡가 최우정은 전통 오페라의 형식을 고수하기보다 서양 음악극의 구조 위에 한국 근현대의 음악적 토양을 섞었다. 2막에서는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오마주하며, 커피를 처음 마시는 여인들의 호기심을 바로크풍 리듬으로 풀어냈다. 3막에서는 모차르트 오페라<돈 조반니>의 격

    2025.10.26 10:39
  • '獨 궁정가수' 프란츠 그룬트헤버, 88세 일기로 별세

    독일 출신의 베이스바리톤 프란츠 그룬트헤버(Franz Grundheber,1937~2025)가 향년 88세로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그의 88번째 생일이었다. 그룬트헤버는 20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며 깊은 표현력과 폭넓은 레퍼토리로 사랑받은 성악가다. 독일 트리어에서 세계 무대로1937년 9월 27일 독일 트리어에서 태어난 그는 막스플랑크 김나지움(중·고등 과정)을 졸업한 뒤 독일 공군에서 복무했다. 이후 함부르크에서 성악을 공부했으며, 미국 인디애나대 블루밍턴 캠퍼스와 캘리포니아 몬테시토의 웨스트 음악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1966년 함부르크 주립 오페라에 입단한 그는 작은 배역으로 시작해 점차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1968년 잔 카를로 메노티의 신작 오페라 <헬프, 헬프, 더 글로볼링크스> 세계 초연 무대에 주역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바그너와 베르디 등 거장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150여 개 배역을 소화했다. 1986년 '궁정가수(캄머쟁어)' 칭호를, 2006년에는 함부르크 오페라 명예회원 직함을 받았다.그룬트헤버는 1976년 빈 국립오페라에서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피가로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베를린 슈타츠오퍼, 파리 샤틀레 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했다. 특히 1999년 메트 오페라 데뷔 이후 28차례 주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2015년 메트 오페라의 신작 프로덕션 알반 베르크의 <룰루>에 '쇤 박사'역을 맡아 비평가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폭넓은 레퍼토리와 명반그는 베르디의 <오텔로>에서 이아고, <아이다>의 아모나스로를 비롯해 <시몬 보카네그라>, <리골레토>, <맥베스> 등

    2025.09.30 10:05
  •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11년만에 국내 무대 오른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베르디의 역작 ‘아이다’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서울 오페라단의 오페라 아이다는 오는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총 4회 공연된다.오페라 아이다는 1965년 국내 초연됐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아이다는 1871년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세계 초연된 오페라다. 작품은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포로 신세인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등 세 인물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다. 거대한 전쟁 장면과 장엄한 합창,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섬세하게 그린 아리아로 베르디를 대표하는 걸작 오페라로 평가받는다.특히 2막에서 이집트군이 에티오피아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는 순간 연주되는 ‘개선행진곡’은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화려한 무대와 웅장한 음악이 결합한 개선 행진 장면은 이 오페라 속 백미로 꼽힌다.오페라 연출가 이회수가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은 전통과 현대적 해석을 접목해 작품의 새로운 매력을 풀어낸다. 지휘자 김봉미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과 서울시합창단, 위너오페라코러스와 무용수 등 총 200명의 대규모 출연진이 그랜드 오페라를 구현한다. 이회수는 “고대 이집트의 운명적 사랑을 동서양을 관통하는 정서적 서사로 풀어내겠다”고 말했다.아이다 역은 2006년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한 라스칼라 극장의 오페라 아이다에 출연한 소프라노 임세경이 맡았다. 지난해 대전예술의전당 오페라 ‘운명의 힘’에서 레오노라 역을 연기하며 또

    2025.09.14 16:36
  • 홍콩서 서울까지 원정 N차 관람…뜨거웠던 '죽림애전기' 공연 현장

    검과 창, 언월도와 방천화극이 부딪히며 자아낸 소리와 전투 장면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호걸들의 일기토를 직관하는 듯했다. 글로 보고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진 진귀한 순간이었다.  광둥 오페라 '죽림애전기'가 지난 12일~13일 서울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됐다. 이번 무대는 국립극장이 마련한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의 일환으로 한국 관객에게 광둥 오페라라는 아시아의 예술 장르를 전막으로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2023년 홍콩 아트페스티벌(HKAF)에서 세계 초연된 이 작품은 발표 당시 홍콩 내에서도 큰 화제였다. 홍콩에서 서울까지 온 원정 N차 관람  홍콩 연극계 인기 스타인 죽림애전기 속 남녀 주인공 '시앙충' 역 람틴우와 '지단' 역 청아키는 실제 부부다. 공연이 시작되기 한시간 전부터 두 부부 배우의 팬클럽인 '블루스카이'가 로비에서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수십 명의 팬이 서울을 찾았다. 12일 공연의 객석에는 작품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한국 관객과 홍콩 팬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특히 블루스카이가 주요 장면마다 박수로 이끈 현장 분위기는 'N차 관람'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한국 뮤지컬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방불케 했다. 동양 전통의 영웅적 서사 작품의 서사는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같은 홍콩 무협 영화의 정서와 흡사했다. 극 초반 여주 지단이 강한 카리스마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주 시앙총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구조다. 지단이 시앙총과 함께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명예를

