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부산 북항에서 열린 오페라 ‘카르멘’ 공연 모습.  클래식부산 제공
지난 11일 부산 북항에서 열린 오페라 ‘카르멘’ 공연 모습. 클래식부산 제공
지난 11~12일 여름밤의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는 초대형 오페라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공연의 주인공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비제의 대표작 ‘카르멘’이었다.

북항 야외무대는 바닷가를 뒤로하고 지어졌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크루즈가 뱃고동을 울려 뜻밖의 음향 효과를 더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무대는 양쪽이 커다란 붉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붉은 천은 집시 카르멘의 정열과 자유를 드러내는 동시에, 군인 돈 호세와 함께 향하게 될 피의 결말을 암시했다. 카르멘을 사랑해 모든 것을 포기한 돈 호세가 카르멘의 배신에 칼로 찌르고 마는 비극에 제격이다.

야외 무대인지라 마이크를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울림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드넓은 공간에서도 가사와 음악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악기와 성악의 균형도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정명훈은 열악한 야외무대에서도 악단(아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을 완벽히 장악했다. 서곡부터 특유의 순발력 넘치는 지휘로 비제 특유의 리듬과 색채를 놓치지 않았다. 음악은 한순간도 무겁게 가라앉지 않았다.

작품을 연출한 엄숙정은 과거 정명훈과 함께 선보였던 두 차례의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보다 입체적인 드라마를 만들었다. 무대와 의상, 분장과 군중의 동선이 더해진 프로덕션 오페라에서 그는 각 장면의 이야기적 배경과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드러냈다.

특히 무대의상의 색채 변화가 효과적이었다. 3막까지 정열과 자유를 상징하는 붉은색 의상을 입었던 카르멘은 4막에서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도 그의 운명을 직감할 수 있는 복선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군인과 담배공장 노동자, 밀수꾼, 투우장으로 몰려가는 시민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생동감을 더했다.

카르멘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미셸 로지에는 눈빛과 몸짓, 리듬을 타는 움직임으로 자신의 욕망과 선택을 숨기지 않는 여성상을 보여줬다. 돈 호세 역의 테너 김정훈은 강인한 체격의 군인으로 등장해 무대를 밀어붙이는 강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아쉬움을 남긴 이는 단카이로 역의 테너 위정민이다. 대형 중계 화면을 통해 송출된 지나치게 과장된 그의 표정 연기가 아쉬웠다.

이번 공연은 선착순 신청을 통해 무료로 열렸다. 박민정 클래식부산 대표는 “주말 이틀간 공연장을 찾은 관객과 동영상 시청자를 합하면 2만명 정도 ‘카르멘’을 즐긴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부산=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