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 차량에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내비를 깔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신차에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를 도입한 결과다. 이를 계기로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플레오스 커넥트 앱마켓에 최근 네이버지도, 카카오내비, 왓쓰리워즈 등 내비게이션 앱 3종이 입점했다. 현대차·기아 차주는 현대오토에버의 기본 내비게이션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처럼 원하는 앱을 설치해 순정 내비게이션과 같이 이용할 수 있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 1위인 티맵은 초기 입점 대상에서 빠졌다. 티맵 관계자는 “최적화한 앱을 개발해 추후 입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외부에 내비게이션을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비게이션업계는 현대차그룹의 플레오스 커넥트 도입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전체 판매량 168만110대 중 현대차·기아가 75%(126만1163대)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나타냈다. 현대차·기아를 기반으로 국산 내비게이션의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도 있다.

1위 티맵 아직 진출 안한 틈타 경쟁사들 앱 고도화하며 각축전
네이버지도 이용자 매년 급증…현대차, 주행데이터 등 확보 포석

현대자동차그룹이 신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도입하자 현대차·기아의 순정 내비게이션을 제외한 시장에서 독주하는 티맵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신차에 적용하기 시작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네이버지도, 카카오내비 등을 ‘플레오스 앱마켓’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사활 거는 내비게이션 앱

네이버지도, 카카오내비, 왓쓰리워즈 등 국산 내비게이션 앱은 최근 플레오스 커넥트 앱마켓에 입점했다. 이들은 이용자의 반응을 살피며 서비스 편의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업데이트를 수시로 하고 있다. 업계 1위 티맵보다 먼저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도회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앱 개방은 내비게이션 앱 시장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며 “사업자엔 다시 안 올 기회”라고 말했다.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업체는 1위 내비게이션 티맵이다. 티맵은 2002년부터 축적한 주행 데이터와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24년간 국내 시장 1위를 지켰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내비게이션 앱 이용률은 티맵이 74%로 가장 높았다. 카카오맵(12%), 네이버지도(7%) 등과 격차가 컸다. 국내에 들어오는 벤츠, BMW 등 20여 개 수입차에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들어가며 시장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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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최근 급변했다. 유튜브 등에서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내비 보다 길 안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다. 티맵이 독점하던 ‘운전 점수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인’ 혜택이 2022년 카카오내비, 2024년 네이버지도로 확산하며 차별점도 사라졌다. 지난 9~10월엔 네이버지도 내비게이션의 월간활성이용자(MAU)가 티맵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네이버지도는 일반 지도까지 포함한 앱 전체 이용자로 집계되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다. 네이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하루평균 이용자가 2022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티맵도 현대차 앱마켓 참전을 예고했다. 회사 관계자는 “플레오스 커넥트에 최적화한 사용자경험(UX),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개발해 입점할 계획”이라며 “1위 사업자 지위를 지키기 위해 차별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플랫폼으로 진화

현대차그룹의 플레오스 커넥트 도입으로 현대차·기아의 내비게이션 이용 방식도 바뀐다. 현재는 순정 내비게이션이 아니라면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차량 화면에 연결한다. 자동차보험 할인을 위한 주행기록을 확보하려고 티맵, 네이버지도를 따로 켜놓는 사례도 많았다. 이제는 차량 앱마켓에서 외부 앱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된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더 뉴 그랜저’ ‘디 올 뉴 아반떼’ ‘디 올 뉴 투싼’ 등에 적용됐고, 앞으로 나올 현대차·기아의 신차에 모두 들어간다.

현대차그룹이 내비게이션시장을 개방한 건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을 통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큰 그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매년 750만 대에 달하는 차량이 세계에 판매되는 만큼 앱마켓을 플랫폼 확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순정 내비게이션을 통해 축적한 주행 데이터에 더해 외부 내비게이션 업체의 데이터까지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내비게이션시장을 내주고 인공지능(AI)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플레오스 커넥트와 함께 신차부터 적용한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글레오AI’를 다른 회사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 포티투닷 관계자는 “외부 앱과의 연동이 확대되면 음성 명령만으로 외부 앱 기능을 실행하거나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