    2025.09.14 14:57
  • 이스라엘 지휘자가 이끄는 뮌헨 공연 돌연 취소...지정학적 긴장에 불똥 튄 음악계

    이스라엘이 최근 카타르 도하와 가자지구를 폭격한 데 대한 불똥이 음악계로 튀었다. 지휘자가 이스라엘 태생이라는 이유로 뮌헨 필하모닉의 공연이 취소된 것. 공연은 오는 18일 벨기에 겐트에서 지휘자 라하브 샤니(36·사진)가 이끌 예정이었다.라하브 샤니는 현재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겸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026년부터는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될 인물이다.취소된 뮌헨 필의 이번 공연은 플란드서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릴 계획이었다. 플란더스 페스티벌 측은 성명을 통해 샤니가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공연 취소의 명분을 전했다. 주최 측은 "샤니가 평화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수차례 해왔으나 이스라엘 필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우려의 세부 내용에 대해 샤니의 태도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행한 집단 학살에 대해 입장이 명확치 않다는게 주최 측의 입장이었다.그러나 이 결정은 곧바로 역풍을 불러왔다. 독일 뮌헨 시와 뮌헨 필하모닉은 즉시 출신이나 종교를 문제 삼아 공연을 배제하는 것은 유럽의 가치와 민주주의 근본에 대한 공격이라는 내용을 담은 반박 성명으로 맞섰다. 로테르담 교향악단 역시 음악과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음악은 분열이 아니라 연결을 위한 것"이라며 "국적과 배경으로 예술가를 평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다수의 해외 매체가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적지 않은 음악인들이 샤니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임버 뮤지션과 오케스트라 수백명이 온라원 청원 플랫폼에 공연

    2025.09.12 17:43
  • 2026년 바이로이트 축제...몸집은 축소, 라인업은 초호화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가 2026년 시즌에서 당초 계획했던 11편의 작품 수를 7개로 축소한다. 세계 유일의 바그너 오페라 전용 축제가 창설 15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임에도 재정난으로 인해 프로그램을 줄인 것이다. 최근 사우디와 손을 잡은 뉴욕 메트 오페라의 발표에 이어 유럽 오페라 시장 역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다수의 해외 오페라 매체에 따르면, 바이로이트는 축제 측은 당초 바그너의 성숙기 10개 작품과 함께 그의 초창기 오페라 <리엔치>까지 총 11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건비 폭등과 공공부문 단체 협약 적용에 따른 인력 부담과 추가 재원 확보 실패로 인해 내년도 프로그램 축소가 불가피했다.바이로이트 축제 측은 전체 예산의 55% 이상을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계획대로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4년 축제에서 30회 공연 전체가 매진되며 총 5만 8000명의 유료 관객이 바이로이트를 찾았음에도, 오페라 한 편에 들어가는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150주년 걸맞는 초호화 라인업 바이로이트 축제는 150년동안 전쟁과 보수를 겪으며 매년 개최되지는 않았다. 1876년 8월 오페라 <라인의 황금>으로 시작된 바이로이트 축제는 2026년 114회를 맞는다.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2026년 축제의 지휘자와 출연진은 세계 정상급으로 꾸려졌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베를린 슈타츠 카펠레를 이끌어오며 독일 음악의 계보를 잇는 '마지막 카펠마이스터'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4부작 <니벨룽의 반지>를 모두 지휘한다. 바이로이트 축제 최초

    2025.09.11 14:35
  • 11년 만에 광화문에서 울려 퍼지는 황금빛 오페라 '아이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베르디의 역작 '아이다'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고 10일 밝혔다. 서울 오페라단의 오페라 '아이다'는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총 4회 공연된다.오페라 '아이다'는 1965년 한국 초연됐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아이다는 1871년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세계 초연된 오페라다. 작품은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포로 신세의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등 세 인물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다. 거대한 전쟁 장면과 장엄한 합창,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섬세하게 그린 아리아들로 베르디를 대표하는 걸작 오페라로 평가받는다.특히, 2막에서 이집트 군이 에티오피아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는 순간 연주되는 ‘개선행진곡’은 대중들에게도 친숙하다. 화려한 무대와 웅장한 음악이 결합하는 개선 행진 장면은 이 오페라 속 백미로 꼽힌다. 오페라 연출가 이회수가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은 전통과 현대적 해석을 접목한 작품의 새로운 매력을 풀어낸다. 지휘자 김봉미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과 서울시합창단, 위너오페라코러스와 무용수 등 총 200명의 대규모 출연진이 그랜드 오페라를 구현한다. 아이다 역은 2006년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한 라 스칼라 극장의 오페라 아이다에 출연한 소프라노 임세경이 맡았다. 지난해 대전예술의전당 오페라 '운명의 힘'에서 레오노라 역으로 출연하며, 또 한 명의 베르디 오페라 전문 소프라노로 주목받

