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메인 포스터 /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메인 포스터 / 예술의전당 제공.
여름방학을 맞은 자녀와 공연장을 찾고 싶다면 아이의 나이와 관심사에 따라 목적지를 달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스·로마 신화에 빠져 있는 중·고등학생과 함께라면 강원 평창으로, 오페라를 처음 만나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있다면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향할 만하다.

제23회 평창대관령음악제(예술감독 양성원)는 29일 오후 8시 대관령 야외공연장 뮤직텐트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를 콘서트 버전으로 선보인다.
평창대관령음악제 메인포스터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평창대관령음악제 메인포스터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2007년 성남아트센터가 자체 제작·공연한 뒤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을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작품이다. 이번 평창 공연에서는 아드리앙 페뤼숑이 지휘하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한다.

이 작품의 난점은 오케스트라의 크기보다 실내악 규모의 편성 안에서 각 악기가 독주처럼 촘촘하게 움직이는 복잡한 음악에 있다. 성악가들에게 요구되는 극단적인 음역과 표현력도 주요 볼거리다.

음악을 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대본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은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오페라를 만들었다. 작 중 '오페라 속 오페라'라는 연극적 장치도 더했다. 작품의 중심은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아리아드네가 낙소스섬에서 죽음을 기다리다 바쿠스를 만나 새로운 존재로 변화하는 이야기다.

비극적인 신화극과 체르비네타가 이끄는 희극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공연이 오페라 속에서 충돌한다. 고대 신화뿐 아니라 비극과 희극, 고전과 현대가 뒤섞이는 방대한 작품이다. 신화의 내용과 대략적 작품의 구조를 알고 관람하는 청소년층에게 흥미로울만한 공연이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 출연하는 소프라노 다니엘라 쾰러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 출연하는 소프라노 다니엘라 쾰러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캐스팅도 화려하다. 아리아드네 역은 독일을 중심으로 바그너와 슈트라우스을 넘나드는 드라마틱 소프라노가 맡았다. 다니엘라 쾰러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과 바이에른주립오페라, 취리히오페라 등에서 활동했으며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를 주요 레퍼토리로 노래한 여성 성악가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 출연하는 바리톤 김기훈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 출연하는 바리톤 김기훈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바쿠스 역에는 최근 예술의전당 <투란도트>에서 칼라프로 출연한 테너 김영우가 나선다. 김영우는 영국 가싱턴오페라에서 이미 이 작품을 공연했으며, 당시 영국 일간지 가디언으로부터 강렬한 성량과 표현력을 인정받았다.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의 정점을 보여주는 체르비네타 역은 2021년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김효영이 맡았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에서 활동해 온 김효영은 이번 역할 데뷔다. 광대 할리퀸 역은 한국인 최초로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메인 부문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이 출연한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 출연하는 소프라노 김나연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 출연하는 소프라노 김나연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스카라무초 역의 테너 오의영, 트루팔디노 역의 베이스 정인호를 비롯해 나야데 역 김나연, 드리야데 역 김가영 등도 출연한다. 국내·외 크고 작은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해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라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이어지는 가족 공연들이 제격이다. 예술의전당(사장 장한나)은 30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2026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을 연다. 패브릭오브제극 <코 잃은 코끼리 코바>와 어린이 오페라 <빨간모자와 늑대>를 차례로 공연한다. 두 작품 모두 생후 36개월 이상이면 입장 가능하다.
코 잃은 코끼리 코바  포스터 / 예술의전당 제공.
코 잃은 코끼리 코바 포스터 / 예술의전당 제공.
조금 어린 자녀들과 함께라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이어지는 가족 공연들이 제격이다. 예술의전당은 30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2026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을 연다. 패브릭오브제극 <코 잃은 코끼리 코바>와 어린이 오페라 <빨간모자와 늑대>를 차례로 공연한다. 두 작품 모두 생후 36개월 이상이면 입장 가능하다.


3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는 <코 잃은 코끼리 코바>는 옷과 천, 신발과 모자 같은 일상의 물건이 숲과 동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족극이다. 사자에게 코를 잃은 코끼리 코바가 여러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모두의 숲'’을 찾아가며 다름과 공존의 의미를 배운다. 만 4세 이상 어린이에게 권장되는 작품이다.
빨간 모자와 늑대 포스터 / 예술의전당 제공.
빨간 모자와 늑대 포스터 / 예술의전당 제공.
다음 달 14일부터 16일까지 공연하는 <빨간모자와 늑대>는 그림형제의 동화를 미국 작곡가 세이무어 바랍이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다. 한국어 번안과 함께 동요, 랩, 민요풍 음악과 K팝 춤을 더했다. 어린이들이 객석에서 이야기를 지켜보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노래하고 움직이며 공연에 참여하는 이머시브 공연이다. 만 3세 이상에게 권장된다.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의 바통은 라벨의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이 이어받는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은 다음 달 21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이 작품을 공연한다.

원작의 프랑스 아이를 사교육과 컴퓨터 게임에 지친 서울의 어린이로 바꾸고, 책과 의자, 시계, 선풍기와 반려동물 등이 살아 움직이는 한국형 가족오페라로 번안했다. 공연시간은 약 60분이며 36개월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서울오페라앙상블 라벨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포스터 /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서울오페라앙상블 라벨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포스터 /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라벨 특유의 섬세한 관현악과 재즈, 왈츠, 동물의 울음소리를 닮은 음악을 통해 동심을 일깨운다. 공연을 본 관객은 자신이 함부로 대했던 사물과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오페라가 처음인 어린이에게는 노래와 연극, 마법 같은 무대가 만나는 첫 경험이 된다. 어른에게는 아이의 외로움과 가족 간 소통을 되돌아보게 하는 우화다.

올여름 국내 공연장은 연령별로 서로 다른 오페라의 문을 열어 놓았다. 신화와 복잡한 음악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 중·고등학생에게는 평창의 슈트라우스. 이야기를 따라 노래하고 움직이고 싶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에게는 예술의전당의 가족오페라와 가족극이 기다리고 있다. 방학 동안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나는 하루의 공연장 나들이는 교과서 밖에서 만나는 가장 생생한 예술수업이 된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