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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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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가 반도체 투자 전략을 바꾸고 있다. 국내 증시를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거 매도하는 대신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집중 매수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데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소부장 기업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 LG이노·DB하이텍 집중 매수

27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889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조51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7월 첫째 주(6월 30일~7월 4일)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삼전닉스 대신 반도체 소부장…달라진 외국인 '입맛'
외국인의 매도는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1위는 SK하이닉스로 6조478억원어치를 팔았고, 삼성전자도 4조87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서만 10조9268억원 규모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시장에서는 올 2분기 역대급 실적이 예상됐음에도 실적 개선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올해를 정점으로 둔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커진 데다 상반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외국인 매도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모멘텀 둔화가 확인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이 이어져 매도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외국인은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를 매도한 자금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소부장 기업을 적극적으로 담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는 LG이노텍(7859억원)을 비롯해 DB하이텍(3296억원), 리노공업(2590억원), ISC(2384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힌다. LG이노텍은 AI 반도체용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기판을 생산하고 있으며, DB하이텍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화에 필요한 전력반도체를 제조한다. 리노공업과 ISC는 AI 반도체 성능 검증에 필수적인 테스트 소켓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 실적 좋아지고 밸류에이션 매력도

외국인이 소부장 기업을 집중 매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도 고점 대비 큰 폭으로 조정받았지만 소부장 기업의 낙폭은 훨씬 컸다. 삼성전자는 고점 대비 32.2%, SK하이닉스는 39.2% 하락한 반면 LG이노텍은 52주 최고가 대비 65.7% 급락했다. DB하이텍은 57.2%, ISC는 45.9%, 리노공업은 44.0% 하락해 대형 메모리 반도체주보다 조정 폭이 컸다.

실적 전망이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8.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SC는 69.0%, DB하이텍은 32.3%, 리노공업은 23.4%의 영업이익 증가가 전망된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주가가 크게 하락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지자 외국인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외국인 수급이 다시 반도체 대형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7월 반도체 중심의 급락으로 시장이 전반적으로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며 “미국 빅테크의 AI 설비투자가 지속되는 한 낙폭이 큰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며 수급 주체가 한 차례 더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