    2025.09.10 14:35
  •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빚은 '죽림애전기'로 한국 온 홍콩 영화 거장 두국위

    "저는 세상의 모든 일이 '연'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찾은 홍콩 영화계의 거장이자 극작가, 화가인 두국위는 자신이 쓴 광둥어 오페라 '죽림애전기'의 공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홍콩 영화계 거장, 광둥어 오페라 무대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랑 이야기를 쓰는데 집중해왔어요" 두국위는 관객들이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 연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한국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는 홍콩 뉴웨이브 영화의 대표 감독 서극과 함께 '상하이 블루스'(1984)를 집필했고, 임청하가 주연한 '도마단', 그리고 금성무, 저우쉰, 지진희가 출연한 뮤지컬 영화 '퍼햅스 러브'(2005)의 각본을 썼다. 퍼햅스 러브는 영화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국내에서 홍콩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에서 살아나는 그의 수묵화 영화와 희곡 작가로 명성을 얻은 그는 사실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림을 그려온 화가이기도 하다. 영남파 거장에게 사사받은 그의 수묵화는 전통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색채와 구도가 특징이다. 이번 죽림애전기 무대에는 두국위의 실제 그림이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통해 무대 위에 투영된다. 대나무 숲, 산수화, 매화 등이 살아 움직이며 배우들의 노래와 무술, 춤과 어우러진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무대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니, 오랫동안 따로 걸어온 길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 같다"라며 이번 작품의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죽림칠현 후예들의 이야기 왕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격동기를 배경으로 쓴 작

    2025.09.10 11:28
  • 독일 출신 지휘 거장 도흐나니 별세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가 지난 6일 뮌헨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1929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도흐나니는 뮌헨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뮌헨국립음대로 옮겨 피아노, 작곡, 지휘를 전공했다. 프랑크푸르트오페라에서 부지휘자로 지휘자 경력을 시작해 1957년 독일 뤼벡오페라의 최연소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1984년에는 미국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18년간 재임하며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명성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타임지는 1994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미국 최고 오케스트라”라고 평가했다.조동균 기자

    2025.09.09 17:15
  •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전성기 이끈 지휘자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별세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Christoph von Dohnányi)가 현지시간 6일 뮌헨에서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음악감독 프란츠 벨저 뫼스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1929년 9월 8일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도흐나니는 역사적 배경을 지닌 가문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 한스 폰 도흐나니는 법학자로서 반(反)나치 저항운동에 참여하다 1945년 처형됐으며, 그의 할아버지는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에르뇌 도흐나니다.그는 뮌헨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나, 학적을 뮌헨 국립음대로 옮겨 피아노, 작곡, 지휘를 전공했다. 1951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상을 수상한 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가 할아버지와 함께 음악을 공부했다.그의 지휘 경력은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에서 게오르 솔티 경의 부지휘자로 시작됐다. 1957년에는 독일 뤼벡 오페라의 최연소 음악감독으로 임명됐으며, 1977년부터 1984년까지 함부르크 국립오페라에서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1984년, 그는 로린 마젤의 뒤를 이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2002년까지 18년간 재임하며 많은 업적을 남겼다. 1985년에는 오케스트라의 여름 상주 야외 공연장인 블로섬 뮤직 센터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공연했다. 이 공연은 블로섬 뮤직 센터 개관 이래 공연된 첫 전막 오페라다. 또한 그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클리블랜드 세브란스 홀(1931년 준공)의 대대적인 개·보수를 주도했다. 건축가 데이비드 M. 슈바르츠와 함께 진행한 이 작업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에 역사적 건축미를 보존하면서도 최첨단 시설을

    2025.09.09 09:36
  • 메켈레와 조기 결별하는 오슬로필...차기 지휘자는 누구?

    클라우스 메켈레(30)가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인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이하 오슬로 필)은 그가 2025/26 시즌을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20년부터 이어진 메켈레와 오슬로 필의 협업은 6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오케스트라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메켈레는 2026년 5월 임기를 마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물러나는 것으로, 그와 오슬로 필 간의 계약이 한 차례 연장돼 2026/27 시즌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조기 종료다.오슬로 필의 최고경영자(CEO) 크누스 스칸센은 “메켈레와의 시간은 마법 같았다"며 "우리는 커다란 가족처럼 지냈고, 함께한 순간들은 오슬로필 역사에 중요한 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를 진심으로 아끼며, 그가 새로운 음악적 장을 열어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메켈레 역시 “첫날부터 신뢰를 보여준 오케스트라에 감사한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함께 성장하며 많은 성과를 이뤘다”며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은 새로운 음악적 모험을 통해 우리가 함께 다뤄온 작품들을 기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그와 함께한 시간 동안 오슬로 필은 잘츠부르크, 루체른, BBC 프롬스,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 음악제에 초청받았다. 또한 음반사 데카(Decca)와 함께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을 녹음했으며,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과 프로코피예프 및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음반으로 남겼다. 이외에도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4·5·6번을 음반으로 발매했다.이들의 마지막 시즌인 2025/26 시즌은 올해 8

    2025.09.09 09:31
  • 뉴욕 메트 오페라 최악의 재정 위기, 사우디와 손잡은 '피터 갤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와 1억 달러(약 1389억 원) 규모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발생한 최악의 재정 위기에서 돌파구를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메트 오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억 2000만 달러(약 1667억 원)를 기금(Endowment)에서 인출해 운영비로 썼다. 최근에는 억만장자를 사칭한 젊은 후원자 피에트라스의 기부 사기 사건으로 긴급히 500만 달러(약 69억원)를 인출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메트 오페라의 신용등급을 '부정적(negative)'으로 평가한 바 있다.사우디와 손잡은 피터 갤브지난 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6년부터 메트 오페라를 이끌어온 피터 갤브(1953~)총감독은 이러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사우디와 대규모 업무 협약을 성사시켰다. 이번 협약에 따라 메트 오페라는 2028년 사우디에 완공 예정인 ‘로열 디리야 오페라하우스(Royal Diriyah Opera House)’의 겨울 시즌 전속 단체로 활동한다. 매년 2월, 약 3주 동안 뉴욕에서 이미 무대에 올렸던 전막 오페라와 콘서트를 사우디 무대에 올리게 된다. 피터 갤브는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협약이 2032년까지 메트 오페라를 재정적·예술적으로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더 이상 긴급 자금을 위해 기금을 인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갤브는 ‘전설적 언론인’으로 평가받는 뉴욕타임스 전 편집국장 아서 갤브(1924~2014)의 아들이다. 그는 "협약 규모는 최소 1억 달러 이상이며, 8년에 걸쳐 2억 달러(약 2779억 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2023년부터 건설 중인 로열 디리야 오페라하우스는 2028년 개관

    2025.09.07 14:08
  • 앞을 보지 못한 건 심봉사가 아니라 심청이었다 ...요나김 연출 판소리극 '심청'

    "만좌 맹인이 눈을 뜬다. 눈먼 짐승도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  판소리극 <심청>에서 늙은 심청과 여성합창이 부르는 마지막 가사다. 요나 김이 연출한 '심청'에서 결국 눈을 뜬 건 심 봉사가 아니었다.   덥고 습한 날씨를 뚫고 남산 자락에 있는 국립극장에 들어서자, 시원한 파도 소리가 마음을 식혀줬다. 3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판소리극 '심청' 현장에는 드넓은 바다를 떠올리는 극장 음향을 통해 공연이 담고 있는 대서사를 암시했다.객석에 앉자, 무대 위 스크린에서는 시민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의 심청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먼 아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목숨을 바친 '효의 상징.' 영상 속 다수의 묘사를 통해, 심청의 착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 것은 결말의 충격을 배가시키기 위해 연출자가 만든 장치다. 장면마다 깔린 복선은 공연 중에도 계속된다.갑자기 객석으로 뛰어 들어온 어린이 합창단이 천진한 웃음으로 마냥 떠들기만 한다. 객석에서 '아이들은 좀 저래야지'라는 반응에 박수가 터져 나오는 순간, 암전된 극장에서 격정적으로 빨라지는 징과 풍경 소리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마치 어린 심청에게 다가오는 불길한 판타지로 이끌려 들어 가듯 공연이 시작된다.  제1장 어미의 이른 죽음에서부터 남성과 여성을 철저히 대립시킨다. 심청의 어머니, 곽씨부인의 상가를 배경으로 상복을 입은 여성들이 포대기에 싸인 심청이에게 젖동냥을 해준다. 그 모습을 배경으로 화투판을 벌이는 남성들은 동정이라는 감정을 갖지 못한 괴물로 다가온

    2025.09.05 16:32
  • 1720년 음악과 1743년산 바이올린의 만남...'클래식 레볼루션' 체임버콘서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한 손으로 들고나온 악기는 세계 최고의 명기로 꼽히는 1743산 과르넬리 델 제수 '카로두스(Carrodus)'였다. '신(예수)이 만든 악기'라는 뜻을 지닌 이 바이올린의 가치는 약 2000만 달러(약 280억 원)에 달한다. 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클래식 레볼루션' 체임버 콘서트(시리즈4)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을 선사했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롯데콘서트홀이 2020년부터 여름 시즌에 선보이는 음악 축제다. 매년 한명의 아티스트가 예술감독을 맡아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올해 예술감독은 그리스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맡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축제의 라인업을 두 작곡가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완벽한 구조를 추구한 음악으로 신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한 독일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 구소련의 억압 속에서 음악으로 자유를 찾은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다. 이날 공연은 바흐가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의 칸토어(음악감독)로 일한 '라이프치히 시기(1723~1750)에 남긴 작품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바흐는 6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BWV.1001~1006)를 남겼다. 공연의 첫 무대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3번(BWV.1006)이다. 양인모는 파이프 오르간을 배경으로 은은한 조명 아래 연주를 시작했다. 첫 곡 프렐류드는 '하느님, 당신께 감사하나이다'라는 제목의 칸타타(BWV.29)의 서곡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곡을 연주한 양인모는 마치 18세기 독일의 한 교회에서 연주하는 한 명의 궁정 악사 같았다. 잔

    2025.09.02 15:52
  • 오페라로 재탄생한 셰익스피어의 걸작 '한여름 밤의 꿈'

    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벤자민 브리튼의 걸작 오페라 '한 여름밤의 꿈'이 재공연됐다. 좀처럼 국내에서 보기 힘든 브리튼 오페라의 재공연 소식에 국내 오페라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이 한국 초연했을 당시에도 작품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막이 오르자 무대 위엔 요정의 왕 오베론과 여왕 티타니아가 등장한다. 오페라는 그들의 부부싸움을 시작으로 작품이 전개된다. 오베론은 퍽을 불러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사랑에 빠지게 하는 꽃을 따올 것을 지시한다. 퍽은 "40분 내에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찾아오겠다"며 무대를 빠져나간다. 브리튼은 요정 '퍽'을 오페라 역사에서 손꼽히는 파격적인 인물로 탄생시켰다. 그는 자신이 쓴 악보에 퍽을 성부가 아닌 '아크로바틱 스피킹 롤'이라고 소개했다. 오페라 무대에 등장하는 여느 역할과 달리 대사와 몸짓, 곡예적 동작만으로 극을 이끄는 퍽은 작품에 연극적이고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한다.퍽을 소화한 뮤지컬 배우 김동완은 2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 동안 몸을 아끼지 않아 큰 박수를 받았다.여느 오페라와 비교해 많은 성악가가 출연하는 이 작품을 위해 국립오페라단이 섭외한 대부분의 성악가는 탁월한 가창력과 연기를 선보였다. 국내 오페라 제작자들 사이에서 현시대 한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정답'으로 인정받는 이혜정은 티타니아 역으로 다시 한번 실력을 증명했다. 네 명의 연인들도 해외 프로덕션과 견줄만한 훌륭한 가창을 선보였다. 메조소프라노 정주연(헤르미아 역)은 오페라하우스를

    2025.08.31 14:02
  • 뉴욕 메트 오페라 뒤흔든 충격적 후원 사기의 전말

    전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가 젊은 억만장자를 사칭한 가짜 후원자에게 속아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피터 갤브 메트 오페라 총감독은 1500만 달러(약 207억 원)의 기부를 약속한 메튜 크리스토퍼 피에트라스(1988~2025)의 기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 후원을 코로나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메트 오페라 재정난의 해결책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와 오페라와이어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피에트라스가 후원금의 이체 창구로 메트 오페라에 공유한 유한책임회사(LLC)의 계좌가 차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틀 뒤, 피에트라스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피터 겔브 총감독은 후원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후원 기금 계좌에서 500만 달러(약 69억 원)의 인출을 승인받았다. 예술 후원에 진심인 메트 오페라의 일부 이사들은 오페라 제작 활동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개인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 오페라하우스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가짜 억만장자의 정체 피에트라스는 메트 오페라의 2018~2019시즌 연차보고서에 5500~6499달러의 소액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9~2020시즌과 2020~2021시즌 그의 기부금 규모는 급증했다. 두 시즌에 걸쳐, 5만~9만9999 달러 구간 기부자로 발표됐다. 그동안 메트 오페라는 그에게 '젊은 이사(Young Associate Director)'를 거쳐, 이사회 최고 등급인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 직급까지 부여했다. 사기 행각이 발각되기 직전인 4월에는 메트 오페라에서 열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개막 갈라 콘서

    2025.08.29 09:40
  • 정명훈이 韓 클래식 음악계에 남긴 유산… 후배들이 써내려간 러브레터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좋은 스승일까. 그는 직접 후배를 양성하거나 애써서 이끌지 않는다. 나서서 특정 음악가를 지목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바라볼 뿐. 어떤 후배든 크게 칭찬하는 일도 없다. 스스로에게 기준이 매우 높은 것처럼, 그는 남을 쉬이 평가하지 않는다. 단, 안드라스 쉬프를 두곤 ‘이상적 피아니스트’로 꼽는다. 그건 동년배라서다. 전 세계를 누비며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이끄는 명지휘자의 편애는 후배들에겐 스타가 되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명장은 말로 권력을 쓰지 않는다.그런 정명훈이 유일하게 조성진 피아니스트에 대해 “젊은 나이지만, 거의 완벽한 피아니스트”라고 칭찬한 바 있다. 조성진은 2007년 정명훈과 만났다. 중학생 조성진은 당시 정명훈이 이끌던 서울시향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했다. 이후 정명훈은 누나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함께 조성진을 뒤에서 지원했다. 조성진의 프랑스 유학 시절 정착을 지원하고 음악계 인맥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이 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조성진에게 1세대 클래식 음악가인 정명훈은 조용한 조력자가 되

    2025.08.29 08:00
  • 일 트로바토레·카르멘·피가로의 결혼…달구벌서 즐기는 '명품 오페라'

    “시대를 넘어 영원불변한 오페라, 대구를 넘어 세계로 향하겠다.”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예술감독 정갑균)가 9월 26일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로 개막한다. 축제는 11월 8일까지 44일간 이어진다.올해 주제는 ‘영원(Per Sempre)’.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고전 오페라와 새로운 창작 작품을 나란히 무대에 올린다.정갑균 축제 예술감독은 지난 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카메라타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오페라축제는 지난 21년간 꾸준히 발전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며 “올해는 고전의 위대한 작품과 도전적 창작을 함께 소개하면서 지역과 세계가 협업하는 제작 시스템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축제 개막작은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다. 이회수 연출가는 “오페라는 박물관에 걸린 유물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무대 예술”이라며 “개막작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버려야 할 아집을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은 “‘일 트로바토레’는 음악적으로 원초적이고 강렬한 힘을 지닌 작품”이라며 “작곡가 베르디가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무렵에 쓴 오페라로, 이전 작품과는 다른 음악적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올해 축제는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를 비롯해 비제 ‘카르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글룩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등 네 편의 전막 오페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피가로의 결혼’은 ‘2025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이 공연에는 해외 오페라

    2025.08.28 16:44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9월 26일 개막…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로 포문

    “시대를 넘어 영원불변한 오페라, 대구를 넘어 세계로 향하겠다.”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예술감독 정갑균)가 9월 26일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로 개막한다. 축제는 11월 8일까지 44일간 이어진다.올해 주제는 ‘영원(Per Sempre)’.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아온 고전 오페라와 새로운 창작 작품을 나란히 무대에 올린다.정갑균 축제 예술감독은 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카메라타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오페라축제는 지난 21년간 꾸준히 발전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며 “올해는 고전의 위대한 작품과 도전적 창작을 함께 소개하면서, 지역과 세계가 협업하는 제작 시스템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간담회에는 개막작 <일 트로바토레>의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과 연출가 이회수, 영남오페라단 이수경 단장,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이재성 국장 등이 자리했다. 이재성 국장은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 중심 극장”이라며 “최근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축제에 출품한,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가 전석 매진과 기립박수를 받으며 한국 오페라의 위상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시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오페라 무대를 제작해 대구시가 K컬처의 중심으로 나아가는데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축제의 개막작은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다. 이회수 연출가는 “오페라는 박물관에 걸린 유물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무대 예술”이라며 “개막작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버려야 할 아집을 질문하고

    2025.08.27 14:20
  • '성악 강국' 한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축제로 자리매김한 'SAC오페라 갈라'

    2021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의 연출을 맡은 오스트리아 출신 전위예술가 헤르만 니치(Herman Nitsch, 1938~2022)는 공연 중 '페인팅 액션'을 선보였다. 강렬한 색의 물감 1000리터를 쏟아붓듯 캔버스에 표출한 즉흥적 드로잉은 바그너 음악이 불러일으킨 영감을 시각화한 행위였다. 그는 이 작품을 독일어로 '쏟아부은 그림(Schüttbild_2021)'이라 명명하며, 새로운 예술적 성과를 남겼다. 지난 24일, 예술의전당을 찾은 한국 관객들도 전위예술이 압축된 장면을 경험했다. 예술의전당 기획 오페라 갈라 콘서트의 첫 무대,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1막에서다. 막이 열리고, 가난한 시인 로돌포의 이상이 담긴 '시'와 화가 마르첼로의 '추상화'가 관객을 맞았다. 테너 김성호(로돌포 역)와 바리톤 노동용(마르첼로 역)은 벽면에 물감을 칠하고, 장난을 치며 연기했다. 이 시각적 연출은 관객에게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공감을 극대화했다. 김성호는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 소속 솔리스트로 활동중이다. 이날,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에서 여 주인공 미미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의 Chi son(저는요)의 고음을 긴 호흡으로 끌어냈다. 홍석원이 지휘한 국립심포니는 그의 호흡에 맞춰 템포를 늘였다 당겼다를 반복하며 음악 속에서긴장과 이완을 교차시켰다. 특히, '테너의 몸값을 결정하는 고음'이라 불리는 하이 C음을 수려하게  뽑아내며, 한국 오페라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진 토스카 2막은 오페라 무대에서 흔치 않은 압도적 위압감을 자아냈다. 스카르피아의 집무실로 설정된 무대는 회색 벽과 어

    2025.08.25 14:33
  • 연륜과 에너지, 연기력... '3인 3색' 예술적 경지 선보인 무대

    "한국은 성악적으로 축복 받은 나라" 2023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단원들에게 명예 지휘자로 추대된 정명훈이 이탈리아 공영 방송사 RAI(Radio Audizioni Italiane)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평소 한국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로 '성악'을 꼽았다. 특히, 저음 성악가들의 활약이 국제적이라고 강조해왔다. 그의 평가를 증명하듯,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윤, 바리톤 김기훈의 가창력은 세계적이었다. 1부 오페라 황홀경 공연의 전반부는 빈 슈타츠오퍼, 뉴욕 메트로폴리탄, 런던 로열 오페라와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 바이로이트를 누빈 세계 정상급 성악가 3인을 위한 무대였다. 공연 전반부는 이들이 실제 오페라 무대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배역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베르디 <리골레토>, <돈 카를로>, <오텔로>와 바그너의 <탄호이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플라잉 더치맨)>, <라인의 황금> 등 7편의 작품의 주요 장면에 등장하는 아리아를 연기와 함께 노래했다. 연광철은 베르디 <돈 카를로> 중, 필립 왕의 아리아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 없네'를 불렀다. 이 아리아는 권력자의 외로움과 비탄을 노래하는 곡으로,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베이스 아리아로 손꼽힌다. 자신을 처음 본 왕비(엘리자베타)가 늙은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는 가사를 백발의 연광철이 노래한 대목에서, 나이 든 절대 군주의 고독과 쓸쓸함이 묻어났다. "아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No, amor per me non ha)"라는 마지막 가사를 피아니시모로 노

    2025.08.24 14:07
  • 베이스 김석준, 제 24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 우승

    지난 20일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4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에서 베이스 김석준(32)이 대상을 차지했다.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이 2002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이 대회는 차세대 성악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총 227명이 지원했으며, 본선에서는 지휘자 장윤성이 이끄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함께 9명의 성악가가 열띤 무대를 펼쳤다.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자인 김석준은 상금 1,000만 원과 함께 국립오페라단 공연 출연 기회를 얻었다. 그는 본선 무대에서 비제 오페라 <퍼시의 아가씨> 중 '사랑의 불꽃이 타오를 때(Quand la flamme de l'amour)'와 베르디의 <에르나니>  중 '불행한 자여! 그대는 그렇게 믿었는가(Infelice! e tuo credevi)' 를 불렀다.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김석준은 국내에서 동아음악콩쿠르와 중앙음악콩쿠르 국립오페라 스튜디오를 수료했다. 현재는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거쳐, 최고연주자과정을 밟고 있다. 올해부터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전속 베이스 솔리스트로도 활동 중이다.그는 “이번 수상은 하늘에 계신 故 유준상 선생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며, 지난해 세상을 떠난 스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더욱 정진해 훌륭한 성악가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금상(세아이운형문화재단상, 상금 700만 원)은 테너 이재명이 차지했다. 그는 본선 무대에서 푸치니 <라 보엠> 중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에서 힘 있는 'Hich C' 고음을 뽐냈다. 상금 500만원이 걸린 은상(국립오페라단 단장상)에는 소프라노 박성은, 상금 300만이 걸린 동상(국립오페라단 단장상)에는

    2025.08.21 17:49
  • 무대에서 내려오면 그라운드 위로…우리가 몰랐던 빈 필

    세계 음악의 수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브랜드는 바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음악 단체”(안톤 브루크너),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악단”(리하르트 바그너). 위대한 음악가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빈 사운드엔 비밀이 있다. 먼저 ‘황금 사운드’라고 불리는 특유의 음향. 튜닝 방식에서 나온다. 현대 오케스트라가 A음정을 440~442㎐로 맞추는 데 비해 443㎐ 튜닝을 고수하는 ‘보수적 성향’에서 비롯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음정은 다른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밝고 투명한 울림을 자아낸다. 특히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현악기군에서 부드럽고 반짝이는 음색이 흘러나온다. 또 하나는 ‘빈식 악기’다. 19세기 중반 개발된 ‘빈 오보에’는 프랑스식 오보에보다 음색이 어둡고 부드러워 연주 실황에서 낭만적인 깊이에 효과를 더한다. 금관에서는 ‘빈식 호른’이 대표적이다. 화려하고 강렬한 프렌치 호른과 달리 빈 호른은 포근하고 노래하듯 부드러운 울림을 낸다.빈 필의 운영체계는 민주적 합의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빈 필에는 상임지휘자 제도가 없다. 모든 악단의 운영을 단원들의 합의와 투표로 결정한다. 연주 일정과 각 공연의 협업 지휘자 역시 단원들의 뜻을 따른다. 입단 과정도 특별하다. 빈 필의 정식 단원이 되려면 먼저 빈 국립오페라극장(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에서 최소 3년 이상 활동해야 한다. 이후 단원 투표를 거쳐 입단이 결정된다. 이런 과정은 단순한 기량 검증을 넘어 오페라와 교향곡을 넘나드는 폭넓은 음악적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다.빈 필 공연

    2025.08.21 17:23
  • '오케스트라 더비' 만든 빈 필 축구단? 우리가 몰랐던 빈 필하모닉

    세계 음악의 수도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브랜드는 바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음악 단체(안톤 브루크너)”,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악단(리하르트 바그너)”, “나는 이 악단의 친구이자 찬미자(요하네스 브람스).” 위대한 음악가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빈 사운드엔 비밀이 있다. 먼저 ‘황금 사운드’라 불리는 특유의 음향. 튜닝 방식에서 나온다. 현대 오케스트라가 A음정을 440~442HZ로 맞추는 데 비해, 443HZ로 튜닝을 고수하는 ‘보수적 성향’에서 비롯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음정은 다른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밝고 투명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특히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의 현악기군에서 부드럽고 반짝이는 음색이 흘러 나온다.또 하나는 ‘빈식 악기(Wiener Instrumente)’다. 19세기 중반 개발된 ‘빈 오보에’는 프랑스식 오보에보다 음색이 어둡고 부드러워 연주 실황에서 낭만적인 깊이에 효과를 더한다. 금관에서는 ‘빈식 호른’이 대표적이다. 화려하고 강렬한 프렌치 호른과 달리, 빈 호른은 포근하고 노래하듯, 부드러운 울림을 낸다. 특히, 브루크너와 말러 등 대편성 교향곡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빈 호른은 관이 길고 복잡한 밸브 구조에서 오는 호흡의 저항감이 커 프렌치 호른보다 연주하기 까다롭다”는 게 호른 연주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빈 필의 운영체계는 민주적 합의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빈 필에는 상임지휘자 제도가 없다. 모든 악단의 운영을 단원들의 합의와 투표로 결정한다. 연주 일정과 각 공연의 협업 지휘자 역시 단원들의 뜻을 따

    2025.08.21 08:29
  • 관객 비매너에 무너진 세계적 예술가의 시간

    지난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이스 연광철(사진)이 무대에 서자 관객들은 순식간에 숨을 죽였다. 그가 따뜻한 호흡을 불어내듯 작은 소리로 노래하면, 콘서트홀은 진공 상태가 됐다. 객석을 채운 공기와 관객의 시선마저 그에게 빨려 들어가 함께 호흡했다. 그의 무대는 공연 내내 압도적으로 훌륭했지만, 객석의 반복된 소음이 옥에 티였다.연광철은 이번 무대를 통해 독일과 한국을 잇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압축해 선보였다. ‘Dichterlied’(시인의 노래)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두 나라의 시로 쓰인 가곡을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그는 괴테의 시에 음악을 입힌 슈베르트의 예술가곡 세 곡으로 공연을 열었다. ‘가사를 두 번 반복할 때 표현이 달라야 하는 것’이 성악계의 정설인 것처럼, 슈베르트의 비밀에서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다’라는 가사를 처음은 의문을 제기하듯, 두 번째는 답을 찾아 확신을 갖게 된 듯 노래했다.브람스가 연모하던 클라라 슈만의 죽음을 겪고 쓴 ‘네 개의 엄숙한 노래’의 제1곡은 피아니스트 박은식의 섬세한 전주가 백미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터치로 첫소리를 제시했고, 연광철은 특유의 깊은 울림으로 노래했다. 아름다움과 엄숙함의 대비가 극적인 순간이었다.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연광철이 김동진의 ‘수선화’를 부르던 중 피아니시모로 내뿜은 호흡과 가사로 뱉은 시, 공간을 울려낸 음(音)만이 장내를 가득 채운 순간, 객석에서 울린 휴대폰 알림음이 노래하던 성악가의 주의를 뺏었다. 하지만 베테랑 성악가의 대처는 탁월했다. 연광철은 마지막 소절을 이날 들

    2025.08.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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